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

378.『사람을 얻는 지혜』013 의도가 한눈에 파악되지 않게 하라

by 와이작가 이윤정

"마지막 장에서 '빵' 터트려야 합니다."

정해연 작가의 《홍학의 자리》의 책이 그걸 증명했다. '아, 소설은 이렇게 쓰는 거야?'라는 생각을 들게 해 준 충격적인 책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작년에 알게 된 지인들이 이 책을 읽고 피드를 올리는 걸 보고,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궁금했다. 소설을 읽지 않던 내가 궁금증을 못 참고 소설을 펼쳤다. 오디오북으로 듣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살인 사건에서 시작했다. 어릴 때 읽었던 홈즈 추리 소설을 읽는 듯, 살인 용의자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읽기 시작했다. 알듯 말 듯 하면서도 '도대체 범인이 누구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는 등장인물의 감정을 간단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식으로 친절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독자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드는 상황을 펼쳐 놓을 뿐이다. 그렇게 독자 스스로 추론하고 생각에 빠져들게 만드는 게 소설이다. 곳곳에 의도가 숨겨져 있다. 독자는 그걸 놓치고 지나갔다가, 마지막에 가서 '아, 그게 그거였구나!'라고 떠올린다. 의도를 숨긴 글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부동산 거래 현장은 말보다 침묵이 많은 곳이다. 매수자는 가격이 오를 것 같아도, 티 내지 않는다. "요즘 분위기 안 좋던데요?"라며 무심한 척한다. 마음은 이미 반했다. 애써 표정을 차갑게 한다. 매도자는 반대다. 팔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안 팔아도 되는데, 더 살고 싶은데..."라며 집을 보러 와줘서 기쁜 내색을 숨긴다. 급한 사람처럼 보이면, 가격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는 양쪽의 눈치를 본다. 공인 중개사의 목적은 오직 '거래 성사'에 있기 때문이다. 한쪽이 거부하면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 매수자와 이야기할 때와 매도자와 이야기할 때 중립적이지만, 정보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다. 중간중간 흘리는 말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매도자에게는 손님이 요즘 없다고 하고, 가격이 비싸다고 한다. 매수자에게는 보러 오는 사람이 많다고 하고, 좀 있다가 한 팀 또 보러 온다고 말한다. 이 가격대에 이 물건이 제일 좋다고 설명한다. '매수 심리'와 '매도 심리'를 자극하는 말을 양쪽에 다르게 표현한다. 정보를 흘리는 것 같지만, 교묘한 거래를 성사하기 위한 장치가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진짜 고수는 자신의 의도를 숨기고 질문을 통해, 정보를 파악해 낸다.


글을 쓸 때나, 인생을 설계할 때는 의도를 드러내면 상대방은 방어가 생기고, 설득이 어려워진다. 때론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사람들이 내가 의도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숨기는 것은 거짓이 아니다. 단지, 상대방이 직접 발견하게 만드는 '여지'는 있다. 보이지 않는 선이다. 의도를 숨기는 게, 바로 전략이다. 초보자는 처음부터 의도가 다 드러난다. 글을 쓸 때든, 집을 사고팔 때든 표정만 봐도 딱 안다. 고수는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본다. 드러내지 않지만 다시 살펴보면 곳곳에 추측할 수 있는 숨은 정보들이 있다.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작가는 독자에게 전할 메시지를 정한다. 처음부터 메시지를 말해버리면, 독자의 긴장감을 빼앗는 상황이 돼버린다. 그 순간 다음으로 넘어간다. 작가는 독자에게 '선물'을 주어야 한다. 즉, 독자 스스로 발견하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상황으로 써야 한다. 다시 말해, 작가가 글을 쓰려면, 이런 고민이 필요하다. '독자의 발견'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고수의 책 쓰기 전략이다. 처음부터 드러내지 않고, 마지막에 가서 퍼즐이 맞춰지는 구조, 독자는 그곳에 다다르기 위해 몰입하게 된다. 매수자와 매도자를 설득해 거래를 성사시키는 공인중개사가 거래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주변 곳곳에 '전략의 장'이 존재한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본다면, 숨은 의도를 파악하기 쉬워진다. 말하지 않은 것, 듣지 못한 것에 숨은 의도를 찾아보자. 보이지 않는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면, 의도를 역이용할 수도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 너무 쉽게 빵 터트린 건 아닐까? 조금만 아껴보자. 지금 준비하고 있는 그 일, 한 발 물러서서 설계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5월은 가정의 달이라 선물하는 경우가 많다. 선물을 할 때는 '그냥 생각나서'라는 말 한마디에 담아본다. 명절, 생일, 기념일이 아닌 날 이유 없이 선물을 건네면 서프라이즈다. "커피 좋아했지?" 하면서 드립팩 하나를 건네준다. 선물을 줄 때는 상대방이 부담스럽지 않게 자연스럽게 공유하듯 건넨다. "두 개 샀는데, 하나가 남았어. 너도 좋아할 것 같아서."라며 건넨다. 선물처럼 보이지 않아도 마음속 깊이 스며드는 선물로 전달된다. 일상 속에서 주고받았던 걸 기억하고 있다가 슬쩍 꺼내놓는다. 우연을 가장한 준비다. 상대방에겐 일상 속 작은 행복으로 전달된다.


의도를 감추고 마음을 전하는 기술, 그것이 글쓰기든, 선물이든, 인생이든 조용하지만 강한 설득의 힘이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그걸 설계할 줄 아는 사람이 결국 오래 기억된다. 소설 속 반전은 마지막에 빵 터뜨리면 되지만, 현실 속 마음은 조용히 오래 남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지금 준비 중인 일, 조금은 더 아껴두자. 당신의 마지막 장이 더 크게 울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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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두 번째 의도대로, 때로는 첫 번째 의도대로 행동하라." -『사람을 얻는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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