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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

김장인지 뭔지_23.11.19

김치를 그렇게 쳐드시고 김장은 힘들다고 하면 되냐 안 되냐

by 소국

내게 주어진 삶을 잘 받아들이고 싶다. 그런데 막상 하루는 정말 고되다. 이게 내 아이들에게 인생관처럼 대물림될까 두렵다. 그런데 나의 체감은 정말 그렇다.(말이냐 된장이냐)


김장철이다.


뭘 해야 하는지 안다.

그런데 정말 결혼하지 않았다면 절대 내가 스스로 하지 않았을 일이다. 그리고 만약 나중에 철이 든다면 아마 엄마생각이나 조금 하면서 인터넷 레시피 따라 하며 소꿉장난하듯 김장을 담아보겠지.


그런데 여기는 현실.


진정한 김장을 위해 일주일을 준비해야 한다. 밭에도 가도 재료도 준비하고. 일주일을 일하다 오는 남편은 김장에 대해 불같이 짜증 낸다. 죽어라 밖에서 일했는데 끝도 없이 일을 해야 한다고. 남편은 가능한 넋두리이지만 나는 하지 않는다.


나는 모순된 인간이다. 그렇게 밭을 쫓아다니며 인상 구겨가며 짜증 내다가도... 반찬 없으면 김치에 얼른 손 가기 때문이다. 애들은 무럭무럭 크지. 은근 김치 먹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그 순간 눈에 밟힌다. (일하기 싫음 처먹지를 말던가.....라는 말이 아마 시어머님 목구멍까지 올라왔을 것 같다)


사실 고된 일은 어머님이 다 하심에도 젊은 우리 부부는 조금만 도와도 넉다운이다. 미치고 환장할 밭일.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는 어머님. 지겨운 입씨름일 뿐이다.


김장하다가 3번 싸웠나? 이상하게 싸움으로 시작해 잘 화해하며 마무리가 되었는데, 온갖 불만 섞인 그놈의 김치는 잘 되었는지 완성이 되었다. 그리고 손가락 관절과 등에 몰려오는 통증으로 저녁 한상을 차렸다. 대게와 수육이다.


드라마에 나올 법한 낭만은 없다. 고단한 몸뚱이들만 식탁 자리에 둘러앉아 우적우적 밥을 먹을 뿐이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좋다고 벙긋벙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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