조종의 말투(2023.4.13)

먼저는 내가 내 말이 듣기 싫었다.

by 소국

하루 일과 중 티브이 보기를 빠뜨릴 수 없다. 이건 아이에게 너무 행복한 시간이다. (나에게 드라마 보는 시간이 행복한 시간인 것처럼) 그런데 티브이를 끄는 게 아직까지 어렵다.


어느 날은 순순히 끈다.(가만 생각해 보면, 이유는 내가 좋게 말했다) 어느 날은 순순히 끄지 않는다.(내가 핸드폰을 보면서 얘기하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말투가 정말 듣기 싫게 말하거나 중 하나다.)


오늘은 후자에 속한 날. 이쉑히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내 손가락은 브런치 앱을 켜서 글을 쓰고 있었다.) 티브이를 기어이 보면서 수학숙제를 하고, 끄고도 10시 30분까지 수학숙제를 했다. 그러고는 나에게 뜬금없이 하는 말.


<엄마 나 이거 28쪽까지 했어~> 이때부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야 너는 그거 칭찬해 달라고 자랑하는 거냐? 엄마가 아까부터 뭐라 그랬어? 해야 할 것을 하고, 하고 싶은 것을 나중에 하라고 했잖아~ 근데 넌 기어이 너 하고 싶은 것 다 해서 10시인데 언제 벤치마킹(영어) 숙제할 건데? 자야 하잖아~~>


줄줄줄... 잔소리...


아들은 이 말이 무슨 말인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앉아 있었다. 헷갈려 보였다. 벤치마킹을 하라는 소리인 건지. 자라는 소리인 건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너 뭐 하냐?>


(아들은 내 얘길 들으며 발톱을 깎고 있었다.) 조용히 발톱을 깎는 아들의 모습에 어이가 없어서 묻는 질문이었다.(영어책 가지러 갈 줄 알았는데, 손톱깎이 가져와서 발톱을 깎는다.)


<벤치마킹해야지>

<그럼 뭘 가져와야지~ 그러고 발톱만 깎고 있냐~~>


폭발!


영어숙제가 성질이 나는 이유는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가 가져와야 내가 도와주는데, 네가 가져오지 않아서 내가 못 도와줬다로 아이를 혼냈던 거다. 그리고 나의 잘못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 얘기하면서, 조종의 말투로 교묘하게, <티브이 내가 끄라고 했잖아. 네가 말 안 들었잖아. 당장 내일 수학 검사도 안 하는데, 네가 하고 싶어서 한 거 아니야. 영어는 어떻게 할 거야 자야 하는데.> 하면서 아이에게 영어를 하라는 압박을 주는 것이다.


나중에 영어책을 폈다.


폈더니 입이 나온다. 하기 싫은데 해야겠고, 내가 관두면 엄마는 잔소리할 거고. 표정에서 다 보인다. 얼굴 표정보고 2차 잔소리.


<선택해. 잘 건 지. 할 건지. 할 거면 제대로 얼른하고 자고. 안 할 거면 그냥 자. 11시야(문제는 내가 진짜로 선택권을 얘한테 준 게 아니다)> 영어는 인증샷을 올려야 하는데, 올리지 않겠다고 했다. 안 했으니까. 이게 이 아이는 싫은 거다. 인증샷을 올리고 싶은데, 올리려면 해야 하는데, 몸은 힘들고, 하기는 싫고, 졸리고, 좀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옆에서 본 아빠.


<그냥 자라>

<아빠가 자라니 그냥 자라. 그리고 인증샷 안 올린다>


아이는 말없이 잤다.


전쟁 같은 육아. 오늘도 끝.

※ 나의 후회 하나_선택을 제대로 지게 하고, 책임도 제대로 지게 해야 한다. 내 의중을 아이가 알아채주길 바라면서 얘기 좀 하지 마. 나 자신아. 아이는 모른다. 관심도 없고. 내 보기엔 공부도 그냥 하라니까 하는데. 조종이 필요 없도록, 진짜 선택권과 책임을 지어주는 연습이 필요하겠다. 그러려면 내 뜻대로 애를 좌지우지할 내 욕심(내가 원하는 대답을 얻고자 하는 마음)을 먼저 내려놔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내 아이가 사건의 중심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