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생각법 346 - 불꽃을 일으키는 방법
계획 없이 무분별하게 보내고 있는 4월이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해야 할 것, 못하고 있는 것, 챙겨야 할 것, 챙기지 못한 것. 하고 싶은 것, 하기 싫은 것들이 머릿속으로만 떠다닌다.
"자기 모습이 지금은 장이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하는 자세 같아."
"이 모습이 장이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자세야? ㅋㅋㅋ"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엉덩이를 의자 앞으로 쭉 빼고 앉는다. 무릎을 펴서 발 끝은 방바닥과 벽 사이 모서리에 닿았다. 머리는 의자 뒤에 기대어 앉아 힘을 빼고 등은 의자에 기댄다. 엉덩이와 의자 등받이 사이가 삼각형 공간이 생겨있는 자세다. 누가 보는 사람도 없으니 코어에 힘을 빼고 축 늘어진 자세. 팔꿈치가 아니라, 손꿈치만 책상 위에 걸쳐놓고, 스마트폰을 양손으로 잡은 채 엄지손가락으로 무언가 타닥타닥 입력하고 있을 때다. 남편이 방문을 나가면서 내 모습을 보더니 툭 튀어나온 말이다. 멈칫!
의식적으로 의자를 뒤로 살짝 빼고 엉덩이만 살짝 들어 의자 등받이 쪽으로 바짝 다가앉았다. 무릎이 자연스럽게 굽혀지고, 양쪽 발바닥 전체가 방바닥에 착 달라붙는다. 허리를 꼿꼿하게 피고, 손목이 아니라 팔꿈찌 아래팔과 손이 모두 책상 위에 올려진다. 아랫배 주변 코어에 힘을 뽝 줬다. 숨도 1초 들이마셨다가 멈췄다. 남편이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또 뭘 하길래 미소를 짓고 있어?" 한다. "아, 댓글 쓰는 중." 오랜만에 SNS를 넘나들며 그동안 못했던 소통을 위한 댓글을 달고 있었을 때였다. "내가 딱 알지?" 남편이 한 마디 건넨다. SNS에 댓글을 다는 동안 내 입가엔 미소가 흐뭇하게 나타난다.
아침부터 해야 할 일을 정했다. "평독, 대행신고, 서점산책, 공저" 금요일 하루 중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평독은 평단지기 독서법의 줄임말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일기를 쓰고, 브런치에 글 한편 올리고, 하루 10분 독서 후 블로그에 생각을 기록한다. 이건 새벽에 끝나는 일이다. 다음에 할 일은 대행신고다. 2024년 해외양도세 납부를 위해 증권사에 5월 초까지 대행신고를 해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혼자 국세청 들어가서 해야 하기에 증권사에서 무료로 해주는 대행 신고를 한다. 이번 주 초에 해야 한다고 계획했었지만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은 해야지 마음먹었다. 머릿속은 이것부터 해야지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캔바를 열고, 블로그 창을 열고 있다.
5월 책 쓰기 수업 공지를 해야 한다는 걸 잊고 있어서다. 지난달 파일을 불러와 4월에서 5월로 바꾸고, 날짜를 수정한다. 블로그에 올릴 홍보멘트는 챗 GPTs에 마케팅 카피 전문가를 활용해 보기로 했다. 운영 중인 책 쓰기 수업 정보를 공유했더니, 나보다 훨씬 깔끔하고 요약정리해서 카피 문구를 제시해 준다. 머리 싸매고 홍보문구 작성하지 않고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주었다. 나의 이야기로 내용을 업데이트해서 5월 책쓰기 정규과정을 블로그에 포스팅하고, 여유당, 북위키 채팅방에 링크를 공유했다. 인스타그램 캡션용으로 물어보니 몇 줄로 요약정리해 준다. 마케팅 문장 만드는 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했는데, 시간이 단축된다. 5월 3일 북위키 독서모임 이벤트도 준비한다. 무슨 책을 선정할 까 고민하다가, <죽음은 통제할 수 없지만 인생은 설계할 수 있다>라는 책이 책상에 보이길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기술에 대한 주제를 선정했다. 몇 분만 더 하면 업로드를 끝낼 수 있었다.
점심은 콩국수를 먹으러 가자고 말해 두었다. 라스트오더 시간을 확인해 본 남편이 2시 20분까지 가야 한다고 서두른다. 거기 안 갈 거면 작업 더 해도 된다는 말과 함께. 캔바창을 닫고, 블로그 창 x를 바로 눌렀다. '아쉽다. 좀만 더 하면 끝낼 수 있었는데... 다녀와서 올려야겠다.' 아침에 읽은 <원씽>에서도 휴식 시간을 먼저 확보하라고 했으니, 일단 점심시간을 챙기기로 했다. 콩국수 두 그릇과 군만두 콜라보. 군만두는 7개가 튀겨 나온다. 각자 몇 개 집어 먹고는 배가 부르다며, 상대방에게 더 먹으라고 권한다. 몇 개 먹었냐고 하니 4개 이상 먹은 것 같다고. 어? 나도 3개 이상 먹은 것 같은데, 아직 접시에 군만두가 3개 이상 남아 있다. 신기한 일이다. 이게 말이 되냐고 하면서 하나씩 공평하게 나눠 먹자고 하며 웃었다. 콩국수에서 국수도 수타면이라 쫄깃하지만, 콩국물을 숟가락으로 계속 떠먹었다. 남편 그릇에 면 두 젓가락을 건네준다. 그리고 콩국물을 계속 떠먹었다. 남편이 자기 그릇이랑 바꿔 먹으라고 한다. 남편 그릇엔 콩국물이 남아있고, 면이 없다. 더 편하게 콩국물을 마실 수 있게 해 준 배려였지만, 괜찮다며 내 그릇에 있는 콩국물을 바닥을 훑어서 숟가락을 왔다 갔다 반복했다. "내 그릇에 있는 걸 먹어야 내가 얼마나 먹었는지 양을 알 수 있잖아."라고 하면서.
