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능력함에 대하여_23.10.12
일하다가 울뻔했다. 가까스로 참았다.
한 아이가 피구공을 가지고 놀다가 다른 아이랑 교실에서 다퉜다. 정확한 앞뒤 맥락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 눈에는 아이들이 피구공을 내가 먼저 했다는 식으로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남자아이는 평소 피구를 너무 좋아해서, 오늘도 이미 1시간 이상을 피구를 했으므로, 여자아이에게 공을 양보해 줄 것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파묻으며..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영진아, 너 선생님한테 섭섭해서 그래? 넌 피구도 잘하고 방금 전에 엄청 많이 공 가지고 놀았잖아~ 누나는 숙제하느라 못 놀았으니까.. 양보 좀 해줘~>
말이 없고, 이미 삐졌다. 그러더니 내 눈을 피해 책상 밑으로 숨었다. 그러더니 어디론가 아이가 사라졌다. 평소에도 복도에서도 놀고, 다른 빈 교실에서도 노니 찾아보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아이가 없으니 그때부터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전체 학교를 뒤지기 시작했고, 모든 아이들을 동원해 찾기 시작했다. 만나는 선생님들이 물어보셔서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찾으면 알려주시겠다 했다. 최대한 침착하게 정신을 차리고 아이를 찾기 시작했다.
3층 옥상까지 갔다가.... 다시 현관으로.... 그러다 현관 밖 아이를 발견했다. 너무 놀라고 반가워서 울 뻔했다.
<어디에 있었어? 영진아>
<계속 여기에 서 있었어요>
현관밖에 30분을 서있었다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안도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아이는 살짝 미소를 지으려 했다.
선생님께 섭섭해서 숨고, 찾아다니고, 아이를 잃어버려서 울 뻔했다는, 이런 이야기가 과연 일반학교에서는 통할 이야기인가.. 정말이지 십년감수했는데.. 영진이는 살짝 웃어 보이더니 아빠를 보자 다시 시무룩해졌다. 아빠에게는 정황을 말씀드리자 <괜찮아 아빠가 피구 해줄게> 하신다. 시무룩한 모습을 한 채 영진이가 갔다.
무능력함을 한껏 느낀 하루였다. 교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아이들의 욕구를 잘 해결해 주고, 갈등을 중재하고.. 마음을 읽어주고.. 이런 게 참 쉽지 않다. 말이 선생님이지... 이게 뭔가 싶을 때가 너무 많다. 능력과 연관시키고 싶지 않아도, 오늘 같은 날은 그냥 억장이 무너질 뻔한 하루다.
괜히 서러운 하루였다. 내 말을 그 아이는 이해했을 텐데.. 내가 그 아이를 믿고 사랑하는 마음을 알 텐데.. 하면서 갑자기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나만 진심인가 싶어 서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