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시골이나 친척들이 모이는 곳이거나 동네에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저 지나가는 말로 , 별 의미 없이 너 올해 몇 살이야?라고 뜬금없이 묻는다.
요새 말로 영혼 없는 질문이다.
내가 여태껏 살아오면서 나의 부하 직원이던가 혹은 아는 사람에게 나이를 물어볼 때가 많았다.
숙녀에게는 나이 묻는 게 실례라고 하니 여자에게 나이를 묻는 일은 별로 없다만..
일반적으로, 당신 나이가 얼마야?
아니면 올해 몇 살입니까?
라고 물으면 대답이 여러 가지 다.
아예 저요? 제나이요? 만으로 37살입니다.
혹은 우리 나이로 38입니다.
라고 답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첫째...
저 97학번인데요...이라고 답변하는 분들이 있다.
음.. 97학번이라... 그럼 1997년에 대학 갔다는 얘기지? 그럼 보통 재수 안 하고 입학하면 19살에 입학하니까
1997-19=1978년 생이란 말이지..
그럼 금년이 2019년이니까 2019-1978=41살 이란 얘기?
몇 번의 연산이 이루어져야 원하는 답을
구할 수 있다.
- 한수 더뜨는 경우는 저 재수해서 97학번인데요...
그럼 1997-19-1=1977년 생이란 얘기가 된다.
그럼 2019-1977=42 살이란 얘기다.
- 삼수, 사수 한놈이 있으면 계산은 더 복잡해진다.
게다가 대학이라도 나온 놈들끼리는 이런 복잡한 연산이 의미가 있겠다만 행여 가정형편상,
개인 능력상,
개인 소신상 대학을 안 간 경우엔 이런 답변 들으면 열 받기 마련이다.
주로 먹물깨나 먹었다는 놈들의 답변이다.
내가 나이 물어봤지, 니 학번 물어봤니?
둘째...
1977년 생인데요..
1977년 생이라....
금년이 2019년이니까, 2019 - 1977=42라는 답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45-32=13, 98-67=31처럼 앞 숫자가 크면 쉽게 암산이 되나
처음 숫자가 자릿수를 넘어가면 약간의 응용력이 필요한바 나름 머리를 굴려야 답이 나온다..
이 놈도 싹수없는 놈이다.
난 출생 연도를 알려줬으니 네가 알아서 빼 가지고 나이 계산해봐....
라는 식이다.
질문자에게 되려 숙제를 내는 놈이다.
또 이런 경우도 있니라..
원래는 만으로 37살인데요...
아버님이 출생신고를 늦게 해서 1살 어리게 되어 있습니다.라는 답변..
- 이 역시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내가 니 아버님이 출생 신고 언제 했는지까지 물어봤냐?
도대체 나이 한번 물어봤는데
왜 그리 특정 가족사에, 아버님의 게으름까지 꺼내야 하냐? 환장하겠다...
셋째...
저요?
저 범띠인데요..
범띠? 호랑이띠라는 얘기지?
(잔나비 띠라고 답하는 놈도 봤다.... 잔나비라.... 이게 원숭이라는 것은 어렵잖게 알지만 원숭이와 잔나비
는 또 무슨 관계인지? 어디 사투리인지? 아님 잔나비라는 별개의 원숭이과 동물인지 우선 해결해야 한다.
동물왕국에 나오는 엉덩이 빨간 원숭이가 잔나비 인가? 온갖 상상의 날개 및 기억력을
동원해야 한다.)
금년이 무슨 띠지?
돼지인데요?
그럼 범띠는 말띠 다음이야? 말 다음 몇 번째야?
개 바로 다음입니다.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
를 몇 번 되짚어 봐야 겨우 해당 연도가 나온다.
그럼 2010년이 범띠라는 얘기다.
그래서?
2010 생이야? 그럴리는 없지.
2019-12=2007 생? 그럼 2019-1998=21살? 이건 아니지...
1998-12=1986.. 그럼 2019-1986=33살? 이건 가능하네...
1986-12=1974.. 그럼 2019-1974=45살... 점점 비슷해진다.
한마디로 미친다.
나이를 묻는데 띠로 답하는 경우다. 주로 촌놈들이 이런다. 촌에서 농사짓다 온 놈도 아닌데
왜 그리 자축인묘 따지는 답을 하는지... 돌아버린다.
그래도 아직까지
丁酉년 十월 初아흐레 戌시 생입니다.라는 사람은 못 봤다.
지리산 청학동에서 내려온 서당 선생 아니고서는 이런 표현 잘 안 한다.
넷째...
저 빠른 87인데요...
빠른 87이라.. 대충 1987.1-3월 정도 된다는 뜻이렸다.
늦은 87 보다 빨리 태어났다고 제 딴에는 늦은 87 보다 상대적으로
고참임을 은근히 과시하는 건데...
빠름을 강조해봤자 누릴 수 있는 혜택은 회식자리에서
술 먼저 받거나 술 한잔 더 먹는 정도다.
같은 87 안에서야 서열을 메길 수 있을지 몰라도 윗사람 보기에는
그게 그거다.
도토리를 XL, L, M, S로 구분해서 도토리 묵 만드는 게 아니다.
질문의 요지를 알고 곧바로 답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굉장한 장점이 되기도 한다.
윗사람들은 항상 바쁘고 급하기 때문에 묻는 것에 대한 단답형을 좋아한다.
나이 묻는데 학번이나 가족사 , 혹은 목가적인 범, 잔나비를 듣자는 게 아니다.
그저 묻는 데로 일단 답해라.. 그 후에 주저리주저리 눈치 봐서 설명해도 안 늦다.
그게 제일 정답이다.
나이 몇 살이야?라고 물으면 그저
35살입니다. 아님 그저 만으로 35살입니다 라고 하면 끝이다.
답을 말하고 난 후에 추가로 질문하면 거기에 맞게 답하면 된다.
친구들과 수다 떨 때에는 천천히 주저리주저리 해도 된다만 상사의 질문에는
제깍 답하는 게 답이다.
이를 연역법과 귀납법의 차이라고 하면 된다만... 이러면 너무 어려워진다...
아울러 원하지도 않는데 남에게 충고를 한다거나,
쓸데없이 남을 가르치려 한다거나 ,
잘난 체한다거나 는
나이 들어 피해야 할 일중에 하나인지라 여기서는 생략한다.
이러한 행위자를 흔히 "꼰대"라고도 칭한다.
최근에 케이스가 하나 더해졌다.
Q: 그 친구는 나이 몇이나 됐어?
A : 저보다 한 살 어려요.....
.
.
.
.
(미안한데 난 니 나이 몰라....)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