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부러워요, 배우는 독서모임

지금의 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들

by 와이작가 이윤정

9개월 만의 용기다.

온라인 네이버 카페에 가입하고 처음 독서모임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 신청부터 긴장이었다. 책은 읽긴 했지만 내가 책에 대한 감상을 말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독후감 쓰는 건 겨우 줄거리 요약만 했을 뿐, 읽고 난 소감을 적는 건 스트레스였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이 모이는 독서모임에 큰 용기를 내보았다. 내향형인 내게는 신청 자체부터 용기였을지 모른다.


처음 모임에 참여하는 날, 50분이나 일찍 독서모임 장소에 도착했다. 셔터가 닫혀있었다. 9시에 시작하는데, 8시 30분에 문을 연다고 했다. 전에 와 본 사람들은 이미 운영방법을 알고 있었다. 일찍 와서 카페에서 지인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하고 참여하는 듯 보였다. 문이 열리기 전 자기소개를 돌아가며 하면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문이 열리고 입장하고는 서로 인사를 나누느라 활기찬 분위기였다. 직장에서 느낄 수 없었던 열정과 반가움들이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얼굴을 익혔던 사람도 있었고, 온라인 카페에서 익숙한 닉네임도 보였다. 닉네임을 다 외우지 못했다. 글을 올릴 때마다 댓글 달아준 분들이 특히 반가웠다. 쑥스러워 적극적으로 인사나누지 못하고 온 게 아쉬웠다.


《레버리지》를 함께 읽는 시간

대규모 독서모임이라 사회자가 나와 분위기를 이끌었다. 퀴즈도 내고, 경험담도 나누는 시간을 보내고, 한 시간 동안 독서모임 조별 토론을 이어갔다. 조장이 있었다. 여섯 명이 한 조다. 그날 읽고 간 책은 바로, 롭 무어의 《레버리지》였다. 일상생활에서 레버리지 할 부분은 무엇인지, 본인이 생각하는 레버리지의 의미가 무엇인지, 책의 핵심 키워드 3가지, 나의 가치 목록에 있는 게 무엇인지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고, 바꾸고 싶은 것을 순서대로 배치해 보고, 이 책과 연관 지어 읽어볼 책이나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 책 읽고 난 전후 레버리지에 대한 인식변화와 그에 따른 에피소드가 있는지 주고받는 자리였다.


열 권의 독서보다 한 권으로 열 명이 함께

독서모임은 처음이었다. 책 줄거리만 요약하곤 했는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훨씬 많았다. 잊고 있었던 부분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왜 열 권의 독서보다 한 권으로 열 명이 함께 하면 좋은지 깨닫는 시간이었다. 토론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였다. 재테크, 헬스, 직장생활, 청소 노하우까지 골고루 이야기를 각자의 전문 분야에 맞춰 레버리지 하는 걸 들려주었다.


평가의 자리가 아닌 응원의 자리

그제야 깨달았다. '아, 이곳은 평가의 자리가 아니라 응원의 자리구나.' 내 이야기도 그렇게 받아들여졌다. 어색하게 꺼낸 문장 하나에도 "그 문장, 저도 좋았어요."라고 말해주는 사람들. 누군가는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신선하네요."라고 진심을 더해준다. 나의 사소한 경험이 누군가에겐 큰 자극이 된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좋았다. 쑥스러웠다. 적극적으로 인사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다음에 참석하면 꼭 고쳐서 더 많은 분들과 인사 나누고 오고 싶을 정도였다.


독서모임만의 적자생존

적자생존, 독서모임에서는 다르게 작동하고 있었다. 직장에서는 '말 잘하는 사람', '결과 내는 사람'이 주목받는다. 하지만 독서모임은 조금 다르다. 계속 오는 사람, 배우려는 사람, 묻고 경청하는 사람이 중심이 된다. 이게 바로 독서모임만의 '적자생존'이다. 여기서의 '적자'는 '적응하는 자'이며, '생존'은 '지속하는 자'다. 내향인도 괜찮고, 말주변이 없어도 괜찮다. 단지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 매번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진짜 친구는 부럽다고 말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부럽다고 솔직하게 말해 주는 독서모임이라 회사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내향인을 위한 독서모임 참여 시 실천 팁 다섯 가지

첫째, 짧게라도 말해보자. 긴 말이 부담스럽다면 "저도 공감했어요"처럼 짧게 말문을 열어보자. 한 마디로도 충분히 마음은 전달된다.

둘째, 질문으로 연결한다. 느낀 점을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저는 이 부분이 궁금했어요"라며 질문을 던지면, 자연스럽게 대화에 들어갈 수 있다.

셋째, 감상을 미리 메모해 간다. 말로 꺼내기 어렵다면, 한두 줄이라도 메모해 가자. 노트를 보고 말하면 훨씬 편안하다.

넷째, 리액션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자. 적극적인 리액션, 고개 끄덕이기, 미소 지어주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진심은 전해진다. 듣는 힘도 중요한 기여다.

다섯째, 모임 후 개인 메시지나 댓글을 남긴다. 모임 후 "오늘 이야기 인상 깊었어요." 같은 메시지는 또 하나의 연결고리가 된다. 1:1 소통이 내향인에게 더 어울리는 법이니까.


긍정의 언어를 나누는 사람들

자기계발서가 주는 감정 에너지가 있다. 재테크 책, 심리책, 습관책을 함께 읽었다. 책 하나 읽었다고, "그걸 실행하다니 대단해요"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 "부러워요, 그런 시도 용기 있으시네요."라는 말. 직장에서 듣지 못한 인정의 말들을, 독서모임에서 들을 수 있다.

자기계발서는 사실, '긍정의 언어'를 나누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을 함께 읽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긍정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덕분에 나는 내가 어디쯤 있는 사람인지, 어떤 시도들을 해왔는지 더욱 뚜렷하게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초보라서 가까운 곳에서 더 많이 배울 수 있다. "그건 이런 뜻이래요.", "그 부분, 나도 어렵더라고요.", "다음에 그 책도 같이 읽어봐요."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고민을 솔직히 말할수록, 더 많은 팁이 쏟아진다. 책에 나오지 않는 실제 경험담, 실패와 좌절을 솔직하게 들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멘토링의 장이 바로 독서모임이다.


다른 목표, 같은 마음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어도, 함께 가는 길이었다. 나는 직장인들의 시간관리가 궁금했고, 누군가는 경제 공부가 필요했고, 또 다른 사람은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목표는 다 달랐지만, 함께 같은 책을 읽으며 서로를 지지하는 힘은 같았다. 서로의 목표를 듣고 응원하다 보니 오히려 내 목표까지 더 분명해졌다.


독서모임은 '나의 지금'을 인정해주고, '다음 나'로 나아가는 첫 용기를 만들어 주었다.




A. 아... 독서모임? 나 같은 사람이 가도 될까?

C. 시작해보자,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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