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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작가 이윤정 Dec 03. 2024

고민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거인의 생각법 217 - 짧게 고민하고 길게 행동하기

계획 없이 온 대만여행 2일 차.


호텔 조식을 신청할까 고민하다가 편하게 먹자 생각하고 신청을 했습니다. 아침 8시에 조식 먹으러 갔습니다. 호실을 말하고 입장하려니, 방 번호가 없다고 나오네요. 분명 호텔 예약할 때 신청한 줄 알았는데, 남편이 굳이 조식 먹을 필요 있냐는 말에 그냥 뷰 좋은 곳만 선택했나 봐요. 그냥 조식을 추가 비용내고 먹어도 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짧게 고민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밤새 물을 많이 마셔서 물이나 사 오자하고 나갔다가 그냥 아침 먹고 들어가자로 바뀌었어요. 주변에 몇 개 가게가 아침부터 장사를 했습니다. 간단히 먹고 점심을 먹자 싶어서 돌아다니다가 샌드위치 가게로 들어갔어요. 구글 맵에 보니 별점이 4점 넘는 곳이었는데 밖에서 대기하라는 표시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아직 자리가 여유 있어서 안으로 들어갔어요.


돼지고기, 계란이 들어간 샌드위치예요. 햄이 아니라 돼지고기가 들어간 게 신기합니다. 어제 커피를 제대로 못 마셔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어요. 메뉴에 사인펜으로 샌드위치 2개랑 아메리카노 2잔을 표시하고 카운터로 가져갔어요. 뭐라 뭐라 하는데 못 알아들으니 한국인이냐고 묻습니다. 영어로 질문해 주셨어요.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니, No 크림, No 슈가 맞냐고 물어봅니다. 달걀도 반숙이냐, 완숙이냐 체크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계산을 하고 자리에 앉아 있으니 커피부터 가져다줍니다. 잠시 후에 토스트 샌드위치를 가져다주면서, 한국어로 장갑 뒤에 있다고 알려주더라고요. 간단히 아침 해결하고 숙소로 들어왔다가 출판사에 메일 보낼 게 있어서 확인하고 다시 나갔습니다. 


점심은 또 어딜 갈까 하다가 딘타이펑 본점에 가보기로 합니다. 어젯밤에 잠들기 전에 지도에서 즐겨찾기 해뒀거든요. 11시 30분쯤 식당에 도착하니 대기표를 줍니다. 한국인이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하니 한국어로 대기표를 뽑아 줍니다. 25분 정도 대기해야 한다네요. 주변에 누가 파는 곳이 있다고 해서 잠시 다녀오기로 합니다. 입구에 보니 한국 방송을 틀어놓고 있네요. 밖에서 두리번거리니 들어와서 시식해 보랍니다. 들어가서 맛만 보고 있다가 오겠다고 하고 다시 점심 먹으러 갔어요. 잠시 기다리다 보니 대기표에 QR 코드가 있더라고요. QR를 클릭해 보니 우리 번호가 뜹니다. 그리고는 웹페이지에 한국어 메뉴가 있네요. 한국어 메뉴로 몇 개 골라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가 입장하고 나서 좌석배정 후에 바로 클릭을 했어요. 메뉴 주문이 온라인으로 됩니다. 


이전에 샤오롱바오를 먹었을 때 저희는 느끼했던 기억이 나서 이번에는 돼지고기 없는 샤오롱 바오, 갈비볶음밥, 오이무침을 주문해 봤어요. 새우 수세미 샤오롱바오를 주문했습니다. 느끼하지 않고 채수가 나와서 깔끔하니 저는 맛있었어요. 남편의 초등학생 입맛은 아니라고 하네요. 남편은 오늘 가장 맛있는 게 뭐냐고 묻더니 본인은 딘타이펑의 따뜻한 차였다고 합니다. 느끼할까 봐 사이다도 주문해서 먹었어요. 옆 테이블에도 한국인 관광객이 있었습니다. 


