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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Nov 12. 2022

가을 옷 입은 새별오름을 만나다

새별오름, 나홀로나무, 성이시돌 목장, 테쉬폰, 우유부단, 협재해수욕장

11월 11일.

아침에 눈을 뜨니 오늘도 역시 제주도는 파란 하늘!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었다. 제주도에 와서 가장 좋은 것미세먼지 걱정이 없하늘을 매일 만나는 것이다. 제주도 살이를 시작한 지 벌써 10여 일이 훌쩍 지났지만, 매일같이 하늘은 맑고 공기는 항상 산뜻했다. 핸드폰으로 오늘 날씨를 확인해보니 낮 기온은 섭씨 21~25도. 가을 날씨라고 하기에는 조금 더운 날씨였다. 오늘은 바람도 거의 없고 사진 찍기 좋은 날이었기에 우리는 제주도 서쪽의 핫 플레이스 '새별오름'으로 향하기로 했다.

우리 숙소에서 새별오름까지는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예상대로 날씨가 조금 더워서 11월에 차량의 에어컨을 켜고 목적지로 향했다. 애월을 지나서 중산간지역으로 들어가니 눈앞에 거대한 오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민둥산처럼 보이는 새별오름이었다. 서귀포 쪽에서 올 때 보면 마치 거대한 왕릉처럼 보이는 특별한 모양새의 오름이 바로 새별오름이었다.

새별오름이라는 이름은 '샛별처럼 빛난다'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오름의 높이는 519.3m지만 400m 산지에 위치하고 있기에 실제로는 119m 정도만 올라가면 된다. 다만 경사가 심해서 15분 정도 올라야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새별오름은

고려시대 최영 장군의 전적지 중의 하나로, 제주 들불 축제가 열리기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장소다. 특히 가을이 되면 화려한 억새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제주의 대표 오름이다.

새별오름 입구와 가파른 등산로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11시 40분 정도. 멀리서 바라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오름을 오르고, 또는  내려오고 있었 그 긴 렬이 멀리서도  보였다. 우리는 넓은 오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름 입구로 갔다. 고개를 들어 가파른 등산로를 보니 숨이 '헉'하고 막혀왔다. 경사도가 상상 이상이었다. '어찌 올라가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7살 아들이 오르기 시작했다. 한라산을 가뿐히(?) 오른 초보 산악인답게 아이는 잘도 앞사람들을 따라서 올랐다.  날씨가 예상외로 더웠고 바람도 거의 없어서 땀이 많이 흘렀다. 그리고 작은 벌레들도 상당히 많았기에 살짝 짜증도 났다. 두어 번 휴식을 취한 후에 우리 가족은 정상 능선에 오를 수 있었다. 고개를 돌려 서쪽을 바라보니 오름 몇 개와 바다가 보였고, 동쪽을 바라보니 한라산이 보였다. 하지만 오늘은 구름에 가려서 한라산 정상부가 보이지 않았다. 등선 길을 2분 정도 걸으면 바로 정상이 나왔다. 새별오름 정상석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찍었다. 주위의 멋진 풍경을 즐겼다. 더 있고 싶었지만 배가 고프고 힘들다는 아이의 투정에 바로 하산을 시작했다.

새별오름 정상과 능선길

새별오름은 오른쪽과 왼쪽 두 개의 길이 있는데, 왼쪽은 경사가 있지만 짧고, 오른쪽은 조금 길지만 경사도가 조금 완만하다. 우리는 왼쪽으로 가서 오른쪽으로 내려왔지만, 그 반대로 가는 것이 조금 편해 보였다. 내려오는 길은 골프장 뷰로 한결 정결한 풍경이었다. 그리고 오른편으로 억새밭이 펼쳐지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한 폭의 그림 그 자체였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많은 사람들이 억새밭으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새별오름은 제주도의 가을을 대표하는 장소임이 틀림없었다. 최고였다. 시간이 난다면 아침이나 해 질 녁에도 최고의 산책로라는 생각이 되었다.

새별오름 억새밭과 서쪽 풍경

새별오름에서 1.5km 떨어진 곳에는 나 홀로 나무가 있다.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들리는 곳이다. 어떤 나무인지 궁금해서 그곳으로 차를 돌렸다.

근처에 도착해보니 이곳은 사유지로 특별한 주차 공간이 없었다. 길가에 차를 잠시 주차하고 100m 정도 방목지로 들어가야만 했다. 1m가 넘는 도랑도 뛰어넘어야 하기에 접근도 쉽지 않아 보였다. 나는 그냥 사진 한 장만 남기기로 하고, 아내와 아이는 차에 남겨두고 살포시 다녀왔다. 이미 두 커플이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날씨가 좋은 날이면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장소처럼 보였다.

나 홀로 나무

빠르게 나 홀로 나무를 사진에 담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우리는 제주도의 대표 목장인 성이시돌 목장으로 향했다. 5분 정도 차량으로 이동하니 주차장이 보였고, 곳에 차를 세우고 목장으로 들어갔다. 향긋한(?) 자연의 말똥 냄새가 우리를 맞아 주었다. 우선 아들이 배가 고프다고 하여 우유부단이라는 카페로 들어갔다. 신선한 우유와 밀크셰이크 2잔을 사서 밖에 목장이 보이는 예쁜  테이블에 앉았다. 우리는 말들이 뛰어다니는 푸른 목장을 바라보면서 음료를 마셨다. 따사로운 햇살과 푸른 평원이 마치 스위스 목장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성이시돌 목장 풍경

이럴 때마다 제주도에 잘 왔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냥 앉아만 있어도 행복했다. 아무 걱정도 없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살짝 산책을 했다. 주변에는 테쉬폰이라는 특이한 건축물 하나가 있었는데,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 지역의 건축물 양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이 건물은 1961년 성이시돌 목장에서 숙소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고, 나중에서 돼지 사육을 위해 활용했으며 지금은 멋진 사진의 배경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우리도 특이한 이 건물에서 멋진 포즈로 사진 몇 장을 남기고 다음 목적지인 협재 해수욕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테쉬폰

협재 해수욕장은 제주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해수욕장이다. 대학 1학년 시절, 고등학교 친구 둘과 제주도 여행을 왔을 때 가장 멋진 사진을 남겼던 오랜 추억의 장소였다. 그 당시 시외버스를 타고 이곳을 지났는데, 갑자기 버스 기사님이 차를 세우고 우리에게 내리라고 했고 비양도와 해녀상을 배경으로 기사님이 직접 차에서 내려서 사진 몇 장을 찍어주셨다. 어리둥절 그렇게 찍은 비양도 배경의 사진이 내게 남은 대학시절 가장 멋진 제주도 사진이었다. 그 때문에 항상 제주도를 찾으면 기억이 남았던 협재 해수욕장을 들렸다.

협재 해수욕장

오늘도 역시 우리에게 멋진 풍경을 선물해 주었다. 투명한 물과 에메랄드 빛 바다 색이 우리 가족을 맞아주었다. 우리 아이는 모래사장에 앉아서 모래 놀이를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와 아내도 저 멀리 비양도를 바라보며 한껏 여유를 즐겼다. 날씨가 더워서일까? 몇몇은 바다에 들어가서 수영을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23도 정도의 기온이니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그냥 모든 것, 모든 것이 좋았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어서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숙소가 있는 조천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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