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러자!" 모든 게 기적이었다

거인의 생각법 - 364 내 삶은 기적이다

by 와이작가 이윤정

"지난번 보다 수치 좋아졌어요. 콜레스테롤 수치도 좋아졌고, 갑상선 수치도 괜찮고, 중성지방만 조금 높은데, 지난번 보다 좋아졌어요. 쭉 이렇게 하세요. 다음에 봅시다."


일 년에 두 번 병원에 정기적으로 다닌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뇌하수체 종양 수술을 했다. 그 이후 30년 동안 뇌하수체 호르몬 관련 약을 복용 중이다. 작은 호르몬 하나가 내 몸을 통제한다. 호르몬 약이 없으면, 갈증이 나서 물을 계속 마셔야 하고, 화장실도 30분에 한 번씩 가야 한다. 약을 먹으면 계속 살이 찐다. 억지로 운동하고 식이조절을 해야 한다.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아산병원으로 옮겼더니, 의사 선생님이 약을 좀 줄여주셨다. 처음엔 힘에 부치고 피곤했지만, 줄어든 약에도 정상적인 수치를 보인다고 하니 기적이다. 조그만 알약 하나, 구내용 필름용지 하나는 나를 기적처럼 살아내게 하고 있다. 몇 년 전 서울시내 사이렌이 울려서 정말 대피해야 하나 싶었을 때가 있었다. 당시에 혼자 집에 있었는데, 캐리어를 꺼내 가장 먼저 챙긴 건 2리터 삼다수 2개와 약이었다. 나의 생명수다. 배우자 NAS도 챙기고, 노트북, 현금, 외장형 하드디스크, 각종 서류를 챙겨 캐리어에 담다가 생각했다. 약이랑 물이 없으면 난 살아갈 수 없는데? 대피하러 밖으로 나가려다가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내게 물과 약은 기적이다.


고등학교 겨우 졸업할 까 말까 하던 내가 대학에 입학했다. 턱걸이로 입학하긴 했지만, 안동에서 여고를 나와 서울 에 있는 유학생이 된 건 기적이다. 운이 좋아 언니가 먼저 직장을 서울에 잡아 둔 덕분에 덩달아 나도 서울 유학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부모님 없이 언니랑 살아갈 수 있었던 건 기적이다. 그렇게 입학한 학교에서 4년을 보내고, 석사 2년, 박사 4년 10년을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것도 기적이다. 아르바이트도 한 번도 안 해 보고,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건 기적이다. 부모님 덕분에, 교수님 덕분에 학교 생활을 했다. 교수님 덕분에 하와이 학회를 시작으로 스위스, 미국 올랜도, 호주 멜버른, 체코 까를로비바리, 중국 허베이, 제주도를 다녀올 수 있었다. 내가 해외를 다녀오다니, 그건 기적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할 곳을 찾았다. 학과에 새로운 교수님이 오셨는데, 직장에서 본부장을 하다가 오신 분이라 했다. 전에 들어본 적 없는 회사였지만, 덕분에 그 회사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한 번 지원해보자 싶었다. 취업 원서 한 번만에 합격한 바람에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기적이었다. 더군다나 지방이 아니라 서울 지역에 배정받은 것도 기적이었다. 지방에 다시 내려갈 뻔했다가, 서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약 20년 전, 송파에 직장을 얻으면서, 방이동 빌라 3층에 살았다. 아빠가 얻어 준 1억 원 전셋집이다. 방이 세 개고 화장실은 하나였다. 지방에 살고 계시던 아빠, 엄마가 서울로 올라와 함께 살기로 해서 방 3개 집을 구했는데, 아빠는 서울에서 살기 싫다고 하셨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부모님은 서울에 올라오셔서 1~2주일 정도 지내다가 집에 내려가곤 하셨다. 대학원 시절 자칫방에는 화장실이 집 밖에 있었는데, 이사를 온 후로 집도 넓고, 화장실도 방에 있으니 너무 풍요로웠다. 기적이었다. 그럼에도 대중교통 타고 아파트 앞을 지나가다 보면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 중에서 내 집은 언제 생길까 부러움을 가지며 살았다.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고등학교 때 수술 후유증으로 나는 약에 의존하는 사람이었고, 임신은 자연적으로 불가능했다. 후회 없으려고 시험관 아기를 한 번 시도해 보긴 했지만, 시술 후 바로 오산에서 회의가 있어서 차를 몰로 바로 출장을 다녀왔더니, 실패였다. 그래도 시도는 한 번 해 본 걸로 끝냈다. 다행히 배우자는 아이를 보면 반응이 없고, 강아지를 보면 뒤셴의 미소가 절로 나오는 편이라, 둘만 잘 살아보기로 했다. 어머님이 한약을 한 번 먹어 보라고 50만 원 쥐어주셨었는데, 그냥 통장행이었다. 그 후로 다른 말씀은 없으시다. 남편과 결혼하면서 첫 신혼집을 아파트로 마련했다. 전셋집을 구하려고 돌아다니다가 집이 없어서 매수를 하게 되었는데, 나는 처음 살아보는 아파트였다. 기적이었다. 내가 아파트에 살게 되다니!


작장에 입사하자마자 포닥 지원 사업이 있었다. 매년 떨어졌지만, 10년 동안 지원했다. 10년 차가 되었을 때 아무도 지원한 사람이 없어서, 내가 선정되었다. 기적이다. 그렇게 미국에 가서 혼자 1년을 살고 왔다. 혼자 미국에서 살다 온 건 기적이다. 나 혼자 외국 식당에 가서 피자 한 판을 시켜 먹기도 하고, 인도 친구들이랑 인도식당, 아프리카 식당에 같이 가서 밥을 먹고, 현지인 가정집에 초대받아 쌩스기빙 데이를 함께 보낸 것도 기적이다.


한국으로 돌아와 무료해진 일상에 서점을 방문하면서 새로운 기적을 맛보는 중이다. 내가 2900일이나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고, 글을 쓸 줄이야. 직장이 아닌 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날 줄이야. 내가 종이책 3권 이나 쓸 줄이야. 내가 364일 하루도 빠짐없이 브런치에 글을 쓸 줄이야. 내가 마흔여섯에 조기 퇴직할 줄이야. 내가 글 쓰기 수업을 할 줄이야. 내 삶은 모두 기적으로 가득했다. 남편이 안방에서 '푸우~'하면서 잠자고 있는 것도 기적이다. 응급실까지 가서 수술하고 입원해 있던 남편이었으니까. 앞으로 살아갈 40년은 어떤 기적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적을 기대하진 않지만,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모두 기적이다. 어떤 선택을 하던 기적으로 바뀌었다. "그래, 그러자!" 이것만으로 얻게 된 기적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내 삶은 기적이다." <거인의 생각법>, 토니로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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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 책 쓰기 코치 와이작가 이윤정

2900일+ 꾸준한 독서, 365독 글쓰기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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