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172. 명예를 얻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지만 사소
저녁에 라이팅코치 글쓰기 수업이 있었다. 인터뷰 중, S부장이 직장에서 겪은 일을 들려주었다. 경력직 직원 한 명이 업무 조정이 잘 되지 않아 사직서를 내고 싶다고 했단다. S부장은 잠시 쉬었다 오라며 휴가를 제안했고, 스타벅스 상품권까지 건넸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본부장에게 전해졌고, 본부장은 오히려 S부장의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표, 본부장, S부장, 그리고 사직서를 낸 직원.
과연 누구의 리더십이 부족한 걸까?
퇴사하겠다고 말하는 건 이미 잃을 게 없다고 느끼는 사람의 마지막 카드다.
월급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크고, 감정보다 논리가 앞서야 할 순간에 감정이 폭발했을 때다. 한 번 사직서를 낸다는 말은 이미 그 조직에서 마음이 떠났다는 신호다. 그릇에 담긴 물이 엎질러진 것처럼, 다시 담으려 해도 예전처럼 채워지지 않는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용히 쌓인 불만이 어느 날 작은 자극 하나로 폭발한다.
그때 한마디 말이, 한 번의 행동이, 수년간 쌓아온 커리어를 흔들어 놓는다.
특히 감정이 앞설 때는 평소의 냉철한 판단이 무너진다. 그런 순간일수록 ‘말 대신 글’을 쓰는 습관이 좋다. 나 역시 경험이 있다. 억울함, 분노, 서운함이 뒤섞여 도저히 입을 다물 수 없을 것 같은 순간. 일단 빈 화면을 켜거나, 노트를 편다.
‘이건 정말 말로 꺼내면 끝이겠구나’ 싶은 이야기들을 글로 쏟아낸다. 이상하게도 쓰고 나면 마음의 열기가 조금씩 식는다. 그제야 비로소 ‘싸울 필요가 없겠다’는 걸 깨닫는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감정의 안전장치다. 말로는 상처가 되지만, 글로는 다독일 수 있다.
글을 쓰면서 사람은 다섯 단계를 거친다.
1. 감정을 전부 쏟아낸다. 프리 라이팅처럼, 아무 검열 없이 적는다. ‘나쁘다, 싫다, 억울하다’ 전부 쓴다.
2. 객관적인 시선이 생긴다. 적다 보면 나 자신을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3. 좋았던 점을 강제로라도 찾게 된다. 글을 다 쓰고 나면 ‘그래도 이런 배움은 있었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4. 마음이 정리되고 평온이 찾아온다. 글을 쓰는 동안 감정의 불꽃이 점점 잦아든다.
5. 존재감이 회복된다. 누가 읽지 않아도, 나 자신이 내 이야기를 들어줬다는 사실이 위로가 된다.
싸움은 순간의 승패를 남긴다. 글은 나를 살린다. 직장에서, 관계에서, SNS에서 감정이 폭발할 때마다 글로 피신할 수 있다. 글을 쓰는 동안 싸움의 불길은 잦아든다. 감정의 파도는 제자리를 찾는다. 링컨 대통령도 보내고 싶었던 결전의 순간 편지를 서랍에 넣고 닫은 적이 있다.
상대를 이기려 하기보다, 글로 다스리는 게 필요하다. 오늘도 싸우지 않고, 글을 쓴다. 또 다른 나를 설득하기 위해서다. 싸움은 관계를 잃게 하지만, 글쓰기는 독자를 살리는 일이다.
단, 독자의 범위에는 '나' 자신도 들어간다. 그리고 이렇게 쓴 글은 읽지 않고 써서 봉투에 담아 두는 것도 방법이다. 바로 누군가에게 전달하기 보다는 일주일이상 묵혀두었다가 읽어보거나, 더 이상 읽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사람을 얻는 지혜』 172. 명예를 얻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지만 사소한 일로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다.
"잃을 게 없는 사람과는 싸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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