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규칙, 나만의 자존심

415.50『사람을 얻는 지혜』현자는 자신에게 가장 엄격하다

by 와이작가 이윤정

물어볼게요. 당신은 자신에게 얼마나 엄격한 사람인가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지켜내는 무언가가 지금도 있나요?

저는 2990일째 평단지기 독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요.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꾸준하냐고 물을 때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평생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읽고 쓰고 나누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입니다.


다짐과 실천 사이의 괴리

올해 초 토스에서 제공한 캘린더 한 장을 받았습니다. 365일 돈 관리 일정표였는데, 가계부를 쓰기엔 부족한 공간이라 먹은 것을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한두 달 꾸준히 적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멈췄습니다. 지난달에는 일주일간 미뤄둔 캘린더에 스마트폰 사진 폴더를 열어 찍어둔 사진을 보고, 외식한 날만 기록했습니다. 날짜를 다 채웠는데 6월엔 역시 또 빈칸이 생겼습니다.

하겠다고 하고서 칸을 채우지 않은 것을 그냥 보고 지나칠 때가 많습니다. 눈에 보여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죠. 가끔 정신을 차리고, '아! 저거 채워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혼자 양심의 가책을 받습니다.


배달원을 위한 작은 배려

어제 오후 한 시쯤 갑자기 집안 전체가 정전됐습니다. 어디 물어볼 곳도 없어서 관리실에 전화했지만 받지 않더군요. 우리 집만 정전일까 봐 걱정했지만 두꺼비집에도 이상이 없었으니, 단지 전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점심도 먹지 않았던 시간이라 아무 생각 없이 점심을 배달시켜 먹자고 했습니다. 쿠팡잇츠를 열어 냉면 두 그릇을 주문했습니다. 바로 결제했고, 잠시 후 "아! 엘리베이터!"라는 소리가 튀어나왔습니다. '어쩌지?' 집이 정전이면 엘리베이터도 정전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얼른 쿠팡잇츠 고객센터에 1:1 채팅을 시도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이라 배달을 취소해 달라고요. 배달원이 10층 이상 짜증내며 계단을 걸어 올라올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다행히 주문 취소를 해주었고, 남편과 저는 배달 주문했던 식당에 직접 가서 점심을 먹고 왔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미안한 일을 시키면 우리 부부는 양심의 가책을 받는 사람들입니다.


화내지 못하는 사람

어제 생수통 8박스가 도착했습니다. 집안에 들여놓으려니 기존에 생수통 두는 곳을 치워야 했습니다. 행사하고 남은 과자 박스가 쌓여 있어서였죠. 남편이 옆에 과자 박스를 올려놓으니 과자 박스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비닐에 담아둔 과자들도 옆으로 쏟아졌습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남편이 짜증이 났는지, 과자 봉지를 주먹으로 팍팍 때렸습니다. 저는 조용히 가서 과자 박스에 남은 과자는 냉장고에 넣고 빈 박스는 종이 수거함에 버렸습니다. 비닐봉지에 남은 과자는 부엌 싱크대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남편과 저는 화가 나더라도 화를 제대로 분출할 줄 모릅니다. 남편의 경우 겨우 "으윽!" 하며 양손을 주먹 쥐며 내뱉는 소리가 전부입니다. 누구는 욕을 하며 입 밖으로 내뱉으며 분을 표하는 사람도 있지만, 남편과 저는 이렇게 화를 낼 줄 모릅니다.

어제 문득, 우리는 양가 부모님들이 너무 선하게 살아오셔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오냐오냐 하시며 지내시던 부모님은 자식에게도 엄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가장 엄하게 살아오신 듯합니다.


나만의 절대 규칙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 있습니다. 출장 가는 날도 있고, 해외여행 가는 날도 있지만 하루 10분 독서를 이어왔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날에도 독서하고 글을 썼습니다. 물론 아주 간단하게 리뷰하기도 하고, 저녁 늦게 리뷰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합니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아도 저 자신에게 가장 엄격하게 대합니다. 이 규칙은 저에게 국룰입니다.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누가 강제로 시킨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왜 이 습관을 유지하는 걸까요?

다른 건 못해도 이것 하나만은 해보겠다는 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겼습니다. 누군가에게 떳떳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게 꾸준함밖에 없으니, 이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지켜보는 중입니다. 언제까지 이어갈지 모르겠지만요.

만약 하루가 무너지는 날이 생기면 자책을 엄청할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게 하루아침에 무너지면 속상해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루 빠진다고 인생이 무너지는 건 아닐 것입니다. 저에게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안티 게으름쟁이의 자존심

『내일의 가능성』에서 '안티 게으름쟁이'라는 단어를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제 경우는 쉬면 몸이 아픕니다. 뭐라도 하고 있어야 몸도 마음도 건강합니다. 대신 나이듦에 따라 내려놓을 일들도 있을 테지만, 절대 저의 자존심은 잃지 않는 습관 하나만은 이어가보려 합니다.

아무도 모를 때도, 당신만은 아는 자존심의 기준이 혹시 있나요?


Write, Share, Enjoy!

"절대 자존심을 잃지 말라."

415.50『사람을 얻는 지혜』현자는 자신에게 가장 엄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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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 책 쓰기 코치 와이작가 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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