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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 만에 나를 소개할 수 없는 데?

거인의 생각법 282 - 나쁜 경험은 없다

by 와이작가 이윤정

마흔 전에는 SNS 콘텐츠를 생산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제가 하던 일은 전혀 SNS랑 관련이 없었으니까요. 주말에 남편과 나들이 갈 맛집을 찾거나, 해외여행 정보를 찾아보려고 네이버 카페에 가입한 정도였어요. 집안 생활용품이나 가전용품 리스트를 찾아봤죠. 정보통신공학과 출신이라 신규 IT 기기류 즉, 옴니아폰, 아이폰, 아이패드, 핏빗, 애플워치, 에어팟 등에 관심이 있을 뿐이었어요. 웬만한 건 네이버나 구글 검색하면 다 나오니, 제가 굳이 콘텐츠를 발행할 필요가 있겠나라는 무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미 잘 만들어진 콘텐츠가 있었으니까요. 맛집 정보가 마음에 들어서, 프로필 버튼을 눌러보니 저희 동네 인근 맛집 정보들이 주욱 나오면,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크롬 등에 주소를 즐겨찾기 해뒀거든요. 가끔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바로가기 버튼을 누르곤 했어요.


어느 날 블로그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글쓰기 수업을 들었는데, 강사님이 '블로그'를 시작해 보라는 겁니다. 블로그를 꾸준히 하면 책을 쓸 수도 있다면서요. 드디어 블로그 앱을 설치했던 기억이 납니다. 블로그 운영한 지 8년 차입니다. 매일 글을 쓰고 있어요. 스마트폰이 있으면 수시로 블로그 앱을 클릭합니다.


블로그 앱을 실행합니다. 아래쪽에는 5개의 버튼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이웃 새 글 탭입니다. 가장 윗줄 이웃새글 아래에 'from 블로그 씨'가 나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블로그씨가 보내주는 글감이에요. 그 글감을 클릭하면 텍스트로 글을 바로 시작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블로그씨는 나에게 질문이나 말을 걸어주는 기능이거든요. 메시지가 3줄 정도 나옵니다. 블로그에 어떤 글과 사진을 올리면 좋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죠. 간단하게 한 줄이라도 쓰면, 됩니다. 그 순간 블로그에 처음 콘텐츠가 발행되는 거죠.


블로그씨 아래로는 '서로 이웃'을 신청한 블로거 숫자가 나옵니다. 나를 팔로우하고, 나도 팔로우하는 SNS 관계를 '서로 이웃'이라고 말하거든요.


상단 탭에는 '알림' | '활동'으로 구분되어 있어요. 알림 탭은 내가 남긴 글에 공감과 댓글을 남긴 사람들이 주르륵 나옵니다. 하나라도 좋아요, 댓글이 달리면 남편에게 "드디어 하트 달렸어!"라거나 "누가 댓글 남긴 거 있지!" 하며 자랑을 하기도 했죠.


이웃앱 상단에 '활동' 글자를 누르면, 내가 다른 콘텐츠를 읽고, 공감하거나 댓글을 남긴 글들을 볼 수 있어요. 오른쪽 상단에 '전체'를 클릭하면 공감, 댓글, 그리고 남긴 안부글과 메모글을 다시 볼 수도 있고요.


블로그 앱 다섯 개 탭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는 아이콘을 누르면, 이제야 내 블로그 메인 화면이 보여요.


