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힐, 전설의 바위들을 만나다
캐슬힐과 린든 호수
뉴질랜드에 온 지 3일째.
오늘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북서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캐슬 힐(Castle Hill)로 향하는 날이었다. 캐슬 힐은 영화 나디아 연대기와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 유명한 곳으로, 거대한 기암괴석이 푸른 초원에 수백 개가 모여 있는 특별한 장소였다. 뉴질랜드 여행을 계획하면서 꼭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었던 여행지 중에 하나였다. 화창한 날씨를 확인하고 우리 가족은 아침 일찍 차를 타고 캐슬 힐로 향했다. 차를 타고 크라이스트처치 시내를 빠져나가니 길게 직선으로 뻗은 고속도로가 나왔다. 시내와 멀어지면서 도로 운행 속도가 60km/h에서 80km/h, 그리고 100km로 서서히 높아졌다. 길 양쪽에는 목장의 초원들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저 머리 양 떼와 소떼가 보였고, 가끔씩은 말들도 풀을 뜯고 있었다. 전형적인 뉴질랜드의 풍경이었다.
캐슬힐 가는 길1시간 정도를 달리니 스프링 필드(springfield) 라는 남섬 중부의 조용한 시골 마을이 지났고, 여기부터는 서서히 산악 지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눈이 녹아서 만들어진 계곡을 따라서 조금씩 고도를 높여나갔다. 자동차로 구불구불 5분 정도 산길을 오르니 포터스 패스(Porters Pass)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고갯길과 유사한 곳이었다. 여기서부터 약 10분을 더 달려서 우리의 목적지인 캐슬 힐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캐슬힐 주위에는 거대한 초원이 펼쳐져 있었고, 그 주위를 멀리서 산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니 저 멀리 거대한 바위 덩어리들이 우리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보면 그리 커 보이지 않았지만, 그 옆을 지나는 사람들의 크기와 비교하니 거대한 암석임이 분명했다. 캐슬힐을 바라보면서 우리 가족은 탐방로를 걸어 나갔다. 중간중간 안내판을 보니 이곳은 과거 바다였으나 융기를 하여 만들어졌고, 긴 시간 동안의 비와 바람의 풍화작용을 통해 지금의 바위 형상들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이미 100여 년 전부터 목축이나 농사 등을 위해서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고, 현재는 암벽 등반의 첫걸음을 위한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다수 찾는다고 적혀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서 확인해보니 나디아 연대기의 전투 장면 대부분을 이곳에서 찍었고, 반지의 제왕에서도 일부 장면이 촬영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했던 그 장면의 그 장소가 바로 캐슬 힐이었다.
캐슬힐 앞에서 아내와 아이우리는 반시계 방향으로 캐슬힐을 둘러보기로 했다. 먼저 정면을 둘러보면서 오른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실제로 가까이에서 지켜본 바위는 10여 미터 이상의 거대한 바위들이었다. 그 하나하나의 형상이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기암괴석과 야생화로 이어진 탐방로를 따라서 그 안쪽으로 들어갔다. 단지 몇 개의 돌들이라고 생각했지만 안으로 들어오니 수십에서 수백 개의 돌들이 초원 위에 차리잡고 있었다. 우리는 암석 사이로 정상부로 올라갔다. 그리고 저 멀리 펼쳐지는 초원과 산들의 풍경들을 감상했다. 뉴질랜드에 와서 보는 최고의 풍경들이었다. 언덕 아래에는 소와 양들이 방목되고 있었고, 저 멀리 눈이 살짝 쌓인 거대한 산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위 정상에서 사진 몇 장을 찍고 다시 언덕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언덕 반대편에는 앞에서 볼 수 없었던 수십 개의 돌들이 놓여 있었고, 그 모습도 아름다웠다. 우리 가족은 이번에는 뒤편의 산들을 바라보면서 경치를 감상했다. 저 멀리 병풍처럼 펼쳐진 산들과 푸른 초원을 바라보고 있자니 시력이 좋아지는 기분이었다. 팍 트인 풍경을 바라보면서 아이는 준비해온 바나나와 쿠키를 먹으며 행복한 간식 시간을 보냈다.
캐슬힐에서의 여유로운 시간자리에 않아서 주위를 둘러보니 뉴질랜드 현지인들이 삼삼오오 바위에 오르는 것이 많이 보였다. 2~3m 되는 바위에서 등반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암벽 등반 초보자들을 위한 연습 코스로 최적의 장소였다. 바위들 중간 정도에 오니 작은 연못 하나가 있었다. 바위 울타리 사이에서 눈이 녹아서 고여 있는 물 같았다. 고인 물 답지 않게 맑고 투명한 것이 뉴질랜드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현지인들의 초보 암벽 등반과 중심부의 작은 연못 이제 반대방향으로 우리는 발길을 옮겼다.
중간중간에 설악산의 흔들바위와 비슷한 바위도 있었고, 코끼리나 돌의 요정, 작은 물방울처럼 생긴 아기자기한 바위들이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바위들을 한 바퀴 둘러보니 올라간 반대 방향으로 내려오는 계단이 보였다. 계단을 따라서 내려오니 저 멀리 주차장이 눈에 들어왔다. 반대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의 풍경도 말 그대로 끝내줬다. 우리는 전체를 둘러보는데 약 2시간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현지인들은 맛있는 도시락을 싸와서 바위에 않아서 먹는 모습도 보였다. 어느 근사한 고급 카페 이상의 뷰를 제공하는 자연 최고의 카페 같아 보였다.
우리는 다시 크라이스트처치로 차를 달렸다.
가는 길에 지나쳤던 린든 호수 (Lake Lyndon)에 잠시 차를 세웠다. 린든 호수는 캐슬 힐 (Castle Hill)과 포터스 패스(Porters Pass) 중간에 위치한 산 위의 호수였다. 파란 하늘색을 물에 담아놓은 듯한 조용한 호수였다. 잠시 차에서 호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평온함이 찾아왔다. 날씨가 덥다면 수영하기에도 괜찮아 보이는 호수였다.
린든 호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우리는 곧장 다시 숙소로 향했다. 오는 길에 여전히 캐슬힐의 여운이 사라지지 않았다. 초원 위의 전설의 바위들과 그 위를 함께 걷던 아내와 아이의 모습. 함께 해서 너무나 행복했다. 오늘도 정말 멋진 최고의 풍경을 만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