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생각법 162 - 말이 건강까지 좌우한다
아침에는 <우울할 때 뇌과학>을 완독 했습니다. 오늘 챕터에서는 우울증 치료 시 금방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심리 치료를 받는다면 꾸준하게 몇 개월동안 치료를 받아야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간혹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고, 번뜩 효과가 나타날 때도 있었죠. 아주 사소한 습관을 하나씩 바꿔도 성취감을 쌓을 수 있어서 우울증 치료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목표 세우고 성취했을 때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생기거든요. 뭔가 하나 끝내고 나면 뿌듯하잖아요. 특히 13일 동안 나눠 읽었던 책을 완독 하면 "~끝."이라는 말과 함께 포스팅 마지막에 남기고 공유합니다. "끝이다!"라는 말만 들어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죠. 이런 미소는 다시 뇌에 신호로 작용하면서 감사와 목표, 계획 달성, 불안 감소 등의 효과를 가져옵니다.
블로그에 생각을 공유한 후 한국경제신문 1면을 펼쳤는데, ‘노벨 물리학상 존 홉필드, 제프리 힌턴’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어요. 두 분 다 AI 분야에서 대가로 알려진 분들인데, 제가 2015년에 미국에서 딥러닝 연구를 하면서 논문에서 자주 봤던 이름들이라 반가웠습니다. 당시 약 1년간 머물다 귀국했지만, 직장에서는 AI와 무관한 일을 맡으면서 관심에서 멀어졌었죠. 그런데 2년 전 오픈 AI에서 챗GPT가 등장하면서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늘 노벨상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팔에 닭살이 돋는 걸 느꼈어요. 제가 받은 상도 아닌데 감격스럽고, 왠지 같은 배를 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달까요.
한글날임에도 불구하고, 퇴사한 후로는 휴일개념이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배우자는 서재방에 앉아 있고, 저는 거실에서 글쓰기 수업을 들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잠시 화장실에 들렀다가 배우자를 보니 의자를 뒤로 젖히고 햇살 비추는 창가 옆에 앉아 맥 화면을 넌지시 바라보고 있더군요. 갑자기 이런 말이 툭 튀어나왔습니다.
"대표님, 편~안 해 보이네요."
배우자가 이 말을 듣더니 얼굴에 미소를 짓는데, 그 순간 행복물질 세로토닌이 나온 거 아닐까 싶어요.
오후에는 공저 퇴고 작업을 하고, 오후 다섯 시경에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집에만 있으면 건강에 좋지 않으니 산책을 가자고 했습니다. 배우자는 나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선택권을 배우자에게 주면서, 나가야 하는 이유를 만들었죠. 오랜만에 육회 비빔밥을 먹으러 가자 하니 따라나섭니다. 차를 타고 갔다가 식사를 마쳤습니다. (주차권이 필요 없을 정도로 30분 만에 나왔네요) 집에 차를 세워 두고 올림픽 공원을 걷기로 했죠. 어떤 코스로 걸을지 서로 정하라고 하다가, 배우자가 걷고 싶은 길을 선택했습니다. 공원 바깥으로 걷다가 다시 안쪽 코스로 들어왔어요. 걷다 보니 달이 보입니다. 갑자기 배우자가 "어, 저기 달이다, 레몬 같다!"라고 말하네요. 고개를 들어 보니 초승달입니다. 카메라를 켜서 30배 줌으로 당겨봅니다. 몇 번 흔들렸지만 마침내 한 장 건졌습니다. 배우자가 '레몬'이라는 말을 꺼내니 입에 침이 고이는 느낌이 들었어요. 상큼하네요. "왜? 레몬이야?"라고 묻지 않았습니다. 그냥 따라서 "어, 레몬 같네."라고 맞장구쳐 주었습니다.
지금은 아침엔 <우울할 때 뇌과학>, 저녁엔 <거인의 생각법>을 병렬독서하고 있어요. 두 권 모두 감정이 뇌에 영향을 주고 신체 신호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이야기하죠. 상대방의 감정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는 우리의 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느꼈습니다. 미소의 힘은, 레몬처럼 비타민까지 생성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상대방의 뇌 변연계를 자극하지 않고, 경청하고 공감으로 반응한다면, 서로 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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