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식하지 말자, 독서도 명절처럼 천천히!

거인의 생각법 140 - 지속적으로 조절하기

by 와이작가 이윤정

추석 명절에 친정집에 다녀왔습니다. 아침 8시 30분쯤 출발했는데, 명절 아침이라 그런지 주말보다 훨씬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어요. 경부고속도로와 현충원 근처에서 잠시 차가 막혔지만, 주말에 친정아빠 댁에 가는 것에 비하면 수월한 편이었죠.


가족 카톡방에 출발한다고 메시지를 남겼더니, 언니가 "회 사서 가는 중"이라며 노량진 수산시장에 들러서 모둠회를 사 왔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아침 8시에 도착했는데도 대기줄이 있어서 20분이나 기다렸다고 하더라고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상을 두 개 차렸습니다. 모둠회, 샐러드, 부침개만으로도 상이 가득 찼죠. 친정아빠, 언니 둘, 조카 셋, 그리고 저희 부부, 여덟 명이 모여서 엄마의 추도 예배를 드린 후 함께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비록 엄마와 둘째 형부는 하늘나라에 계시고 큰 형부는 일하느라 참석하지 못했지만, 온 가족이 모여서 식사하는 그 순간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친정아빠는 요즘 TV 대신 유튜브만 보신다고 하셨어요. 그날도 드라마 몰아보기 영상을 틀어놓으셨는데, 남녀 커플과 사장님 한 명이 등장하는 짧은 에피소드 드라마였습니다. 무표정한 연기자들이 등장하는 코미디 같은 드라마였는데, 곳곳에서 빵빵 터지는 웃음 덕분에 저도 피식피식 웃으며 재미있게 시청했습니다. 영상을 보다 보니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더군요. 점심 식사가 아니었으면 계속 봤을지도 모릅니다. 점심은 언니가 회 살 때 가져온 서더리로 끓인 매운탕이었어요.


큰 조카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나갔고, 둘째와 셋째 조카는 코엑스로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식사를 많이 해서 배가 부르니 동네 한 바퀴 돌고, 근처 커피숍에 들어갔습니다. 추석 명절에 폭염주의보가 뜬 걸 보니 정말 기록적인 더위죠? 남편과 둘이 커피를 마시다가 언니와 아빠에게도 커피를 배달하자 싶었습니다.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카페로 나오라고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남은 네 명이 모여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죠. 언니가 울릉도 여행 갔다 온 이야기를 한참 합니다.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오히려 더 기억에 남는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카페에서 나와 집에 가서 각자 쉬었습니다. 저녁 여섯 시가 다 되어가니, 영화 보러 갔던 조카들이 돌아왔습니다. 여자 조카는 정해인과 함께 찍은 인증샷을 자랑하더군요. 전날 밤 열심히 준비한 스케치북 덕분에 정해인이 직접 사진을 찍어줬다고요. 그걸 보며 뭐든지 준비와 정성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둘째 조카는 도넛 여섯 개를 사 왔는데, 여섯 조각으로 나누어 먹으며 다양한 맛을 즐겼습니다. 도넛의 바삭한 식감과 바나나, 인절미, 우유, 초코, 딸기 크림까지 들어있는 부드러움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역시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렇게 한 번의 명절도 그냥 지나갑니다. 결국엔 남는 건 그 한 순간의 소중한 에피소드죠. 살을 빼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꾸준함이 중요하듯이 말이에요. 명절에 먹는 음식은 과식해도 금방 사라지지만, 매일 조금씩 먹으면 건강한 에너지가 쌓입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에 여러 권을 몰아서 읽으면 내용이 금방 사라져 버리지만, '평단지기 독서법'처럼 2~3주에 걸쳐 한 권을 천천히 소화하면서 읽으면, 그 내용이 오래 남고 마음의 근육으로 자리 잡습니다. 명절 음식처럼 책도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게 더 깊이 남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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