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는 내 안의 다정함을 회복하는 연습
두 달쯤 전이었나? 회사 후배의 퇴사 소식을 들었다. 최근에는 소원해졌지만 한 때는 가깝게 지냈던 후배였던 터라, 맛있는 밥이라도 한 끼 사주고 싶어서 급히 점심약속을 잡았다. 진작에 자주 점심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했으면 좋았으련만, 퇴사 소식을 듣고서야 그간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회사생활이 힘들었다고, 그래서 퇴근해서 글을 쓰는 것으로 나름대로 즐거움을 찾았다고. 그렇게 지난 4년 동안 ‘브런치’에다 매주 한 편씩 글을 썼고, 그러다 지난 해에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해 대상을 수상하였고, 마침내 몇 달 전에 첫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와우. 그녀는 여엿한 ‘작가’가 된 것이다. 걱정하는 마음이 어느덧 응원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4년간 매주 글을 썼다는 그 꾸준함과 성실함이 너무 대견했고, 한 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이것으로 이 날 식사자리의 대화 주제와 분위기는 급격히 바뀌었다. 나도 지난 3년 동안 요가를 열심히 했고, 올 해는 요가강사 자격증을 땄다는 소식을 후배에게 전했다. 앞서서는 ‘회사생활이 힘들었다고’로 간단히 표현하기는 했지만, 그간 후배의 몸과 마음이 꽤나 지치고 다쳤을거라 짐작할 수 있었기에, 나는 또 주책맞게(틈만나면 요가를 권하고 있으므로) 요가를 해보라고 권했다. 누군가에게 요가를 권하면 늘 두 가지 질문을 역으로 받게 되는데, 후배 역시 두 가지 질문을 했다. 1) 필라테스와 요가가 어떻게 다른지, 2) 요가를 하면 뭐가 좋은지.
두 가지 질문에 대해 현재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대답은 이 정도다.
1) 필라테스와 요가는 어떻게 다른가요?
내가 생각하는 필라테스와 요가의 가장 근원적 차이점은 ‘호흡’이다. 필라테스의 호흡은 흉식호흡으로, 코로 숨을 들이마실 때 갈비뼈와 가슴을 옆과 뒤로 확장시키고, 입으로 숨을 내쉬면서 흉곽을 조이고 복압을 높인다. 반면 요가의 호흡은 복식호흡으로, 코로 숨을 들이 마시고 코로 내쉬면서 가슴과 몸 전체를 열어내는데 집중한다. 숨을 통해 가슴을 열어내면 신체적으로는 상체를 뒤로 젖히는 후굴 동작을 더 잘 할 수 있게 되고, 정신적으로는 가슴 한 켠에 쌓여있던 긴장, 울분, 답답함이 함께 풀어진다. 답답할 때 주먹으로 가슴을 치는 행동을 하게 되는데, 바로 거기(아나하타 차크라)가 풀리는 것이다. 그래서 필라테스가 근육의 정렬과 코어의 힘을 길러주는 ‘좋은 운동’이라면, 요가는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단련시키는 ‘좋은 수련’이라고 할 수 있다.
2) 요가를 하면 뭐가 좋아요?
‘요가를 하면 뭐가 좋아?’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렇고 저렇고 대답을 하긴 했지만, 정작 하고 싶었던 대답은 따로 있었다. 요가를 하면 나에게도 남에게도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호흡을 통해 가슴을 열어내면 쌓인 긴장이나 울분이 숨과 함께 흘러나가, 자기를 비판하는 마음 대신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마음이 생긴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안 읽던 책을 읽게 만들고,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일(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는 것)도 마침내 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에게 다정할 줄 아는 사람이 결국 다른 사람에게도 너그럽고 다정할 수 있다.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나요? 그럼 요가를 하세요! (T들을 위한 답변 : 실제로 요가 수련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줄여주고, ‘다정 호르몬’인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시킨다는 과학적 연구결과가 있다.)
지금까지 나의 요가전도가 성공한 케이스는 아쉽게도 아직 없다. 그러니 아마 후배도 당장은 요가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후, 5년 후에는 그녀가 요가를 하고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녀가 요가에 대한 글도 쓰기를. 신경숙 작가처럼.
P.S) 신경숙 작가의 ‘요가 다녀왔습니다’는 내가 가장 재밌게 읽은 요가 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