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187 통치 기술은 상과 벌 없이는
어제 아빠와 통화를 했다.
“어지러워서 병원에 다녀왔다.”
가슴이 철렁했다. 의사 선생님은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하며 영양제 하나를 처방했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이 ‘보호자 없냐’는 질문에 아빠는 늘 똑같이 답하신다.
“아무도 없습니다. 혼자에요.”
아빠는 혼자 병원에 가시고, 혼자 치료받고, 혼자 집으로 돌아오신다.
아빠가 어디가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보니 의심 가는 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예전에 달팽이관에 문제가 생겨서 균형감각을 잃고, 어지럽다고 누워계셨던 적이 있었다. 이비인후과에 가봐야하는 거 아닐까 생각이 든다. 또 다른 하나는 뇌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신경과에 가서 MRI나 CT촬영을 해야하나 싶다. 어딜 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아빠가 어떤 원인으로 어지러울까? 의사 선생님 기준에서 예상해달라는 프롬프트에 챗GPT는 5가지 원인을 알려준다. 역시 나보다 똑똑한 챗GPT다.
1️⃣ 기립성 저혈압 (orthostatic hypotension)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앉거나 누워 있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혈압이 순간적으로 떨어지면,
뇌로 가는 혈류가 잠시 줄어 어지럽게 느껴집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혈관 탄력이 떨어지고, 약물(혈압약 등) 복용 시 더 잘 생깁니다.
- 진단 포인트: 눕고, 앉고, 선 상태에서 혈압을 각각 재봅니다.
- 관리법: 천천히 일어나기, 충분한 수분 섭취, 염분 적당히 보충.
2️⃣ 이석증 (BPPV, 양성 돌발성 체위성 현훈)
‘달팽이관 안의 돌(이석)’이 제자리를 벗어나 균형감각을 흐트러뜨리는 질환입니다.
머리 위치를 바꿀 때 어지럽고, 몇 초~1분 이내 사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버님이 예전에 달팽이관 문제로 누워계셨던 적이 있다면 재발 가능성이 있습니다.
- 진단 포인트: 이비인후과에서 ‘Dix-Hallpike 검사’로 확인.
- 치료법: ‘이석정복술(Epley maneuver)’로 제자리 돌려놓기.
3️⃣ 메니에르병 / 내이염 등 내이 질환
귀 안쪽의 내림프액 이상이나 염증으로 생기는 현훈입니다.
이명(삐- 소리), 귀 먹먹함, 청력 저하가 동반될 때 의심합니다.
- 진단 포인트: 청력검사 + 평형기능검사.
- 치료법: 염분 제한, 이뇨제, 항히스타민제, 필요시 스테로이드.
4️⃣ 빈혈 / 혈당 저하 / 탈수
영양 부족, 수분 부족, 또는 갑작스런 혈당 하강으로도 어지럼증이 생깁니다.
특히 식사 거르거나, 더운 날씨에 땀 많이 흘리면 나타납니다.
- 진단 포인트: CBC(혈액검사), 혈당, 전해질 검사.
- 관리법: 규칙적 식사, 물 자주 마시기, 철분 보충제 등.
5️⃣ 뇌혈관 질환 (소뇌경색, 일과성 허혈발작 등)
이건 가장 위험한 경우입니다.
갑자기 어지럽고, 말이 어눌하거나 손발 힘이 빠지는 증상이 동반된다면
즉시 신경과 진료 및 MRI 촬영이 필요합니다.
- 경고 신호: 한쪽 얼굴 마비, 구토, 두통, 보행 불안, 언어장애.
- 조치: 응급실 내원 → 뇌 영상검사.
오늘도 어김없이 전화를 했다.
"오늘 뭐 하셨어요?"라고 물으니, 별 말 없다가 서예하고 왔다고 한다. 오늘 점심에 가족 카톡방에 아빠가 꽃 사진 4장을 공유해 주셨다. 노들섬에 다녀오셨었는데, 잊어버리셨는지 말씀을 안하신다.
어지럼증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여전히 조금 어지럽다고 한다. 저녁 8시 30분즈음이었는데, 자려고 한다고. 내일은 이비인후과에 가보라고 이야기 드렸다. 어지러워서 병원 혼자 다녀왔다는 말, 의사선생님에게 아무도 없다고 하는 아빠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언니에게는 말도 아직 안 한 모양이다.
살다 보면, 직접 해야 할 일과 함께해야 할 일이 분명히 나뉜다. 누군가 대신 할 수 없는 일은 결국 스스로 해야 한다. 아빠의 어지럼증은 내가 느낄 수 없고, 대신 아플 수도 없다. 하지만 누군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대학생 조카에게 부탁했다. 할아버지집에서 종종 잔다. 조카에게 오며가며 할아버지 건강상태를 잘 살펴보라고 부탁했다. 조카가 알겠다고 한다. 바로 가보진 못했지만, 조카에게 할아버지 안부를 부탁할 수 있었다.
아빠는 어디 놀러가신다는 이야기기는 딸들한테 공유하지만, 아프다는 말은 묻기전에 말씀을 안 하신다. 내일은 아빠 댁에 들려보고 상태를 직접 확인해야 겠다. 조카에게 용돈 살짝 건네 주고 말이다.
내일 아침에 아빠에게 병원 같이 가자고 전화드려야 겠다.
『사람을 얻는 지혜』 187 통치 기술은 상과 벌 없이는 절대 작동하지 않는다
"유리한 일은 직접 하고, 불리한 일은 남을 통해서 하라."
전자를 통해서는 호의를 얻고, 후자를 통해서는 악의를 피할 수 있다.
파이어족 책 쓰기 코치 와이작가 이윤정
3000일+ 꾸준한 독서, 365독 글쓰기 노하우
책 한 권으로 삶을 바꾸는 실천 꿀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