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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스트처치 마지막 날

크라이스트처치 트램 투어, 곤돌라 피크, 양떼, 빨래방, 아고다 메일

by Wynn

일요일 아침, 커튼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강한 햇살에 잠에서 깨어났다. 시계를 확인해 보니 아침 9시 30분. 아직까지 시차 적응이 덜 되었는지 한국 시각(오전 5시 30분)에 맞춰서 일어난 것이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TV를 켜보니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월드컵 8강 경기가 한창이었다. 잠시 축구에 빠진 사이, 아이가 배고프다며 빨리 아침을 먹으러 가자고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투정에 못이겨 오늘은 가장 먼저 숙소 근처의 괜찮은 브런치 집을 찾았다. 구글에서 평점이 좋은 강가의 레스토랑을 찾아서 커피와 함께 브런치 세트를 주문하여 늦은 아침을 먹었다.

곤돌라 피크 가는 길
정상에서 본 크라이스트처치 도심과 해안선

간단히 식사를 한 후에 크라이스트처치의 곤돌라 피크를 다시 찾았다. 이번에도 곤돌라 대신에 차량을 이용해서 산으로 향하는 Summit Rd로 이동을 했다. 며칠 전과는 다르게 맑게 갠 하늘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곤돌라 피크 아래에 주차를 하고 산등성이 능선을 10분 정도 올랐다. 주위에 토끼와 양들이 많이 살아서 그런지, 올라가는 길 주변에 콩알만 한 배설물들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마치 지뢰를 피하듯이 조금조금 곤돌라 피크를 향해서 올라갔다. 곤돌라 피크에 오르니 크라이스트처지를 비롯하여 동쪽의 해안선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남쪽의 리틀턴 마을과 앞바다까지 그림 같은 풍경이 한눈에 펼쳐졌다. 이제야 뉴질랜드의 모습을 제대로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크라이스트처치 곤돌라
리틀턴과 앞바다 풍경

우리는 곤돌라 피크 건물에 들어가서 기념품 판매점과 카페 등도 둘러봤다. 아이는 풍경 안내판을 보면서 신기한 듯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다시 주차된 차로 내려오면서 오래전 숨겨 놓았던 동전을 찾아보았지만, 초록이 너무나 우거져있어서 그 동전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계획했던 대로 사랑하는 가족들과 다시 왔다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었다. 내려올 때도 자연의 배설물들을 밟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아들의 손을 잡고 산책로를 걸어 내려왔다.


잠시 후에 우리는 근처의 양 떼 목장으로 이동했다. 수백 마리의 양 떼를 방목 하는 초원이었지만, 트레킹 코스로 길을 개방하고 있었다. 3시 방향으로는 산악용 자전거가 갈 수 있도록 일을 열어 놓았고. 12시 방향으로는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도록 개방해 놓은 것이었다. 우리도 트레킹 로드를 따라서 백여 미터를 걸었다. 길가에는 양 떼들이 나무 밑에서 더위를 피하고 쉬고 있었다. 불과 몇 미터 앞에서 수십 마리의 양 떼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특별한 시간을 함께 했다. 양 떼를 궁금해하는 동양인들이 반가웠던지, 목장을 트레킹 하는 뉴질랜드 젊은이들도 우리에게 살짝 인사를 건네며 지나갔다.

양떼 목장과 트레킹 코스

양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우리는 산 위를 가로지르는 서밋 로드(Summit Road)를 따라서 드라이브했다. 저 멀리 크라이스트처치의 해안선을 바라보면서 그림처럼 이어지는 멋진 길을 따라서 리틀턴 마을을 들린 후에 다시 도심으로 향했다.


크라이스트처지 도심으로 들어와서 아이의 바람대로 트램 투어를 시작하기로 했다.

오늘이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었기에 이 도시의 명물 트램을 타고 시내 한 바퀴 돌고 싶다는 것이 아이의 소원이었다. 트램은 크라이스트처치 도심을 8자 모양으로, 약 25~30분 정도 도는 코스로 운행이 되었다. 어른은 30불, 아이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고, 어느 정류장에서나 내리고 탈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다만 마지막 트램이 5시에 끝나기 때문에 저녁 시간에는 이용이 불가능한 것이 단점이었다. 트램이 모양과 색깔도 가지각색이었다. 붉은색 계통부터 초록색과 파란색 레스토랑 트램까지 다양한 전통 트램들이 있었다. 그리고 차체가 개방된 오픈형 차량도 있었고, 일반 트램처럼 사방이 막힌 차량도 있었다. 우리는 중간중간에 트램에서 내려서 3~4대의 트램 차량을 바꿔 타면서 크라이스트처치의 트램을 즐길 수 있었다. 크라이스트처치의 트램은 크라이스트처치라는 작은 테마파크 여기 저기를 돌아 다니는 오래된 놀이기구 같은 느낌이었다.

크라이스트처치 트램
가격과 코스, 내부 풍경
도심을 달리는 크라이스트처치 트램 (시티투어 차량)
크라이스트처치 트램 (레스토랑 차량)
트램길 풍경

5시 마지막 트램을 타고 들어오면서 우리는 최종 정류장에서 작은 셀프 빨래방을 발견했다. 뉴질랜드에 도착한 지 며칠이 되었기에 빨랫감이 쌓였고, 내일부터 본격적인 캠핑카 여행이 이어지기에 세탁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래서 숙소에 들려서 빨랫감을 가져와서 셀프 빨래를 했다. 세탁비용은 4불, 건조기 비용도 4불, 편의점에서 작은 세제를 2불에 팔기에 10불이면 빨래가 가능했다.

크라이스트처치 빨래방

빨래를 마치고 돌아오니 아고다에서 메일이 와 있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처음 예약했던 숙소 예약 금액의 10% 아고다 캐시 지급. 추가적인 비용이 있을 경우에는 관련 서류 제출하면 검토 예정' 이게 전부였다. 새로운 예약 숙소에 대한 차액이나 이동시 교통요금, 국제 통화 요금 등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여기에 신경을 쓰면 나머지 여행도 망칠 듯하여 6만 원 정도의 아고다 캐시를 받고 지난번 일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앞으로 숙소를 예약할 때는 대행사 확정 메일이나 바우처를 받아도 내가 직접 현지 숙소에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크라이스트처치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가고 있다. 뉴질랜드 여행을 위한 시차와 자동차 운전 적응을 위해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3박 4일 동안 머물고 내일부터 그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캠핑카 여행이 시작된다. 내 인생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가족과 함께하는 뉴질랜드 캠핑카 여행! 내일부터 대자연으로 떠나는 새로운 여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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