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생각법 188 - 감정을 다스린 경험을 되새겨라.
월요일은 가족의 날로 정했습니다. 맞벌이 부부 퇴사 후 남편과 함께 집에서 지내고 있지만 각자 바쁩니다. 서로 좋아하는 일이 다르고, 각자 체력도 차이가 있고, 하는 일도 틀리거든요.
남편이 하는 건 제가 잘 모릅니다. 묻지 않거든요. 주로 취미생활이겠죠. 책상에 앉아 모니터 화면을 보고 있을 때도 있고, 귀에 이어폰 꽂고 있기도 하고, 바닥에 앉아 조립할 때도 있고, 납땜을 하기도 하며, 코딩을 할 때도 있고, 노트북을 펼쳐놓고 모니터에 연결해서 뭔가 타닥타닥 키보드로 입력할 때도 있고요, 책을 보기도 합니다. 일주일에 몇 번씩 일본에서 택배상자가 집 앞에 와있을 때도 있습니다. 택배상자가 몇 개씩 도착할 때도 있죠. 뭘 만드는지 잘 모르지만, 그냥 아무 말 안 하죠. 아! 이런 말을 합니다. "좋겠다. 택배가 많이 와서!" 며칠 전 30cm 케이블 하나를 주문했는데, 50cm 케이블이 왔다고 투덜거립니다. 주말에 외출했다가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데, 쇼핑 후기에 별점 3개를 남길까라고 묻더라고요. 저는 차라리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교환을 해달라고 하지, 별점은 3개 올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케이블이 잘 못 왔다고 후기를 남기려다가 지운 듯합니다.
남편이 1년 먼저 퇴사하고, 제가 1년 후에 퇴사했는데요. 제가 퇴사를 결정한 이유는 사실 남편이 걱정되서였습니다. 남편 혼자 집에 있으니 식사도 잘 못 챙겨 먹고, 저는 회사에 다니니 요리할 시간도 부족했거든요. 같이 어디 가는 것도 쉽지 않았고요. 남편을 좀 더 챙겨주려고 퇴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퇴사하고 나니 직장 다닐 때랑 비슷하더라고요. 남편 챙겨주는 것보다 제가 하고 싶은 게 더 많아서 과로사할 것 같더군요. 그래서 다짐했습니다. 주말은 복잡하니까, 월요일은 무조건 하루를 정해서 배우자와 외출을 하기로 말이죠. 남편 때문에 퇴사했다고 말하곤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제가 하고 싶은 게 많아서 퇴사한 상황이더라고요.
저는 일주일에 한 번 책 쓰기 정규과정 수업을 합니다. 화요일에는 하루 종일 집에서 강의자료 다시 체크하면서 수업 준비를 합니다. 강의 준비가 끝날 때까지는 외출을 안 하고요. 오후 늦게 즈음 헬스장이나 산책을 갑니다. 나머지는 SNS 활동을 하거나, 책 쓰기 수업이 있으면 수업을 듣고요. 독서모임 있거나 동네 지인들과 번개가 있으면 만나고, 잠실 교보문고나 올림픽 공원에 산책을 하는 편입니다. 헬스장에 등록은 해두었는데 날이 좋으니 헬스장보다는 공원 산책을 더 즐기고 있습니다. 남편과 달리 저는 일을 만들어서 하는 편입니다. 밀리의 서재 협업도 하고 있고, 책 쓰기 라이팅 코치 활동으로 놀이를 일로 만들었죠. 일이 놀이가 되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한가롭게 여유를 부리고 있는 시간이 적은 편입니다.
월요일마다 점심시간에 맞춰 외출을 합니다. 무조건 외식이죠! 오늘은 H백화점에 새로 생긴 매장에 방문했습니다. 처음 방문한 곳입니다. 메뉴를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서빙하는 사람이 주방 앞에서 물품들을 정리하다가 집게류가 담긴 통을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소리에 놀라 우연히 바라보게 되었는데요. 집게류가 담긴 통을 그대로 선반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다시 물로 헹궈야 할 것 같았는데, 그냥 그대로 두고 계속해서 행주로 선반 바닥을 닦고 물품들을 꺼냈다가 집어넣었다가 반복을 하더군요. 집게류는 손님들이 필요할 때 나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괜히 제가 찝찝했습니다. 배우자에게 담당자에게 말을 할까 물어봤더니 그냥 두랍니다. 다시 안 오면 된다고 말이죠. 계산하면서도 말을 꺼낼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은 그냥 나오고 말았습니다. 다시 안 가게 될 것 같아요.
점심 식사 후 산책하러 어딜 갈까 고민했습니다. 지난주에 가려다 못 간 남한산성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차를 돌려 하남 IC까지 가다가 이맘때즘 하늘 공원 억새밭이 떠올랐습니다. 남편에게 하늘 공원 어떠냐고 물었더니 가보자고 합니다. 바로 출발했으면 시간이 더 단축되었을 텐데, 20분 이상 돌아가게 되었죠. 올림픽대교 앞까지 와서 올림픽대로를 타야 하는 데 길을 잘 못 들어서 강동방향으로 갈 뻔했습니다. 계속 길을 돌아가게 되니 부정적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집 근처까지 오게 되니 그냥 '집에 갈까?'라는 생각까지 올라왔죠. 그 감정을 다시 가라앉히고 한 번 더 유턴을 했습니다. 올림픽대로를 타고 하늘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시간이 점점 늦어지니 돌아올 무렵이면 퇴근시간과 겹칠 것 같았어요. 남편은 퇴근 시간에 막히는 도로변에 있으면 그럴 줄 알았다거나 빨리 갔어야지라고 말합니다. 오늘은 그 말 나오기 전에 미리 부탁했습니다. 있다가 오는 길에 차가 막혀도 참아달라고 했더니, 오늘은 하하 웃으면서 알겠다고 대답해 줍니다.
처음 하늘공원에 가봤습니다. 몇 년 전부터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저희 부부 둘 다 첫 방문지입니다. 맹꽁이차를 타면 쉽게 올라갈 수 있는데, 줄이 길었습니다. 331 계단을 걸어 올라갔습니다. 처음 방문해 보는 곳이라 신선했습니다. 억새밭 사잇길에서 사진도 찍고요. 남편이 찍어주는 사진이 물론 마음에 안 들 때도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상하다고, 잘 좀 찍어보라고 틱틱거렸을 거예요. 요즘은 그냥 찍어주는 데로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남편이 보는 제 모습이 그렇게 보이는 걸 어쩌겠어요. 남편이 투덜거리면 신혼 초에는 속상했었는데요. 그것도 이제 아무렇지 않아요. 그럴 수 있지 생각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관심의 초점을 내가 아니라 상대방으로 돌려보면 안정적인 상태로 바뀔 수 있었습니다. 감정을 다스리면 나와 상대방이 모두 편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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