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리더가 되는 순간
2017년 9월부터 2019년 9월까지, 2년 동안 독서모임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두려워했다. 『레버리지』를 읽고 다녀온 독서모임 이후로 무조건 다음 모임도 참여하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책 읽기의 뿌듯함과 그걸 함께 나눈다는 즐거움 때문이었다.
재테크 카페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이었다. 직장인들이 꽤 많았고, 토요일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진행했다.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미리 책을 읽고 독서 토론 주제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 온다.
독서모임은 단순히 책만 읽는 자리가 아니었다. 함께 읽은 『완벽한 공부법』을 통해 나는 목표 설정과 동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모임 참여 전날 밤에 생각하는 핵심 키워드 3가지와 가장 인상 깊게 본 것, 깨달은 것, 적용할 것에 대한 질문지에 답을 미리 정리했다. 올해 목표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도 나에게 질문했다.
공부 덕분에 풍요로워진 내 경험과 왜 공부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2017년 100권의 책을 읽고 성장하고, 자존감을 높인 경험이 떠올랐다. 재테크 강의를 들으면서 실천으로 옮기기도 했고, 어느 날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며, 스스로 책임지는 공부가 투자보다 먼저라는 철학이 내 안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가 자주 있다. 그럴수록 슬럼프에 빠지기 쉽다. 어떻게 극복하고 다시 긍정의 힘을 얻었는지도 생각해 보았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이 떠오른다. 부정적인 단어보다는 긍정적인 단어로, '그러나' 대신 '그리고'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동기부여할 수 있게 조언하고 성장하는 환경이 필요했다.
좋은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7가지 기술을 나열하니 일관성, 존중, 경청, 조언, 겸손, 칭찬, 실수가 있다. 어느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선택한 기술을 회사, 가정, 네이버 카페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에 대해 답변을 미리 적어보았다.
이 밖에도 시간관리, 부와 성공, 습관 등의 자기계발서와 부동산, 경제 관련 등 재테크 책을 위주로 한 권씩 읽고 모였다. 각자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다. 직장이 아닌 곳에서, 낯선 사람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하는 경험은 신선했다. 사람이 낯설고 말을 잘 못하던 내향적인 나도, 두 번째 모임부터는 점점 용기가 생겼다. 내 경험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누게 되었고, 거기서 나와 다른 사람들의 가치관을 인정하는 법도 배웠다.
책에서 본 내용과 각자 본 내용을 이야기한다. 한 권의 책에서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춰서 읽다 보니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게 다양했다. 비로소 독서모임이란 나와 생각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걸 배운 시간이다. 틀린 게 아니라 우리는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시간이었다.
매번 같은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로 조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늘기 시작했다. 차츰 온라인에서 본 사람을 오프라인에서 만나다 보니, 더 이상 낯선 관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가워서 인사 나누고, 지난달과 달라진 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안부 인사까지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변화가 찾아왔다. 기존 멤버들이 빠지고 새로 들어온 사람들로 자리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모임은 여전히 유지됐지만, 어느 순간 책 이야기는 줄고 재테크 기초 질문으로 대부분의 시간이 채워졌다. 100~200명이 모이는 대형 카페였고, 운영진이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구조였기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건 어려웠다.
그때 생각했다. ‘그럼 내가 한번 해볼까?’
그래서 결심했다. 내가 직접 독서모임을 열어보기로. 2년 동안 독서모임에 참여해 본 결과 리더의 역할은 그저 발제문을 안내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골고루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일이면 충분했다. 3년 전 같이 재테크 공부를 시작했던 사람들과 동네 지인들에게 내가 직접 독서모임을 운영해 보기로 했다고 알리기 시작했다.
첫째, 첫 모임은 한 명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 처음부터 대규모를 기대하지 않아도 된다. 단 한 명이라도 "이 책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눠볼래?"라고 제안해 본다.
둘째, 책 선정은 '주제' 기준으로 정한다. 재테크, 습관, 관계, 뇌과학, 감정, 마케팅, 1인 기업, AI 등 관심 키워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책을 찾으면 참여자의 몰입도가 높아진다.
셋째, 발제문은 단순하게 만든다. 어려운 질문만이 좋은 질문이 아니다. 실생활에서 함께 나눌 만한 질문일 때, 오히려 독서모임의 진가를 발휘한다. 각자 하나의 질문만 공유해도 충분하다. 예를 들면, '인상 깊었던 문장과 고른 이유는? 이 책에서 가장 공감한 부분은? 지금 내 삶에 적용해 볼 수 있는 것은?' 같은 질문이다.
넷째, 모임 규칙은 단순하고 명확하게 만든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이야기하거나, 다음 사람 한 명을 지목하는 순서로 해도 괜찮다. 노쇼, 지각에 대한 규칙을 미리 만들어두어도 좋다. 한 명이 빠진다고 기운이 빠지는 독서모임이 되면 안 된다. 되도록 편안하지만 단순한 규칙을 만든다.
다섯째, 모임 후에는 한 줄 소감 또는 톡후감을 남긴다.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눈 뒤, 톡으로라도 한 줄 소감을 나누면 정리가 된다. 나 자신에게는 피드포워드, 개선사항이 되고, 상대에게는 연결의 끈이 된다. 서로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귀한 기회이기도 하다.
독서모임은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단 한 사람과 함께라도, 당신은 당연히 괜찮은 리더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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