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88 때로는 모르는 척 넘어가야 할 때도 있다
4박 6일간의 여행에서 돌아왔다. 싱크대에 물때와 곰팡이가 살짝 생겨 있었다. 푹푹 찌는 더위 탓이겠지. 예전 같았으면 "싱크대도 좀 잘 닦지!" 하며 잔소리부터 했을 텐데, 요즘은 좀 달라졌다. 그냥 모르는 척하며 컵을 씻으며, 수세미로 스윽 주변을 닦았다.
남편이 지나가며 한 마디 던진다. "와이프, 집에 왔구나. 또 마음에 안 드는가 보네." 들켜버렸다. 남편 없을 때 조용히 청소할 계획이었는데 말이다. 남편과 나는 각자 '깨끗함'의 기준이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지나친 간섭은 서로에게 불편함만 안겨줄 뿐이다.
《사람을 얻는 지혜》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절대 모든 일을 너무 하나하나 따지지 말고, 특히 마음에 들지 않는 일에서는 더 그래야 한다."
얼마 전 지인 C님이 자기소개를 했다. "지금은 많이 너그러워졌지만, 과거엔 하나하나 다 따지는 성격이었어요." 가수 이효리도 유퀴즈에 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젊었을 때는 코디나 방송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조목조목 따지며 지적했다고. 지금은 오히려 "더 잘할 수 있지 않아?"라고 부드럽게 말한다고 했다.
지적과 조언, 그 미묘한 경계선을 넘나들며 살아가고 있다. 선을 넘으면 상대방에게 불쾌감만 안겨준다.
어제 인천공항에서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캄캄한 새벽 2시, 화염에 휩싸인 승용차 한 대가 보였다. 무심코 지나가려다 문득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조석에 있던 언니에게 112에 신고를 부탁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었다.
한참 지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차에 소화기가 있었나? 차를 멈춰서 직접 도와야 했던 건 아닐까?'
아이러니했다. 타인의 작은 잘못은 모른 척 넘기지 못하면서, 정작 타인의 위험한 순간은 모른 척 지나쳤던 것은 아니었는지.
관계를 살리는 지혜로운 무시의 기술을 소개해본다.
1. 상대의 행동을 '일시적'이라고 가정하기
"저 사람 원래 저래"보다는 "오늘만 그런 걸 수도 있어"라고 생각해보자. 컨디션이 좋지 않을 수도, 단순한 실수일 수도 있다. 이 하나의 생각 전환이 관계의 온도를 바꾼다.
2. 감정적 반응을 한 시간 미루기
바로 말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면, 그것이야말로 멈춰야 할 신호다. 한 시간만 지나도 "아무 말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감정의 파도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다.
3. '한 번은 넘어가 주기' 여유 갖기
매번 지적하면 관계는 피곤해진다. 신뢰도 쌓이지 않는다. "한 번은 넘어가 주자"는 여유가 오히려 신뢰를 만든다. 완벽함보다는 관계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4. 나의 기준과 타인의 기준 분리하기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상대방의 기준은 다를 수 있다. 모두가 내 기준대로 살아야 하는 건 아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많은 갈등이 줄어든다.
5. '지적' 대신 '제안'하기
지적은 방어를 부르지만, 제안은 참여를 유도한다. "왜 그렇게 해?"보다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가 부드러운법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전달하는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사람을 얻는 지혜》에서 말하는 '관대하게 처신하라'는 조언은 단순한 참을성을 말하는 게 아니다. 때로는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것이 진짜 지혜라는 뜻이기도 하다. 작은 것에 매몰되어 큰 것을 놓치지 말자. 상대방의 작은 실수보다는 그 사람과의 관계 자체가 더 소중하다는 점을 놓치지 말자. 때로는 모르는 척 넘어가는 일이 그 사람을 진짜로 아끼고 있다는 증거다.
완벽한 관계는 없지만, 서로의 불완전함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관계는 있다. 관계 속에서 우리는 진짜 사람을 얻는다.
"관대하게 처신하라." 《사람을 얻는 지혜》 88 때로는 모르는 척 넘어가야 할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