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192 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모든 것을
아침에 선배의 고통에 대해 상상을 하니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면 어떻게 해야할지,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막막했다. 차를 타고 가는 길에 동기 지은이에게 전화가 왔다. 병문안 갈 때 무슨 선물을 사갈까하는 질문이었다. 랩실 최고참 선배가 전화가 안되서 내게 전화했다고. 지은이는 정관장 홍삼, 꽃, 케이크 중에 어떤게 좋을지 물었다. 설암으로 혀 수술했으니 먹을 수 없지 않겠나 물었다. 그렇다고 꽃은 병실에 가져다 놓을 수 없는 곳도 있다. 케이크는 더더욱 먹기 곤란해 보였다. 나중에 언니라도 드시지 않겠냐며 정관장 홍삼을 사자고 했다. 지은이는 며칠 전에 선배랑 통화를 했다고 했다. '통화를 했다구?'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선배가 1층으로 내려올 거라고 했다. 전화 통화를 마치고서야 안심했다.
병원에 속속 도착한 후배, 동기와 1층에서 기다렸다. 선배가 1층으로내려왔다. 휠체어도 없이, 링거병도 달지 않고 선배가 두 다리로 걸어 나왔다. 한 쪽팔에는 깁스를 했고, 입주변에는 시커먼 수염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한쪽 팔로 음료수 12병짜리 박스를 하나 들고 내려오신 거다. 병원 밖 공원으로 걸어가서 테이블에 앉아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랩실 선배 한 명이 추가로 도착했다.
선배는 3월 부터 혀가 아파서 그 때 일부 절제를 했었고, 정기적으로 경과를 지켜봤다고 한다. 그러다가 추석 연휴 전 검사결과에서 설암이라는 결과를 받았다고. 급하게 수술을 받았고 지금은 수술한 지 2주가 넘었다고 했다. 다행히 암을 다 절제 했다는 소식과 발음도 좋아졌다고. 매일 하나씩 의사가 권하는 숙제를 하고 있다고 한다. 병문안 함께 갔던 지은이 어머니도 몇 년 전 설암이었다고 한다. 몇 년동안 경과가 좋아졌는데, 선배의 발음이랑 상태가 빠른 시간내에 좋아진 것 같다고 한다. 현대 의학의 발전을 실감할 수 있었다.
12시간 전신마치 수술후 24시간 동안 재웠다고 하면서 아무튼 죽다가 살아난 느낌이라고 하시길래, 죽다가 살아난 것 맞다고 말씀 드리며 웃었다. 깨어나자마자 고개도 못 돌리고 있었고, 혈압을 150이상 높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뇌혈압이 높아질 수 있어서 사흘 전까지는 30도 각도로 침대를 맞춰놓고 잤다고 한다. 3일 전부터 바로 누워서 잘 수 있게 되었고, 앉는 것, 걷는 것, 죽 먹는 것 까지 해내고 있다며. 중환자 실에서 2주동안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일방병실로 내려왔다. 흑룡강에서 오신 간병인이 옆에서 도와주신다며 중국이야기를 자주 듣고 있다며 호탕하게 웃으셨다.
마침 후배의 생일이었다. 뚜레쥬르가 있어서 후배 생일 케이크를 사서 축하해주자고 했다. 아픈 선배는 빼고 나머지만 음료와 케이크를 먹었다. (슬퍼하는 게 아니라 평범한 일상처럼 웃으며 보내고 싶었다.) 선배가 맛있겠다며 웃는다. 두 세 시간 사업이야기, 직장 업무 이야기를 나눴다. 선배가 그제서야 피곤하다고 병실로 올라갔다.
사람이 죽다가 살아난 느낌이 들면 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않게 된다. 곧 죽게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욕망이 사라지고, 본질만 남는다.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고, 감사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님을 깨닫는다.
침대에 바로 누워 편하게 허리 펴고 자는 일, 인공호흡기 없이 숨쉬는 일, 두 다리로 걸어다니는 일, 밥 꼭꼭 씹어 먹고 먹고 싶은 음식 먹는 일이 모두 감사한 일이다. 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말자. 중요한 일에 마음 쓰자. 건강을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사람을 얻는 지혜』192 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모든 것을 가진 셈이다.
화평한 사람은 오래 산다. 자신이 살려면 남도 살게 해야 한다. 화평한 사람은 그렇게 살아갈 뿐만 아니라, 삶을 다스린다. 우리는 살면서 듣고 보아야 하지만, 침묵도 해야 한다. 낮에 다투지 않으면, 밤에는 안식할 수 있다. 오래 살면서 즐겁기까지 하면 삶을 두 번 사는 셈이다. 그리고 이것이 화평의 열매다. 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않은 사람은 모은 것을 가진 셈이다. 모든 일에 마음을 쓰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또한 사소한 일에 신경 쓰는 것도 어리석지만, 중요한 일에 마음을 쓰지 않은 것도 그에 못지않게 어리석다.
책으로 여는 두 번째 삶, 파이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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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 책 쓰기 코치 와이작가 이윤정
3000일+ 꾸준한 독서, 365독 글쓰기 노하우
책 한 권으로 삶을 바꾸는 실천 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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