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면 몸이 아프다.
욕먹을 생각인 건 알겠는데, 사실이다._23.12.4
일상을 지내는 데 있어서 긴장도가 높은 편이다. 애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엄마가 게을러서 아이를 제대로 못 챙기는 게 될까 봐. 난리부루스다. 아침에 지각하지 않게 보내기. 입에 사과한쪽이라도 넣어주기. 시간활용도 같은 건 모르겠다. 나는 원래 계획적이지 않다.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살아왔던 것 같다.
사회생활을 위해, 내가 꼭 해야 할 일들 때문에 계획적으로 하는 거지. 사실상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눈 떠보면 꼭 내일이 다가와있다. 이렇게 매번 의식의 흐름대로 살 수는 없기에, 다시 새로 산다는 마음으로 일상을 시작하고 마감하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그런데 남들보다 나는 이 일상을 산다는 게 너무 긴장감이 돈다는 거다.
<시간이 없다>라고 핑계 대고 싶지 않지만, 정말 하루가 미친 듯이 흘러가면 <나 오늘 뭐 했지> 싶을 때가 있다. 그나마 저녁설거지가 마치고 나면 이불속에 유튜브 켜고 1시간 신나게 웃고 나면 스트레스나 긴장감이 낮춰지는 것 같았다.
긴장감이 높을 뿐 아니라, <해야 한다>라는 압박감은 몰입도 방해한다. 해야 하는 걸 아는데, 내가 해야 하는 집안일과 학교업무, 독서모임에 몰입이 잘 되지 않을 때가 많은 것 같다. 일부러 딴생각을 하는 건 아닌데, 너무 뭐가 많아 보이니 시작도 전에 지쳐서 시작도 엄두가 나지 않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얼마나 나를 달래는지.
<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은 산처럼 많아진다> <네가 하는 이게 너무 지루하고 반복적이지만 언젠가 도움이 될 거야><넌 이걸 해내고 나면 뿌듯할 거야>
그런데 정작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이런 게 아니라는데 함정이 있다. 지겹고 지겨운.... 이게 힘들다는 다는 거다. 얼마나 기능적으로 살았는지. 공과금, 세금 생각하며 월급 생각하며 집안일 밀리지 않게 하며, 미래에 대비해 공부하며... 내가 원하는 게 이런 게 아닌데.. 자녀에 대해 일일이 챙겨가며..
맞게 살고 있는 건지. 이놈의 <해야 할 일>들은 왜 끝이 없는 건지. 그런데 결과는 왜 늘 시원찮은 건지. 2023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참 속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