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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해할 때마다, 남편이 한 마디 합니다.

거인의 생각법 302 - 새로운 정체성 조율하기

by 와이작가 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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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도와주거나 매일 하는 일은 자신만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게 됩니다. 왜냐하면, 무의식 중에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자신을 스스로 어떤 사람이다라고 정의를 내리기 때문이죠. 오늘은 무의식에 새겨진 나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해요. 어제 하루는 좀 쉬려고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남편도 허리가 아프다면 침대에 눕길래,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혹시, 내가 뇌에 종양을 제거하면서, 뇌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봤다고, 남편에게 털어놓았습니다. 가만히 쉬지 못하고 무언가 계속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했으니까요. 하루 10분, 2800일 이상 책을 읽고 있고, 뭘 해도 나는 꾸역꾸역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다른 사람은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데이비드 이글먼의 <무의식은 나를 어떻게 설계하는가>라는 책을 읽어서 영향을 받아 서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남편은 "당신은 내가 보기엔 하다가 그만두는 것도 참 많아. 너무 웃긴 얘긴데?"라고 합니다. 남편에게 다시 "그래?"하고 묻고는 "ㅋㅋㅋㅋㅋㅋ" 웃었습니다. 나도 뭘 시도하다가 중간에 그만두는 게 많구나 그제야 생각을 떠올려보니, 독서 하나 빼고 다 중단한 것 같기도 하네요.


곤도 마리에 책과 윤성현 님 책을 읽고, 집안에 구역을 나눴습니다. 하루는 싱크대 안에 있는 물건을 다 끄집어내어 안 쓰는 걸 벌리기도 했고요, 옷장 하나 정해서 버릴 옷 분류하고, 책장도 안 보는 전공서적을 꺼내놨습니다. 거실장에 있는 물건들도 안 쓰는 건 버리겠다고 마음먹고 15분간 정리를 하고요. 신발장도 어느 날은 열어서 신발을 버리기도 했습니다. 2~3주 동안 하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멈춘 기억이 떠오르네요.


<청소력>이란 책을 읽고, 아침마다 남편 책상을 닦아 줄 때가 있었습니다. 아끼는 마음을 담아서 청소하고, 직장에 가서도 매일 아침 걸레를 빨아서 책상을 위에서 아래로 옮겨가며 훑어 닦으며 사각형 모양으로 마지막으로 훔쳐내는 시간을 가졌는데, 언젠가부터 남편 책상과 책장이 뽀얀 먼지가 쌓여있습니다.


하루에도 열두 번 이상 정체성이 바뀝니다. 아침에는 자기계발하는 사람으로 독서하고, 하루를 계획하는 사람이 됩니다. 브런치에 글을 한 편 쓰면서 작가모드가 되고요. 평단지기 하고 쓴 글과 브런치에 어제 있었던 일로 을 기록한 글을 운영 중인 오픈 채팅방에 공유합니다. 반응이 있든 없든, 제가 기록한 글들을 공유하는 그 자체로 상쾌한 맛이 느껴지는 성취감이 생깁니다. 저는 그냥 나눠주는 사람으로 정체성을 만들었기 때문에 반응이 없어도 공유 행위를 합니다. 블로그에 신나게 쓸 때도 있고, 꾸역꾸역 겨우 쓸 때도 있습니다.


촉을 세우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알려주고,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좀 더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무언가 조언을 많이 해주고 싶어 합니다. 남편이 맛집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그 이후로 남편에게 블로그 하는 법을 수시로 얘기합니다. 어제는 댓글의 힘에 대해 누워서 한참 이야기 했습니다. 외식하러 갈 때마다 사진은 어떻게 찍고, 블로그에 맛집과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를 함께 적어보라고 말합니다. 한두 번이 아닌데요. 방언 터지듯 아이디어가 팡팡 솟구쳐 오릅니다. 결국, 남편이 그만해야겠다는 말이 나오네요.


아나운서 이금희 씨의 <우리 편하게 말해요>를 보면 내비게이션을 끄라는 챕터가 나옵니다. 상대방이 물어오기 전에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이야기했거든요. 정체성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정했기 때문에 내비게이션을 계속 켜고 있었나 봅니다. 이제는 상대방이 필요할 때만 스위치 온 시키는 내비게이션으로 바꿔야겠습니다. 차를 타면 주변에 장애물이 있으면 카메라가 자동으로 켜지면서 내비게이션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럴 때마다 카메라를 끄고 싶지만 끌 수가 없어서 불편했습니다. 저를 자동차 카메라로 인식하고, 운전자의 내비게이션을 방해하지 않아야겠다 싶습니다. 운전자 스스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지도를 볼 수 있게 말이죠.


독서와 글쓰기가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백만장자 시크릿> 하브 에커는 내가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스스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라이팅코치 과정에서도 글쓰기 수업에 수강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어떤 모임에 가서도 알려야 한다고 배웠고요. 명함을 만들었습니다. 오프라인 조찬 모임에 가서 명함을 나눠줍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주절주절 설명하는 것보다, 출간 도서나, 명함 하나 공유해 주면 상대방이 저의 정체성을 알아채게 됩니다. 그들이 궁금해하면 답변해 주면 되는 존재가 됩니다.


지인 중에 네트워크 사업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녀가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 색안경을 착용했습니다. 이야기 뒤에는 단백질, 비타민, 유산균과 연결되어 있었거든요. 하지만 저도 모임에 나가서 독서모임, 책 쓰기 수업에 관해서 이야기를 마구 꺼냈습니다. 누군가도 저에게 책 쓰기 수업에 대한 색안경을 낀 건 아니었을까 생각도 들어요. 색안경을 끼는 순간, 말에 힘이 빠집니다. 남편이 친목 모임에 가서는 절대 홍보하지 말랍니다. 남편 얘기를 들으면, 정체성이 또 흔들리게 돼요. 내가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걸 알려야 하는 게 맞는지, 상대가 나에 대해 궁금해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는지, 비즈니스 차원에서는 늘 고민이거든요.


관심 있는 정보들 찾아보고, 독서하고, 여유를 부리는 걸 좋아하는데, 책 홍보와 강의 후기, 모집하는 건 저에게도 여전히 마음 불편하고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행위입니다. 남편이 한 마디 합니다. "당신은 그냥 책 써서 무료로 줘." 남편은 제게 늘 현자입니다. 남편 조언으로 매일 저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조율해 나갑니다.


남편과의 대화를 브이로그로 한 번 찍어봐야할텐데 말이죠!



모든 사람의 이야기는 세상을 바꿀 힘이 있습니다.

Write, Share, Enjoy, and Repeat!


파이어족 책 쓰기 코치 와이작가 이윤정

2877일+ 꾸준한 독서, 365독 글쓰기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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