점심 먹고 맞은편 거리를 걷다 보니 밀크티 가게가 있어서 한 잔 사서 마시고, 가다 보니 대기줄이 길게 늘어져 있어서 일단 줄을 서 봤습니다. 밀가루반죽에 계란, 옥수수, 치즈를 선택해서 먹어봤어요. 배추 전 먹는 느낌이 들었네요. 지나가다 보니 손님이 붐비는 가게가 있길래 뭔가 싶어서 가까이 가서 보니 안에서 주인이 나와서 메뉴판을 보여줍니다. 괜찮다고 하고 옆으로 돌아 나오는데, 익숙한 글씨가 있네요. 흑백요리사에 소개된 것 같은 두부 디저트라고 한국어로 적혀 있었습니다.


공원에서 잠시 앉아 쉬다가 주변에 관광할 곳이 있나 찾아봤어요. 근처에 안 가본 곳이 있어서 걸어가 봤어요. 오랜 가옥들이 주욱 늘어져 있고, 곳곳에 식당, 카페가 들어서 있었습니다. 사진 몇 장 찍고, 보이차 몇 개 사서 나왔습니다. 너무 걸어 다녔는지 피곤해서 숙소로 가자고 했어요. 지하철 타러 가는 길에 구글 맵을 보니 10년 전에 왔다가 로컬식당이라 말이 안 통해서 못 가봤던 우육면 가게가 있었어요. 남편에게 한 번 가볼까 물어보니 맘대로 하랍니다. 배가 사실 불렀지만, 맛만 보자고 하고 들어 갔어요. 밖에서 보니 메뉴판에 한글이 적혀있었습니다.  주문할 때는 메뉴판 보고 손가락으로 찍어서 주문을 했어요. 메뉴가 다양했지만, 맑은 우육면과 탄탄면을 주문했습니다. 다른 테이블에는 사이드 메뉴도 주문해서 먹는 것 같았는데, 잘 모르니 메인 메뉴만 먹고 나왔어요.  탄탄면은 땅콩 맛이 강하게 나서 독특했고, 우육면은 한국에서도 몇 번 먹어봐서 그런가 특이하다는 생각은 많이 들지 않았어요. 걸어오다 생각해 보니 우리가 먹은 걸 송리단길에서도 먹어봤던 기억이 나더라고요. 


숙소에 와서 좀 쉬다가 다시 저녁 먹으러 나갔습니다. 스타벅스 가서 커피 한 잔 하고 서점거리에 들려서 책 구경을 했어요. 한자로 되어 있으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네요. 경제경영서 1위에 <저스트. 킵. 바잉>이 있어서 반가웠고, 드나드는 출입구에 불편한 편의점이 있어서 뿌듯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음에 제 책도 이곳에 한 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저녁은 또 뭘 먹을까 고민했는데, 지나가다 보니 사람들이 대기하는 곳이 보여서 가보자고 했습니다. 벤또 집이었어요. 메뉴를 골라서 먹었습니다. 잘 모르니까 시그니처로 주문했고요. 찐 닭고기, 튀긴 돼지고기, 오이, 생선가스, 어묵, 야채 등이 한 접시에 나왔습니다. 남편은 스페셜로 주문했더니 양도 많고 새우까지 들어가 있었어요. 


숙소로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구아랑 샌드위치 하나 사가지고 돌아왔습니다.이지 카드에 충전된 금액이 많아서 고민이었는데 편의점에서 사용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네요.


식사할 때 뭘 먹을지, 여행 갈 때 어디로 갈지 오랜 고민하지 않고, 오늘은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녔습니다. 매번 어디 갈까, 뭘 먹을까 고민하느라 시간을 많이 쓰곤 했는데, 고민을 짧게 하니 마음 편하게 돌아다닌 것 같습니다. 남편은 해외에 갔을 때 먹는 것에 큰 고민을 하지 않는 편이에요. 결혼 전에 해외여행 갔을 땐 햄버거 같은 거 먹고 관광지를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저랑 같이 다니면서 현지식을 맛보게 되었다고 하네요. 시간이 지나면 감정만 기억에 남습니다. 뭐든 기분 좋게 선택하면 좋을 것 같아요. 뭔가 찝찝하다 싶을 땐 선택하지 않는 게 옳습니다. 후회할 것 같다면, 내 마음에 드는 걸로 선택하는 게 누가 뭐래도 삶이 행복해지는 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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