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하려고 이사합니다

따릉이도 다시 타볼까 합니다.

by 와인빌런


나는 한 때 따릉이 선구자이자 전도사였다. 따릉이가 막 보급되어 몇 개 지역에서만 운영되던 시절(10년 전으로 기억된다)부터 나는 따릉이를 애용했다. 집에서 마트까지 장보러 갈 때도 따릉이를 탔고, 출퇴근 교통수단으로도 종종 따릉이를 이용했다. 꼭 실용적 목적이 아니라도 그냥 유희적 목적으로도 따릉이를 참 좋아했다. 어떤 날은 일찍 출근해서 따릉이를 빌려 시청광장을 몇 바퀴 돌고 사무실에 들어가기도 하고, 날씨가 좋은 날은 아침에 1시간 휴가를 쓰고 따릉이를 타다가 출근한 적도 있다. 그 무렵 이사를 가기로 결정하면서 가장 먼저 고려했던 점이 집 근처에 따릉이 정거장이 있는지, 따세권 여부였다. 따릉이를 그토록 좋아했던 이유는, 따릉이를 타면 여행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마치 파리에서 공유 자전거 ‘벨리브’를 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름도 너무 귀여웠다. 어쩜 따릉이라니.

따릉이만으로도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던 그 시절, 나는 주말에 홍대 앞에 있는 스페인어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함께 다니던 회사동료(닉네임 ‘알리’)도 나에게 전도 당해 따릉이에 푹 빠져 있던 때였고, 심지어 알리는 토요일 아침에 홍제동에서 홍대까지 따릉이를 타고 왔다. 원어민 회화 수업이다 보니 ‘아침에 뭐 했냐’, ‘주말에는 뭐 하냐’ 등의 일상적 안부 질문이 빠질 수 없었는데, 우리의 답변에는 ‘아침에 따릉이 타고 학원에 왔다’, ‘주말에는 따릉이를 타고 한강에 가려고 한다’ 등 어김없이 따릉이(bicicleta publica, 비씨끌레따) 이야기가 등장했다. 선생님은 ‘따릉이는 어떻게 이용하냐’, ‘얼마냐’, ‘외국인도 이용할 수 있냐’ 등의 질문을 하더니, 급기야 어느 날은 ‘나 오늘 따릉이 타고 출근했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스페인어를 배우고 써먹지 못한 채 10년이 지나, 기억나는 스페인어 단어가 거의 없는데도, ‘비씨끌레따’는 그 시절 너무 많이 말해서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아마 지금 다시 스페인어 학원을 다닌다면 가장 많이 등장할 단어는 단연 ‘요가’일 것이다. 2025년, 나는 요가 지도자 과정 수업을 들었고, 요가강사 자격증을 땄고, 가까운 친구와 지인을 초대해 원데이 요가클래스도 열었다. 그야말로 ‘요가’를 빼고는 설명이 안 되는, ‘요가로운’ 한 해를 보냈다. 한 달 후 나는 연희동으로 이사를 한다. 10년 전에 이사를 할 때는 주변에 따릉이 정거장이 있는지가 중요했는데, 이제는 주변에 어떤 요가원들이 있는지가 중요한 고려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주말에 다니고 있는 이대 앞 요가원에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는지도 체크했다. 나의 인생에서, 그리고 나의 일상에서 너무나 중요한 요소가 된 요가, 이 요가를 더 행복하고 다채롭게 하기 위해서 나는 20년 동안 살던 동네를 떠난다.

2026년에는 연희동에서 살면서 요가합니다.


P.S) 따릉이도 다시 타볼까 합니다.

자전거를 보면 못 지나치지 @베를린 /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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