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누사, 브리즈번, 그리고 안녕!
호주 여정의 마무리
누사 해변으로 달리다.
누사 메인 비치 오전 6시,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나를 깨웠다. 가볍게 런닝복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 날씨는 말그대로 '끝내줬다'. 화창한 하늘에 선선한 바람, 그리고 맑은 공기와 아침을 깨우는 새소리까지 산책하기 최고의 환경이었다. 어디로 향할까 고민하다가 누사 메인 비치까지 달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구글 맵을 확인해보니 거리는 3.5km. 왕복 7km 정도의 거리였다. 넉넉잡아서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히 왕복할 거리였다.
신발끈을 동여매고 달렸다. 머릿 속에 복잡한 생각을 버리고 그냥 달렸다.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았기에, 걷고 뛰기를 반복했다. 메인 해변까지는 공원과 홀리데이 아파트, 그리고 해변가의 고급 숙소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테라스에 앉아서 아침 식사를 하는 관광객들을 보고 있노라니 가족들이 그리워졌다. '함께 왔으면 좋았을걸, 다음에 꼭 다시 한 번 와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45분 정도가 지났을까. 누사 메인 비치에 도착했다. 넓은 백사장 위에 웅장한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하얀 파도, 그리고 눈부신 아침 햇살이 한 눈에 들어왔다. 해변에 앉아서 잠시 눈을 감고 파도 소리와 바다내음을 느꼈다. 한국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편안함이 다가왔다. 모든 고민이 사라지고 행복감이 찾아왔다. 30분 정도 누사 메인 비치에서 충전의 시간을 마치고, 다시 숙소로 발길을 옮겼다. 열정을 다해 조깅을 해서인지. 돌아오는 길 내 몸은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이게 아침 조깅의 참 맛이었다. 숙소에 돌아와서 간단히 햇반과 라면으로 아침을 챙겨 먹은 후에 10시 체크아웃을 했다.주인 아주머니는 "남은 여행 즐거운 추억 남기고, 나중에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아쉬운 작별 인사를 건넸다. 다시 나는 브리즈번으로 렌터카를 몰았다.
브리즈번과의 재회.
브리즈번 도심의 전통 공연나는 누사에서 다시 브리즈번으로 향했다. 브리즈번 방문은 이번에 4번째다. 2004년, 2006년, 2011년.그리고 이번 여행. 이곳은 호주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 중의 하나다. 호주에서 시드니와 멜번 다음으로 큰 대도시지만, 도시와 자연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너무 복잡하지도 않고, 날씨도 항상 포근하다. 그리고 물가도 그리 높지 않은 것이 최대 장점이다. 각종 공연이나 행사도 많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음식을 만날 수 있기에 인근의 골드코스트나 선샤인 코스트 방문을 위해서 2~3일 정도 항상 머물던 곳이었다.
브리즈번에서는 노마드 브리즈번 호스텔을 숙소로 정했다. 이곳은 2004년 여행에서 1주일 넘게 머물었던 호스텔이었다. 예전의 세계 각국 젊은 여행자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추억을 되새기며 숙소를 정한 것이었다.그때를 생각하며 숙소에 도착했지만,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설은 너무 많이 낡아있었다.
도미토리 대신 1인실을 예약했지만, 배정받은 방 역시 작고 초라했다. 그 때의 그 느낌이 아니었다. 공동 주방에서도 젊은 시절의 추억보다는 불편함이 먼저 다가왔다. 나 또한 변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15년 전 젊은 배낭족때는 10불짜리 숙소만으로 너무 행복했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여행의 편안함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이었다. 호스텔보다는 호텔이, 공동 주방보다 호텔 조식을, 공동 화장실 보다는 편안한 개인 욕조가 내게 더 익숙해져버렸다.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이제 마흔이 넘은 중년이었다. 20대 때의 추억은 지금 내게 현실이 아니었다. 그때서야 나는 깨달았다. 과거의 추억에서 빠져나와야한다는 것을.
숙소를 둘러보며 추억과 현실을 고민하던 나는 짐을 풀고 바로 브리즈번 시티로 나왔다.
사우스뱅크와 브리즈번 강
브리즈번 시내 중심부를 둘러보고 브리스번 강을 건너서 사우스뱅크 쪽으로 이동했다. 강과 함께 공원이 계속 이어지면서 산책하기 좋은 최고의 길이다. 우리의 한강 시민 공원처럼 브리즈번 사람들의 가족단위 휴식처가 바로 이곳이다. 출출한 마음에 노천 카페에 들려서 피쉬앤칩를 먹었다. 우리의 김밥처럼 호주 사람들이 편하게 먹는 음식 중의 하나이다. 따뜻한 생선 튀김에 곁들여진 감자. 한국과는 다른 또 다른 맛이다. 이걸 먹으니 다시 호주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브리즈번 강을 걸었다. 아침 조깅으로 살짝 피곤하긴 했지만, 브리즈번 강 산책은 포기할 수는 없었다. 강을 지나가는 유람선과 고층 빌딩들, 그리고 푸른 하늘을 벗삼아 1시간 정도 산책을 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잠시 벤치에 앉아 지난 사람들을 바라봤다. 조깅하는 사람부터 벤치에 앉아있는 어르신들, 어린 아이와 함께 지나가는 가족들, 백인부터 동양인, 흑인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강가를 지나가고 있었다. 다들 열심히 세상살이에 집중하고 있었다. 풍요로운 호주 자연과 함께 해서 그런지 모두의 얼굴은 여유와 미소가 가득했다. 나도 그 기운을 받아서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살짝 더운 날씨에 물놀이를 위해 스트리츠 비치로 향했다. 그곳에서 나는 빌딩들을 벗삼아서 잠시 물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숙소로 향했다.
골드코스트에서 뉴질랜드로
숙소는 역시 불편했다. 밤새 아래 술집에서 들려온 소음 때문에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하고 메인 스트리트로 나섰다. 커피 한 잔하면서 아침 식사를 즐기기 위해서. 근데 서빙 도중에 아르바이트 학생이 내 앞에서 커피를 쏟았다. 당황스러워하며 미안하다는 반복했다. 역시 일하면서 돈벌기는 쉽지 않다. 내게는 여행이지만 이 친구에게는 현실. 아침부터 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괜찮다며 아르바이트생을 돌려보냈다. 날씨때문인지 아침 브런치 맛은 달콤했다.
노천카페의 소소한 아침 브런치그리고 다시 골드코스트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브리즈번에서 뉴질랜드로 이동하는 비행기표가 상당히 비쌌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골드코스트에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로 가는 항공권을 구매했다. 기차와 버스를 이용하여 브리즈번 시티에서 골드코스트 공항으로 이동을 했다. 골드코스트 남쪽에 공항이 위치하기 있었기에 2시간 정도가 걸려서 공항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공항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하고 주머니 속에 남은 모든 호주달러를 모았다. 그것으로 헝그리잭에 들려서 햄버거로 점심을 대신했다. 이제 나는 3박 4일간의 짧은 호주와의 만남. 그 만남을 마무리하고 이제 나는 뉴질랜드로 향한다. 처음 가보는 뉴질랜드 남섬..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