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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대지진 속 희망 찾기 '크라이스트처치'

뉴질랜드의 첫날

by Wynn

크라이스트처치와의 만남


골드코스트에서 16:30분 비행기를 타고 뉴질랜드로 향했다. 호주와 뉴질랜드와의 시차는 3시간, 이동 거리도 3시간 10분 정도 걸렸다. 크라이스트 처지에 도착해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밤 11시가 넘은 늦은 시각이었다. 공항 앞에 기다리고 있는 택시를 서둘러 잡아타고 숙소인 YHA 호스텔로 향했다. 택시에 올라 기사분 얼굴을 확인하니 왠지 한국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이 낯설지 않았다.

"혹시 한국분이세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우리말로 물었다.

"네"

기사님은 깜짝 놀라서 룸미러로 나를 바라봤다.

택시 기사분은 10년 전에 이곳으로 이민을 왔다는 말했다. 큰 건설사에서 중역으로 일하다가 크라이스트 처지에 이민을 왔다는 것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고 자연과 벗 삼아 편하게 살고 있다고 답했다. 숙소까지 20여분 뉴질랜드 생활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기사님은 남은 여행 잘 마치고 한국에 몸 건강히 돌아가라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YHA에 도착하니 자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마지막 게스트인지, 담당자는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간단히 체크인을 하고 키를 건네준 후에 카운터 불을 끄고 일과를 마무리하는 듯했다.

방에 들어오니 12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3인실 호스텔이었지만, 나머지 침대는 모두 빈 침대였다. 오늘은 나 혼자 이 방을 쓰는 듯했다. 브리즈번에서 골드코스트, 그리고 크라이스트 처지까지 긴 여정이었다. 뉴질랜드에서의 첫날. 나는 그렇게 잠을 청했다.



대지진의 여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숙소 인근의 보타닉 가든을 찾았다. 크라이스트처치는 ‘정원의 도시(Garden City)’로 불릴 만큼 공원이 발달되어 있고 보타닉 가든(Christchurch Botanic Gardens)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시내 중심의 공원이다. 해가 뜨기 이전이라서 그럴까? 공원에는 아마도 보이지 않았다. 호주와는 달리 선선해진 바람과 신선한 풀내음, 그리고 처음 듣는 새소리만이 가득했다. 40여분 정도 공원을 둘러보고 있잖아 저 멀리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둠이 걷히고 뉴질랜드에서 뜨는 첫 태양을 바라보자니 뭔지 모를 기대감이 차올랐다. '희망'...... 이번 여행에서 내가 찾아야 할 것이다. 눈을 감고 따뜻한 햇살을 얼굴로 느꼈다. 미소가 절로 나왔다.

보타닉 가든 산책을 마치고 다시 숙소로 향했다. 숙소의 공동 부엌에 서너 명의 젊은 여행객들이 빵과 시리얼 등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구석의 자리에서 햇반과 참치, 김으로 아침 식사를 마무리했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시내 구경을 위해 나섰다.

대성당이 있는 시내 중심까지 걸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뉴질랜드 남섬의 최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유령의 도시처럼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2011년 대지진의 여파일까?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시내 곳곳에는 공사와 철거 표시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아직까지 대지진의 여운이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대성당 앞에 도착하니 지진의 여파는 더더욱 크게 느껴졌다. 재건을 위한 공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고, 출입도 완전히 통제된 상황이었다. 앞으로 5년 이상은 더 보수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위의 건물들도 대부분 철거나 공사 중이었고, 근처의 관광용 트램도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관광객들로 가득했을 중심부였지만, 지진의 피해로 많은 건물들이 무너졌고 아직도 정상화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 고통을 넘어서 새로운 희망을 찾기를 기대해보며 나는 렌터카 회사로 향했다.


곤돌라와 동쪽 해변


렌터카를 빌렸다. 오늘 하루 크리이스트 처지를 둘러보고 내일부터는 퀸스타운까지 이동을 해야 하기에 렌터카는 필수였다. 가장 먼저 내가 찾은 곳은 크라이스트처치 곤돌라다. 크라이스트처치 도심에서 남동쪽으로 약 15분 떨어진 히스코트(Heathcote Valley)를 찾아서 달렸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익숙하지 못해서 그런지, 돌고 돌아 25분 만에 겨우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생각과는 달리 매표소는 분비지 않았다. 1초의 기다림도 없이 바로 매표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왕복으로 구매를 했지만 가능하면 편도만 구매하고 내려올 때는 트래킹 코스를 이용해도 좋을 듯해 보인다. 정상에 도착하니 크라이스트처치 시내와 함께 태양평 바다와 캔터베리 평야, 서던알프스 산맥 등 눈앞에 펼쳐졌다. 대장관이었다. 모든 풍경을 가슴에 담고 싶었다. 360도 핸드폰을 돌리며 사진을 담았다.

주위를 둘러보자니 저 멀리 태평양 바다가 보였다. 산에서 내려가 바닷가로 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곤돌라를 타고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다시 차를 몰아서 동쪽의 해안가로 이동했다. 동쪽 해안에는 남태평양에서 몰아치는 거대한 파도가 이어지고 있었다. 긴 해변에는 몇몇 사람들이 산책을 하며 파도가 만드는 자연의 음악을 즐기고 있다. 나도 먼바다를 바라보며 새로운 희망을 꿈꿔봤다.

지구 반대편, 대지진의 아픔을 이겨내고 있는 크라이스트처치를 바라보며 나도 희망을 찾고 있었다.

앞으로 잘할 수 있을 거야. 먼바다를 보면서 다짐했다. 내일부터 시작될 뉴질랜드 자연과의 만남, 그리고 나를 찾아온 반가운 누군가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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