일반적으로 블로그 글쓰기 특강을 들으면요, 사진을 3장 넣고, 관련 없는 영상이라도 괜찮으니 동영상도추가하고, 사진 사이에 글을 써보라고 합니다. 처음엔 '후킹'부터 해야 사람들이 읽을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등의 팁을 알려줍니다. 블로그 이웃이 생기면 이웃 새 글에 이웃들의 글이 공유됩니다. 이웃이 없으면 안 나오겠죠. 내가 이웃을 추가하거나, 서로 이웃을 하기 시작하면 이웃새글에 글이 올라오기 시작해요. 사진 없이 글만 올라오는 블로거, 정사각형 사진에 텍스트로 깔끔하게 제목을 덧붙여 올리는 블로거, AI 툴로 이미지를 만든 블로거, 직사각형 사진 이미지가 올려진 블로거 등 다양합니다. 블로그명과 사진 아래에 제목과 본문 2줄이 보입니다. 지금은 이웃추가 해둔 사람이 많아서 모든 글을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눈에 딱 보이고, 나랑 공감이 가거나, 이미 친한 이웃들의 글을 클릭하곤 하죠. 하지만 이마저도 바쁘면 글을 읽지 못하고, 알람 메뉴로 가서 내 글에 남긴 공감과 댓글만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때론 이웃 블로그가 애써 남긴 글을 보지도 못하고, 하트가 빨갛게 채워지도록 클릭만 하고 넘어갈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도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요. 저처럼 블로그 앱이 없는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나라 성인 기준으로 몇 퍼센트나 블로그앱을 설치했을까요? 블로그 서평단을 모집한 적 있어요. 서평단 신청하려면 본문을 자신의 블로그로 공유하라고 이야기하거든요. 그렇게 공유된 블로그 링크를 클릭해 보면, 팔로워가 100명 될까 말까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블로그 이웃을 맺고 콘텐츠 발행을 열심히 하더라도 사람들 모두 각자의 글만 관심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스마트 브레비티>에 언급된 한 연구에 따르면, 클릭한 웹 페이지를 읽는 데에 쓰는 시간이 보통은 평균 15초 이하이며, 우리 뇌가 클릭한 콘텐츠가 마음에 드는지 결정하는 데에는 0.0017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즉, 콘텐츠가 별로다 싶으면, 창을 닫거나, 손가락은 다음이나,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는 거죠.


콘텐츠를 발행하는 이웃블로거들은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 위해 바쁘게 시간을 보냅니다. 다른 이들의 글을 볼 시간이 부족하죠. 콘텐츠를 발행하지 않는 이웃 블로거들은 주로 블로그 앱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주로 웹페이지 네이버, 다음, 구글에서 바로 검색해서 들어오죠. 콘텐츠에 사용된 텍스트와 이미지를 처음부터 잘 만들 필요가 없지요.


약간 모자라도 블로거입니다. 처음 시작한 블로그 계정의 글은 아마도, 아무도 안 읽을지 모릅니다. 나를 3초 만에 소개할 수 없어도 시작할 수 있고요. 내가 누군지 몰라도, 뭘 말하고 싶은지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나쁜 경험은 없거든요. 시작을 완벽하게 하려고 미루다가 당신의 오늘 콘텐츠 아이디어가 휘발됩니다. 당신의 오늘만 사라져요.


저보다 1년 먼저 퇴사한 남편이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냐고 제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블로그 좀 하라고 입에 가시가 돋도록 말했거든요. 며칠 전, 어떤 아이디로 블로그를 만들까 고민하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블로그를 개설했습니다. 약간 내용이 모자라도 착한 남편이 올리는 글이니, 검색해서 "잘한다, 신랑! 파이팅~~~!" 하고 비밀댓글을 남기고 왔어요. 남편이 이런 댓글을 자신의 글에 남긴 거냐고 지우라고 합니다.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습니다. 비밀 댓글은 블로그 주인과 댓글 단 사람만 보이는 거야 라고요. 5~6개 정도 맛집 콘텐츠를 올렸을 것 같은, 서로 이웃 요청이 드디어 들어왔다고 합니다.


혹시, 당신의 스마트폰에 블로그 앱이 있나요?


모든 사람의 이야기는 세상을 바꿀 힘이 있습니다.

Write, Share, Enjoy, and Repeat!


파이어족 책 쓰기 코치 와이작가 이윤정

2857일+ 꾸준한 독서, 365독 글쓰기 노하우

책 한 권으로 삶을 바꾸는 실천 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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