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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작가 이윤정 Dec 02. 2024

안식월, 흔들림 없는 평온한 일상

거인의 생각법 216 - 비바람이 불어도 돛대를 고정하라 

2024년 12월 둘째 날입니다. 1년 전에는 하와이에 있었는데, 지금은 타이베이, 대만에 한 숙소에 와 있습니다. 이번 달은 퇴사한 지 2년 하고 6개월 차에 들어서는 달입니다. 퇴사하면 계속 논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평소 일상을 유지하면서, 1년에 한 번은 미니은퇴 개념의 '안식월'을 저에게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대학교 다니면서 지도 교수님은 5년이 지나면 안식년을 가지시더라고요. 그때, 국내에 계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공대 교수님들은 대부분 해외에 있는 대학이나 연구소에 6개월이나 1년 정도 연구하러 가십니다. 국내에만 머무르다 보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해외에 거주해 보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평소와 다른 세상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거든요. 


시차가 많이 나지 않는 공간이라도 해외에 나오면,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확연히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새벽부터 공항으로 이동해 대기하다가 비행기를 2시간 30분 타고 바다를 건너왔습니다. 한국과는 시차가 한 시간 정도 나는데요.  뉴스도 안 보고 SNS 보는 것도 줄이고 그저 현지에서 낯선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데 집중하게 됩니다. 집이 아니라 물도 사서 먹어야 하고, 밥도 세끼 다 외부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뇌도 바짝 긴장을 합니다. 그나마 해외여행 몇 번 다녀봤다고 이제는 항공권과 숙소만 정하고 도착해서 알아보는 시스템을 조금씩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오기 전에 준비한 건 숙소 예약과 항공기 티켓이 전부였고, 타이베이 달러가 필요해서 한국에서 2박 3일 보낼 정도의 여비만 환전을 해왔습니다. 짧게 시간을 보내고 가려고 했기 때문에 환전을 많이 할 필요는 없겠다 생각했어요. 17만 원가량의 4000 TWD를 가져왔습니다.


다음은 공항까지 이동방법입니다. 지하철로 가도 되지만, 2명 이상 단기 여행의 경우는 차로 이동하는 편입니다. 친환경차량이라 50% 주차비도 할인되기에 편하게 가능하면 이동하고 있어요. 보통 신용카드 혜택으로 주차대행을 예약합니다. 김포-송산행을 예약했기 때문에 김포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도 시간에 맞춰서 예약을 했는데,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보니 국내선만 된다고 나오네요. 현장에 가서야 사실을 발견해서 부랴부랴 국제선으로 유턴해서 주차를 직접 하고 티켓팅을 하러 갑니다. 셀프 체크인을 온라인으로 해둔 상태라서 바로 출국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캐리어도 기내용으로 가져와서 그대로 가지고 들어갑니다. 


면세코너에 들어가니 SK 허브 라운지가 있었는데요. 며칠 전에 카드 혜택으로 김포공항 라운지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기억나서 한 번 문의해 봤습니다.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고 해서 남편카드, 제 카드 둘 다 사용하면서 라운지에 있다가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 간단한 요기와 부모님께 전화도 드리면서 잠시 쉬어왔습니다.


공항에서는 baro T로밍을 신청하고, 가족 추가 시 3천 원만 더하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로밍요금제로 했습니다. 3GB와 6GB 중에서 고민하다가 둘이 사용하는 거니 마음 편하게 6GB로 예약했어요. 


다음은, 해외여행자보험 가입을 했습니다. 보통 KB 손해보험에서 가족추가해서 보험을 가입하곤 합니다. 본인 +1로 하면 요금이 조금 저렴하다고 했던 기억이 났어요. 해외여행 갈 때는 무조건 보험을 가입하고 갑니다.


비행기에서는 밀리의 서재에 미리 책을 다운로드해두었습니다. 남편이 절대 책 가지고 가지 말라고 한 상태라 종이책은 못 가져오고 전자책으로 대체하기로 했어요.  오늘은 <김미경의 딥마인드>를 다운로드하여왔는데, 비행기 안에서 한 권 다 읽고 내릴 수 있었습니다. 


타이베이 공항에 착륙한 다음에는 이지 카드를 세븐 일레븐에서 구입하고 충전했습니다. 얼마나 충전해야 할지 몰라 상점원에게 물어봤더니 며칠 머무를 거냐고 하길래 3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300 TWD를 충전하라고 해주네요. 


대만 관광청에서 외국인 대상 복권행사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신청하고 왔습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QR를 보여주면 바로 결과가 나오는데요. 옆 사람 두 명이 순서대로 2000 TWD 당첨되는 것 보니 김칫국을 마셨습니다. 저랑 남편은 둘 다 다음 기회에라고 나오더라고요. 옆사람이 연속 당첨되는 걸 보니 괜히 속상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구글 지도를 열어서 숙소를 도착지로 정하고 경로 설정을 합니다. MRT로 이동할 수 있는 곳인데, 한 번 갈아타야 한다고 나오네요. 10년 전 대만에 왔을 때도 구글맵을 편하게 활용했던 기억이 나서, 이번에도 구글지도만 믿고 준비 없이 왔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밀리의 서재에 타이베이 여행 관련 전자책을 다운로드해두어서 공항 도착해서 이동하는 방법과 기본 정보를 휘리릭 넘겨보고 여행준비를 끝냈네요.


10년 전 대만에 다녀온 기록을 봤더니 PPT로 어디 가서, 뭘 사 먹고, 무엇을 쇼핑하고, 어디 구경하러 가야 하는지 만들어 둔 게 있더라고요. 이번 여행은 숙소, 항공권 외에는 준비한 게 거의 없습니다. 어젯밤에도 새벽 한 시까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마무리하고 자느라 여행 준비는 하나도 못했는데요. 그래도 여행 갈 때 해야 하는 기본 수칙이 정해져 있으니 분주하지 않게 여행을 올 수 있었습니다. 


대만에 있더라도 GPS를 켜면 나의 위치가 나옵니다. 점심때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바로 나가 시먼딩 역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람 많은 곳에 가서 국수도 사 먹고, 밀크티도 마셨습니다. 피곤해서 숙소로 다시 와서 잠시 눈을 붙이고 저녁을 먹으러 나가야 했습니다. 구글 지도를 켜서 걸어서 갈 만한 곳에 식당을 찾아갔어요. 한자만 적혀있는데, 어떻게 주문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주인이 한국인이냐고 묻더니 자세하게 한국어로 동파육은 떨어졌고, 족발만 남았다고 알려줍니다. 괜찮다고 하고 2인분을 시켜서 식사를 했습니다. 10년 전에는 로컬 식당에 갔다가 말을 못 해서 식사를 못했는데, 한국인들이 많이 다녀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어디에 있든 쉬고 싶을 때 쉬면서 내가 가야 할 곳이 어딘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내일도 흔들림없는 평온한 일상을 즐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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