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캠퍼밴 타고 테카포 호수로

테카포 호수와 홀리데이 파크

by Wynn

오늘은 드디어 캠핑카 여행이 시작되는 날이다.

아침 일찍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사용한 소형 렌터카 반납을 하고 바로 옆의 캠핑용 밴 렌터카 회사로 이동했다. 우리가 빌린 브랜드는 브리츠(Britz). 약 3~5년 된 캠퍼밴(뉴질랜드에서 캠핑카를 이렇게 부름)을 대여해 주는 회사였다. 3개월 전 캠핑카 여행을 준비할 때 솔직히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여행 성수기와 비수기의 가격이 상당히(2배 이상) 차이가 났고 12월 중순부터 2월까지 여름 성수기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하루 대여 비용이 특급 호텔 1박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가격이었다. 또한 최소 1주일 이상만 대여가 가능했다. 보험을 포함하여 반납 패키지 등을 고려하면 1주일에 300만 원이 훌쩍 넘을 정도였다. 여기에 추가로 홀리데이 파크 비용( 3명시 하루 6만 원 정도)과 유류비 등이 추가된다. 성수기에 캠핑카 여행을 1주일에 최소 4~500만 원 정도가 들어가기에 상당히 부담스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행하는동안 상당한 식비를 줄일 수 있고 자연을 벗삼아 생활할 수 있기에 분명 큰 장점도 존재한다.

반면에 사람들이 여행하는 방향과 반대로 이동할 경우에는 공짜 캠핑카 여행도 가능하다. 이른바 1달러 캠핑카. 핑 차량을 원래 위치로 가져가 주는 것으로 호주나 뉴질랜드 등에서 가능하다.

퀸스타운에서 오클랜드, 혹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오클랜드 방향으로 거꾸로 이동하는 목적으로 무료로 렌터카 회사에서 대여가 가능한 경우가 있다. 사가 급할 경우 가끔씩은 기름값과 추가 비용까지 주는 경우도 있으니, 워킹홀리데이나 시간은 많은 여행자들에게는 이것이 경제적으로 캠핑카 여행을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어찌 되었건 나의 버킷리스트가 가족과 함께 하는 캠퍼밴 여행이기에 12일부터 다음 주 월요일인 19일까지 캠퍼밴을 가지고 남섬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렌터카 회사에 도착해 우선 간단히 차량 사용법에 대한 동영상 강의를 듣고, 능 설명과 량 점검 후에 릉부릉 시동을 걸었다.

7미터짜리 캠퍼밴을 몰고 크라이스트처치를 떠나서 테카포 호수로 향했다.

캠퍼밴과 내부 모습

빌린 차는 벤츠사의 스프린터를 개조한 캠핑전용 밴으로, 미니 화장실을 비롯하여 작은 싱크대와 가스버너, 그리고 전자레인지와 함께 대형 침대로 변경 가능한 소파가 채워져 있었고, 외부에는 바비큐 그릴을 비롯하여 전기와 용수를 공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춰져 있는 캠핑에 특화된 2018년식 차량이었다. 모든 것이 버튼 하나로 가능하도록 편리하게 구성되어 있 것이 신기했다. 우선은 가는 길에 대형 마트에 들러서 장을 보았다. 물을 비롯하여 쌀과 라면, 참치, 그리고 각종 양념 등을 가득 채우고 1주일간의 본격적인 캠핑카 여행을 준비했다.

크리이스트처치에서 테카포 호수까지는 이어지는 길은 초원의 연속이었다. 양과 소, 그리고 사슴을 방목하여 키우는 초원이 1~2시간 정도 이어졌다. 마트를 출발하면서 구름이 끼고, 간혹 빗방울도 떨어졌기에 4년 전처럼 또 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하지만 호수에서 약 40km 정도 떨어진 페얼리를 지나면서 구름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고, 테카포 호수를 앞둔 마을에서 파란 하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테카포 호수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안내 표시판이 눈에 들어왔고 저 멀리 테카포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믿기지 않는 호수의 색깔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드디어 우리 가족은 오후 4시가 넘은 시각에 첫 기착지인 테카포 호수에 도착했다.

