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부부지

『사람을 얻는 지혜』

Nov 26. 2025

어제 일렉트로마트에 다녀왔다. 남편이 사고 싶어 했던 전자제품을 사러 갔다. 오프라인에 가면 신용카드로 할인 5%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착해 보니 행사 제품이라고 적혀있다. 할인 이벤트 중이다. 하지만 가격이 50만원대라 남편이 살까 말까 고민이다. 제품 진열대에는 제품이 없다. 온라인으로 봤을 땐 12개가 있다고 나와 있었는데 말이다. 직원에게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사지 않겠다고 한다. 기본 제품이 아니라 한 단계 위 모델이 있어서 고민중인 듯 했다. 그래도 그저께부터 설레고 있었다. 막상 도착해서 안 사는 걸로 결정하고 나니 시무룩 모드다.

간 김에 나는 아빠에게 드릴 갤럭시 폴드 Z7을 샀다. 사드려야지 마음만 갖고 있었는데, 갈 시간이 없었는데 온 김에 샀다. 아빠한테는 언제 갈 지 모른다. 남편이 오늘 가져다드리라고 했지만, 내일 부터 주말 일정이 빠듯해서 "나 주말에 바빠서 못 가!"라고 했다.

집에 오니 여전히 남편이 시무룩하다. 기분이 다운된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남편은 아니라고 한다. 이것 저것 물어보면서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려 했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그냥 포기하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포기한 걸 사야겠다고 한다. 오늘 데려다 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당연히 가능하다고 했다. 어제 보다 수량이 줄어 10개만 남았다. 얼른 가자 싶어서 오전에 집을 나섰다. 가자 마자 계산대에서 제품을 물어봤다. 제품이 계산대에 가득 쌓여 있었던 거다. 어제 계산대에서 물건 값 지불할 때는 보이지 않던게 오늘 떡하니 보인다. 내 카드가 할인 될 거라고 말하면서 내가 계산했다. 5% 후불로 할인 받으면 약 3만원 더 세이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점심 한끼 사 먹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 남편 얼굴 눈가에 미소가 보인다. 어제랑 사뭇 다른 표정이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진작에 어제 사지.' 싶었다. 남편에게 어제랑 얼굴 표정이 다른 거 아느냐고 말했다. 진짜 신기하다고. 그러자 남편이 어제 내 모습이 떠올랐다며 조목조목 이야기한다.

어제 아빠 스마트폰을 사면서 괜히 "그 동안 아빠한테는 용돈 안 드렸으니까 내가 사드려도 되겠다."라고 했다고. 그냥 사드려도 되는 데 애써 변명을 했단다.

또 하나는 있을 수 없는 일을 가지고 괜히 짜증을 냈다고 한다. 어제 핸드폰 케이스를 주문하다가 버튼을 잘 못 눌렀다. 휴대폰 결제를 선택했었는데 갑자기 화면이 사라져버렸다. 결제 인증버튼을 눌렀는데 말이다. 통신사 앱에 들어가서 결제 내역을 보니 방금 결제한 거가 보인다. 네이버에 주문 내역은 보이지 않았다. 상담원에게 연락했다. 그러자 그쪽에서는 진행하다가 멈춘걸로 나왔다고, 통신사에 확인해 보란다. 통신사에서는 분명 보였다. 갑자기 당황스러워 멘탈이 나갔다.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지난 달 결제한 내역이었다. 잘못된게 아니었다.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남편이 시무룩해 보여서 어제 불필요한 리액션을 몇 번 했다고 생각했었다. 기분 풀어지라고. 소용 없었다. 오늘 남편에게서 내 이야기를 들으니 남편이 아니라 내가 실수한 일 때문에 리액션을 했었던 모양이다. 어떻게든 내가 한 일을 없었던 걸로 무마시키려고 말이다. 개인적인 어리석음을 남편이 일깨워 주었다.

오늘 집에 와서 카드 할인을 챙겨봤더니, 이마트 일렉트로마트에서는 할인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남편에겐 비밀로 해야겠다. ㅎ

모든 일에 짜증내는 건 어리석고, 다른 사람을 비웃는 것도 어리석다. 굳이 설명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가만 있어도 될 것을.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 어제와 오늘을 더하니 일상으로 되돌아온다. 그러니 부부지. 한 명이 시무룩하면, 다른 사람은 웃어주자.

『사람을 얻는 지혜』 209 모든 것을 비웃는 사람은 모든 일에 짜증 내는 사람만큼 어리석다.
"공동의 어리석음을 피하라." 그러려면 매우 지혜로워야 한다. 모두가 저지르는 공동의 어리석음은 이미 널리 퍼져 있어 매우 막강하다. 따라서 개인적인 어리석음은 피할 수 있어도 이런 공동의 어리석음은 피하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