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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 (拳鬪)

-복싱장에서-

by 사객
공이 울린다.

줄을 넘는다.
계속 넘는다.
이 세상이 정해놓은 선을
내 발목의 리듬으로 넘는다.

공이 크게 울린다.

자세를 손본다.
계속 손본다.
내 육체가 규정한 한계를
기술의 정교함으로 손본다.

공이 괴롭게 울린다.

가죽을 쳐댄다.
계속 쳐댄다.
생이 내리는 형벌처럼
가죽과 살가죽이 부딪힌다.

공이 고독히 울린다.

누군가와 싸운다.
계속 싸운다.
타인이 아니라 나와
두려움과 고통과 싸운다.

공이 또다시 울리고
나는 모든걸 쏟아내고
내 대신 주먹을 쥐어주는
그 투박한 도구 속에서
풀린 힘을 움켜잡는다.

사각의 삶 속에서
다시 3분을 버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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