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학교 철학과 과방에서 있던 일
어느 학교 철학과 좁디 좁은 과방 안에서
잘 다려진 와이셔츠에 값비싼 니트를 입은 A가 말했다.
요즘 애들은 노력을 하려하지 않아.
열심히 영어 공부만 해도 취업을 할 수 있고, 학교 수업만 열심히 들어도 학점을 딸 수 있어. 학교에서 교환학생 기회도 주고 기업들은 굳이 안뽑아도 되는 청년 인턴을 뽑아주잖아.”
맞아. 요즘 애들은 징징거릴 줄만 알지 실천을 안한다니까 실천을~
나처럼 운동이라도 하든가? 이 팔뚝 봐 장난 아니지?“
수 년 전 유행했던 명품이지만, 어딘가 낡아 보이는 가죽자켓을 입은 B가 동조한다. 그는 항상 A와 술을 마신다.
게으른 거야 게으른 거.
헬스장도 얼마나 잘 되어있어? 마음만 먹으면 몸짱돼서 인플루언서라도 하면 되잖아. 아니면 언변을 키워서 유튜버를 하든가...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는 건 없는 거야... (중략)...”
A가 목소리를 높인다.
가만히 듣고 있던 C가 일어선다.
후레한 맨투맨을 입은 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낡고 무거운 가방을 들쳐맨다.
“어디 가? 같이 술 마시기로 한 거 아니었어?“
B가 묻는다.
미안. 알바 가야해.”
C는 떠나고.
A는 말하고.
B는 동조하고.
그곳에 붉어진 얼굴로 침묵하는 D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