점심 먹고, 잠실교보문고로 향했다. 베스트셀러 사진을 찍고, 에스프레소 아란치아를 마시러 갔다. 새콤하고, 시원한 에스프레소를 세 모금으로 아껴 마셨다. 밖으로 나와 차를 향해 가고 있는데, 남편이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있잖아. 지난번에 여기서 사간 교촌 치킨이 맛은 보통 때 보다 맛있더라." 그 말을 들고 그랬냐며, 지금 치킨 여기서 먹어볼까라고 대답했다. "맘대로"라는 말에 교촌치킨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 허니콤보를 주문한다. 20분 넘게 기다린다. 남편이 여기서는 맘껏 얘기하라며, 들어주겠다는 자세를 취한다. 블로그에 올린 공지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느라 눈과 손은 스마트폰을 향하고 있고, 말만 남편을 향해 있었다. 집에 와서 얼른 책상 앞으로 돌아가 나가기 전에 미완성이던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블로그와 오픈채팅방에 5월 3일(토) 북위키 송파 독서모임 공유한다.
그제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흐뭇하게 소통을 한다. 어제 도착한 오스틀로이드 <강남 아파트 인사이트> 신작 사진이 보인다. '아, 나도 책 받았는데.' 갑자기 현관으로 가서 택배를 뜯어 책을 가져와 책상 위에 놓고 사진을 찍었다. 10분 타이머를 걸었다. 찍은 사진들이 모두 세로가 아니라 가로로 찍혔다. 피드에 올리려면 세로로 하나씩 방향을 다시 틀어야 했다. 20장 사진 방향을 바꿔 올리고, 캡션 문구도 작성한 다음 음악을 선택했다. 화면이 까맣게 바뀌면서 멈췄다. 리셋이다. 한숨이 또 나와서, 메모장을 열고 키보드로 타이핑을 시작한다. '왜 내가 스마트폰으로 이걸 입력하고 있었지?'라는 생각과 함께. 키보드로 다닥다닥 입력해 카톡으로 붙여 넣은 후, 스마트폰에서 복사하고 바로 끝낼 수 있었다. 블로그로 보내기까지 완성이다. 이제 끝났다. 싶었다. 아침에 내가 뭘 하기로 했는지 그제야 기억이 난다. '아... 대행신고 해야지.'
미니 PC 전원을 눌렀다. 해외 주식 양도세 신고를 위해 증권사 홈페이지 3곳을 방문해 신청을 완료했다. 예상보다 시스템을 간편하게 만들어 둔 것 같이, 몇 분만에 해야 할 일 하나를 끝냈다. 해외양도세신고는 수익이 250만 원 넘을 때 신고 한다. 3개 증권사를 이용하다 보니, 타 증권사에서 서류를 받아, 한 증권사에 통합신청을 하면 된다. 키움증권, 토스, 한국투자증권 이렇게 3곳을 이용 중인데, 키움증권 계좌로 대행신청을 완료했다.
4월 초라 부가세 신고도 해야 한다. 세무사가 해주는 일도 있지만 직접 계좌거래내역, 카드사용내역, 매출내역을 파일로 정리해서 보내주어야 한다. 분기마다 하는 일이지만, MS-오피스 대신 Neat Office를 무료로 사용했더니 불편하다. 남편이 Libre를 쓰라길래 찾아보니 설치되어 있었다. 좀 더 쉽게 파일 정리를 하고, 여하튼 끝냈다. 이제 진짜 끝났다.
공저 프로젝트 원고를 열어 PDF로 변환하고, 카톡으로 보내 아이패드에서 열어본다. "평독 O, 대행신고 O, 서점산책 O, 공저 O" 오늘 할 일을 끝냈다. 해야 하는 일을 정했지만, 놓치고 계획에 넣지 못한 일이 치고 들어왔던 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아침에 계획을 해 두었으니 꾸역꾸역 해내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도파민이 활성화되어 나를 이기지 못하고 있을 때, '오늘 계획'을 들여다본다. 목적의식에 맞는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아침에 오늘 계획과 성공 리스트를 타인에게 공유하는 것, 그게 바로 내게 돌아오는 방법이었다. 잠들기 전까지 어쨌든 몰입하여 열정을 불태우게 할 수 밖에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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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 책 쓰기 코치 와이작가 이윤정
2900일+ 꾸준한 독서, 365독 글쓰기 노하우
책 한 권으로 삶을 바꾸는 실천 꿀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