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이 되었건 안되었건 주인공들이 날 두고 떠난 기분이다. 대사집을 사고 싶을정도로 에너지 쏟아 본 드라마인데,
확 끝나버리니 이 사람들 어찌되었을까 싶다.
영화 <미나리>가 결말이 없이,아무대책없이 확 끝나버렸는데, 엔딩크레딧을 보며 나는 어쩐지 괜찮은 삶을 보냈을것 같은 확신을 느낀 것처럼 이 드라마도 그랬다.
<가보자. 한발한발 어렵게어렵게>
나도 앞으로 이렇게 살것 같다. 어렵게 어렵게. 하루하루.
남들이 한강앞에 집이 있다고 하면 부러움의 눈빛을 한다. 시엄니랑 함께 산다고 하면 갑자기 눈빛이 바뀐다. 남자애 둘이 있다고 하면 애매한 눈빛을 짓고, 남편이 일자리가 늘 바뀐다고 하면 나는 이제 불쌍한 여자가 된다.
택시 타고 집에 내려달라고 할때는 한껏 부러움을 샀다가 이런 속사정을 얘기하면 불쌍한 여자가 된다.
그런데 이게 다 내 선택이라면 과연 어떻게 달라지나.
나는 이 남자를 내가 선택했다. 어디 사는 줄도 모르고 재산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선택했다. 오로지 남자만 보고 선택했다. 그게 가능하냐? 응 가능하다. 딱 1번 집에 가보고 어머님을 만나보고 결혼했다. 그때도 어머님은 날 안좋아하셨다. 아들이 최고인 집안이니까. 그런데 그건 나 아닌 누가와도 만족시키기 어렵다.
그리고 남편이 일이 아닌 다른걸 원한다는걸 안다. 종교적인 길로 가고자했는데 부모의 반대, 가정을 이룸, 아이 돌봄, 생계유지 등의 이유로 사실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었다. 먼저는 자신 없었고 아마 겁났을거다.
한강뷰 집? 사실 이것도 원주민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돈이 많은 집안이라서가 아니라 발전되기 이전부터 살았을 뿐이고 어디 정착하기 힘드니 하루하루 버티며 살다가 시부모님이 터를 잡으신거다. 지금도 근근히 산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어머님은 <해방일지>의 아버지처럼 내가 가장인가 싶은 마음으로 버텨야지 하며 농사도 짓고, 집안일도 하고 뭐 이것저것 다 하면서 버텨내는 거다.
내막은 이런 가정이다. 하루하루 버티고 또 버틴다. 안 그런 가정이 있을까?
결말은 뚜렷하지 않지만, 해피엔딩이면 좋겠는 우리네 삶이라는게 다 그런게 아닌가 싶다. 정해진 결말이 없고 막연하고 불안하고 흔들리지만, 그래도 내가 믿는 가치를 따라 사려고 부단히 애를 쓰는 것 같다.
남들은 보이는 빙산의 일각으로 쉽게 정의내리지만,(나도 그럴때가 너무 많지만) 해방일지 같은 드라마로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걸 보면 다들 인생이 쉽지 않아 버텨내고 또 버텨내고 있구나를 느낀다.
엊그제 아빠 납골당에 다녀왔다. 드라마를 보면서 아빠가 또 생각났다. 아빠한테 미안했다. 너무 함부로 대한 것 같아서. 환자도 감정이 있을텐데 아빠는 떠나는 길마저 마음이 편치 않았겠구나를 드라마를 보며 알았다. 아빠를 온전히 축복한 적이 없고 원망만 해서 그런지 솔직히 짐 같았다. 약자의 모습을 한 이 원수가 미웠다. 기일에 찾아간 납골당에서마저도 감정이 무미건조했달까.
그런데 어제 드라마를 보면서 처음으로 다시 납골당에 가고 싶었다. 가족들과 함께가 아니라 그냥 혼자.
사람을 대한다는것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중요한 일인지 모른다. 영혼이 반응하니까. 눈빛만 봐도 아니까.
내가 이정도로 삶에 대해 안다면, 아마 누구든지 느끼며 살거다. 그래서 아마 내게는 오늘 만난 사람이 중요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 과거가 어쨌든 지금 내게 주어진 사람들. 내게 그들을 온전히 축복하기 어려워도 어설퍼도 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나에게 상처를 주던 뭘하던 그게 내가 사는 이유 같기 때문이다. 그게 내 목숨이 살기 위한 방법 같다. 사랑하기로 결심할때 생기는 용기 같은게 있다. 쉬운건 아니고 방법도 모르지만 머리가 한순간에 뻥 깨끗해지는 것 같은 기분을 여러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