캠핑 사이트에서 바라본 테카포 호수

사실 근처의 선한 목자교회도 둘러서 호수도 감상하고, 천문대에도 올라가 보고 싶었지만, 여행보다는 아이의 저녁 밥이 우리에게 우선이었다. 아이에게 제대로 된 점심식사를 먹이지 못했기에 홀리데이 파크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밥을 해야만 했다. 체크인하면서 자리를 배정받고, 곧장 저녁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한국에서 가져온 작은 밥솥에 쌀을 씻어서 밥을 하고 나는 테카포 호수를 바라보면서 뉴질랜드 소고기 바비큐를 준비했다.

호수가 보이는 바비큐 구역

바비큐 장에서 바라본 호수뷰는 정말 아름다웠다.

호수 풍경에 취해 고기를 열심히 굽는데, 옆자리에서 영국에서 온 젊은 부부가 내게 바비큐 장의 사용법에서 물었다. 잘 하지 못하는 영어였지만, 열심히 그 부부의 질문에 답해주고 소고기를 구웠다. 그렇게 10여분 동안 잠시 영어 회화의 시간을 가졌다. 잠시 후 아이가 내게 뛰어 왔다. 밥이 다 되었다는 얘기를 했고, 나는 바비큐와 버섯 구이를 가지고 호수가 보이는 식사 테이블에 앉았다. 첫 식사는 소고기 바비큐와 양파와 버섯구이, 그리고 맛있는 쌀밥과 김. 쌈장이었다. 테카포 호수 앞에서 쌈장을 찍어먹는 잘 익은 소고기! 최고의 저녁 식사였다.

테카포 호수를 바라보면서 저녁 식사를

식사 후에 짐 정리를 시작했다. 아내는 가져온 짐을 차량 내부에 정리하먼서 1주일간의 살림살이를 어찌해야할지 고민했다. 빈공간 하나하나에 아이옷부터 음식까지 우리집처럼 정돈했다.

그 사이 나와 아들은 홀리데이 파크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홀리데이 파크 탐방(?)을 했다. 식당과 바비큐 존, 그리고 세탁실과 샤워장까지 완벽하게 준비된 캠핑장이었다. 하루 비용 NZ 72불이 그리 아깝지는 않아보였다.


정리를 마친 후 우리는 호수로 내려가 보았다. 물이 너무나 맑아서 아내와 아이가 조용히 물속에 발을 담갔다. 빙하 호수가 만든 아름다운 호수 색을 감상하면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오감으로 테카포 호수를 즐겼다. 그리고 호수가를 거닐면서 둘레에 가득 핀 루핀 꽃 향기도 맡아보았다. 보라색과 분홍색으로 핀 뉴질랜드의 푸핀 꽃이 에메날드 빛의 호수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이런 그림 같은 풍경을 가족과 함께 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의미가 있었다. 행복하다는 생각에 마냥 웃음이 나왔다. 아이도 한 껏 들뜬 기분에 호숫가 를 힘차게 누볐다.

테카포 호수

호수가 산책을 마치고 다시 캠퍼밴으로 돌아왔다. 아이도 처음 하는 캠핑카 여행이 너무 즐거웠던지, 차 안을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즐거워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떨어지는 노을이 비친 테카포 호수를 바라보면서 커피 한 잔을 했다. 캠핑카 주변에는 오리들이 우리 곁에서 뒤뚱뒤뚱하며 함께 했고 가끔씩은 토끼들이 근처 풀 밭을 뛰어다녔다.

자연과 하나된 홀리데이 파크 모습이었다.

그렇게 해가 저물었다. 우리는 샤워실로 향했다. 버튼을 누리고 3분 대기하면 6~7분 뜨거운 물을 쓸 수 있었다. 리고 캠핑카에서 잠을 청했다.

어둠이 내리자 주변은 고요해졌다. 캠핑카 위로 별빛이 하나둘씩 보였다. 그 별 빛을 감상하며 캠핑카에서 첫 날을 마무리했다.

keyword
이전 04화크라이스트처치 마지막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