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생각법 304 - 지금의 나에게만 집중하기
"아, 좋다~~~! 역광은 어떻게 나오는지 한 번 찍어볼까?"
아빠가 스마트폰 갤럭시 플립을 주머니에서 꺼내 화면을 펼칩니다. 태양이 바닷가에 비쳐서 바다가 윤슬처럼 반짝입니다. 눈이 부셔서 눈이 저절로 찡그려집니다. 빨간 등대가 방파제 끝에 서있습니다. 파란 동해바닷물과 빨간 등대, 태양이 어우러져 카메라에 담아냅니다.
"역광도 괜찮네!"
스마트폰을 얼굴 가까이로 가져오더니 눈을 찡그리며 메뉴를 찾습니다. 손가락으로 메뉴를 옆으로 넘기더니 동영상 버튼을 클릭합니다. 오른쪽으로 돌아서서 카메라를 들고 파노라마 촬영하듯 몸을 돌려가며 바다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냅니다. 스마트폰을 접어 한 손에 쥐고는 방파제 끝에서 철로 된 울타리 위에 기대어 바다를 한 참 들여다봅니다.
저도 뒤질세라 빨간 등대와 파란 하늘을 카메라에 담아내니 색상 대조가 뚜렷합니다. 아빠에게 빨간 등대 앞으로 가 서보라고 했습니다. 아빠까지 사진에 담아냈습니다.
한 30분 정도 안목해변 시작점에서 방파제 끝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오니 얼추 한 시간가량 걸었습니다. 정동진 데크길이 좋다더라 하면서 찾아온 아빠에게 정동진에도 가보자 했더니, 이거 봤으면 됐지 하시면서 아침 바닷가 산책이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1박 2일 동안 아빠를 모시고, 강릉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전날 먹은 �대게는 좀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괜찮네라고 하신 아빠. 경포대-강문해변-송정해변-안목해변 강릉 바다는 소나무가 있어서 좋았어요. 인터넷에서 맛집을 찾아보고 갔더니, 대부분 MZ세대들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아빠 나이가 제일 많아 보였지만, 마음만은 MZ 못지않은 아빠입니다. 차에 가서 앉아 계시라고 했습니다. 20분 이상 대기줄에 계속 서 있습니다. 앉으시라고 해도, 이 정도는 괜찮다고 합니다. 대기 줄에 함께 서 있는 것도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나 봐요. 아빠는 여든셋입니다. 건강하실 때 자주 함께 여행해야겠다는 여운이 남았습니다.
숙박비, 교통비는 제가 부담했습니다. 식당과 카페에서는 아빠 카드 찬스를 씁니다.�
강릉초당마을 구 남매 순두부 전골, 8시 5분쯤 도착했더니 오픈 런 바로 입장했습니다. 몇 분 후에 만석입니다. 9가지 밑반찬에 빨간 순두부입니다. 둘이 먹기에 적당한 양이었고, 맵지 않은 빨간 순두부 맛이었습니다. 식당을 나오니 대기가 네 다섯팀 정도 생겼더라고요.
툇마루 카페(오픈런 대기 25분, 커피 마시기까지 한 시간) 차라리 11시 30분 넘으니 대기가 줄었습니다. 흑임자크림이 들어간 아이스 툇마루 시그니처 커피가 인기 있습니다. 누구는 두 잔씩 시켜먹어야 한다고 했지만, 아쉬운 맛을 남기고, 다른 음식점에 가야하니 한 잔으로 만족했습니다. 추가 주문은 영수증 보여주면 내부에서 대기없이 바로 메뉴 추가 주문이 가능했습니다.
순두부젤라토, 강릉샌드 가게는 툇마루 카페 인근에 있습니다. 주차해 두고 걸어갈 수 있습니다. 하얀 순두부 맛이 살짝 났는데,앞에 팀은 모두 요거트 젤라또를 주문해서 흔들렸지만, 그래도 시그니처를 주문했어요. 옆에 강릉 샌드에 갔더니, 커피향, 딸기향, 옥수수 3종류가 있습니다. 섞어 달라고 했더니 딸기와 커피만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참살떡도 2개 낱개로 나왔네요.
형제칼국수- 장칼국수 4번 안 매운맛으로 주문했습니다. 밖에서 대기 20분 정도 했고, 주차할 곳이 없어서 동네 한 바퀴를 돌았어요. 안쪽 골목에 전용 주차장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서울로 오면서 휴게소에 잠시 들렸습니다. 아빠가 커피 안 마셔도 되겠냐고 묻습니다. 한 잔만 사서 나눠 마시자고 했어요. 아메리카노를 주문해 차로 왔습니다. 아빠가 텀블러 있다면서, 아빠 가방에서 꺼냅니다. 텀블러에 커피를 반 따라 드립니다. 한 모금 마시자, "이게 커피맛이지!" 합니다.
서울에 도착하면, 아빠 집에 가서 하루 더 자고 집에 올 계획이었습니다.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쉬다가 아침에 집에 오려고 했거든요. 강원도에서 오면 저희 집을 지나서 아빠집에 가야 합니다. 굳이 왔다가 다시 오냐고 아빠는 중간에 내려달라고 하셨어요. 9호선 급행 타고 가면 금방이라고, 무료로 타고 갈 수 있다고. 아빠를 올림픽 공원역에 내려 드렸습니다.
남편에게 지금 바로 집에 가게 되었다며 전화를 겁니다. 남편이 그럼 저녁은 밖에 가서 먹을까 하길래, 보통 같으면, 그러자고 했을 텐데요. 오늘은 너무 과식을 해서, 못 먹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돈가스를 배달해 달라합니다. 배달의 민족 앱을 열어 모둠가츠를 하나 주문했습니다. 씻고 나오니 밥이 도착했네요. 얼굴에 마스크 팩 하나 붙이고, 남편 불러서 도시락을 펼쳐 놓았습니다. 아일랜드 식탁 맞은편에 서서 강릉에서 다녀온 카페 메뉴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남편도 좋아할 것 같다고, 흑임자가 들어간 크림은 고소한 맛이 났고, "아~ 달아!!!"가 아닌 "티 나지 않는 담!"같았다고, 남편이 좋아하는 OOOOO 맛이라고 했습니다. OOOOO 커피 메뉴가 생각이 안 납니다!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남편도 갑자기 기억이 안 납니다. 밥 먹는 내내 기억이 나지 않네요. 너무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밴드에서 '온온'을 검색하면 나오는 메뉴라고. 어떻게든 떠올려 보라고 하며 약을 올립니다. 작은 방에 두었던 스마트폰으로 가서 검색을 해보고 나왔습니다. "아"로 시작한다고 말해 줘도 기억을 못 힙니다. 한 글자만 더 알려달라고 합니다. 두 번째 글자를 알려주면 금방 알게 될 것 같다고 안 된다고 했습니다. 빨리 알려 달랍니다. 마지막 글자를 알려 줬습니다. "너" "아인슈페너!"
삶 속에서 우리는 역할을 바꾸며 살아갑니다. 강릉에서는 아빠의 딸로, 서울에서는 남편의 아내로, 자연스럽게 스위치를 전환하듯 두 세계를 오갑니다.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을 즐기고, 그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 아닐까요? 지금 곁에 있는 가족과 함께할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여행이든, 일상이든 누구를 만나는 그 순간을 온전히 누리세요. 그리고 스위치가 바껴도, 나만의 페르소나도 잊지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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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 책 쓰기 코치 와이작가 이윤정
2876일+ 꾸준한 독서, 365독 글쓰기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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