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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펭귄 Dec 05. 2020

엄마가 장애 판정을 받던 날

괜찮아, 함께 있으니

 

  대부분의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나는 내 인생도 평생 장애와는 연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족이나 친척 중애 장애를 가진 이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중고등학교 때 복지관으로 종종 다녔던 봉사활동을 제외하면 장애우와 접촉할 만한 일도 거의 없었다. 그만큼 먼 일이라고 생각해왔고, 철저히 남의 이야기에 불과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장애우 가족들을 보며 '아, 저런 집도 있구나.' 하는 일이 내 인식의 전부였다.


  가족 중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생길 뻔한 일은 있었다. 엄마가 남동생을 가졌을 때 기형아 수치가 굉장히 높아 거의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날 확률이 높았다고 했다. 엄마에게서 그 날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은 적은 없지만, 겁이 많은 우리 엄마는 분명 동생을 낳는 그날까지 큰 죄책감과 두려움에 떨었을 것이 틀림없다. 그래도 엄마는 용감하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동생을 낳았다. 주변의 염려와는 달리 아주 건강하게.


 



  엄마가 사지를 전부 못 쓰게 되고 휠체어에도 앉지 못하는 상황이 오게 되자 우리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상황을 딱히 활용하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국가에서 뭐라도 지원받을 수 있다면 조금 낫지 않을까라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서였다. 그리고 그 첫 타자가 바로 장애등급 판정을 받아 장애인 등록을 하는 것이었다.

  구청에 가서 장애인 등급 판정 심사 신청을 했다. 원래는 본인이 직접 가서 해야 한다지만, 엄마는 이미 직접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빠가 가서 신청을 하고 나니 동사무소 직원들이나 관계자들이 와서 직접 엄마의 상태를 살펴보고 심사를 한다고 했다.

    이 상황을 전달받은 엄마는 덤덤한 표정이었다. 엄마는 손끝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심사에서 탈락하면 어쩌지? 하고 걱정이 되었다. 왜인지 몰라도 '심사'라는 단어는 늘 사람을 얼어붙게 만드는 모양이었다.


  신청서를 내고 난 후 며칠 뒤, 동사무소 측에서 세 명의 관계자가 집을 방문했다. 누워있는 엄마를 살피고 팔을 들어 올려 보라고 하거나 다리를 움직여 보라고 했다. 엄마는 입을 굳게 다문 채 가만히, 그저 가만히 있었다. 관계자들은 몇 가지를 더 묻고, 사진을 찍고, 움직여 보라는 말에 묵묵부답으로 가만히 있는 엄마의 동영상을 촬영했다. 엄마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엄마의 곁에 어정쩡하게 서서 촬영이 끝나길 기다렸다.


  "네. 다 끝나셨고요~ 심사 결과 나오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관계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난 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제 우리가 기다릴 것은 엄마가 장애인이 되었다는 통보뿐이었으니 심사가 끝났다고 기뻐할 일도 아니었다.


  할 말을 찾지 못해 가만히 엄마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다시 조용해진 집 안, 침대 위에 누운 엄마는 조용히 울고 있었다. 팔을 들어보라는 말에, 다리를 움직여 보라는 말에 엄마인들 왜 움직이고 싶지 않았을까. 설령 장애 등급 판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로 인한 약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움직이고 싶었겠지.

  손을 꼭 맞잡은 채로, 등을 동그랗게 말고 울고 있는 엄마의 눈물을 꾹꾹 눌러 닦아주었다.





  희귀 난치성 질환인 루게릭병 환자라면, 또 장애인 등록을 마쳤다면 다음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 장애인연금

= 18세 이상부터 수령 가능하다고 하는데, 우리 가정의 경우엔 공무원연금 수령자가 있어 중복 지급이 불가능한 관계로 지급받지 못했다.


2. 보장구

= 이동에 필요한 휠체어, 욕창매트, 휴대용 변기 등을 1/10 정도 되는 가격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보장구

[ 補裝具 , assisting devices ]


신체 결함 및 불편을 해소하기 위하여 고안된 장비이다. 보조기구라고도 한다. 「장애인복지법」 제65조에 따르면 장애인 보조기구는 장애인이 장애의 예방·보완과 기능 향상을 위하여 사용하는 의지(義肢)·보조기 및 그밖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보장구와 일상생활의 편의 증진을 위하여 사용하는 생활용품이다.

국가와 지방단체에서 지급하는 장애인 보조기구는 다음과 같다.
① 의지(prosthesis)-의수(義手), 의족(義足),
② 보조기(orthosis, brace)-상지 보조기, 하지 보조기, 척추 보조기,
휠체어-수동 휠체어, 전동 휠체어,
④ 정형 구두 등이 있다.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신경외과의 처방전에 따라 다음과 같이 제공된다.
① 의지, 보조기-신체의 일부가 상실되어 의지, 보조기 착용이 요구되는 사람,
② 전동 휠체어-뇌병변 장애인으로서 상지기능 근력 검사가 1~3등급이고 인지기능 간이 정신진단검사 30점 중 24점 이상인 사람, 또는 지체장애인으로서 상지기능 근력 검사가 1~3등급인 사람,
③ 전동 스쿠터-뇌병변 장애인으로서 상지기능 근력 검사가 4~5등급이고 인지기능 간이 정신진단검사 30점 중 24점 이상인 사람 또는 지체장애인으로서 상지기능 근력 검사가 4~5등급인 사람,
④ 수동 휠체어-지체장애인이나 뇌병변 5급 이상인 사람으로서 100m 이상 보행이 불가능한 사람,
⑤ 정형 구두-다리 길이의 차이, 족부 변형, 편마비가 있는 사람    


[네이버 지식백과] 보장구 [補裝具, assisting devices] (특수교육학 용어사전, 2009., 국립 특수교육원)



3. 산정특례(희귀 질환의 경우)


= 희귀 질환자, 암, 심혈관, 뇌혈관 등의 확진을 받은 자가 등록절차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한 경우, 본인부담률을 5~10%로 경감하는 제도.


  엄마의 경우도 일반 환자처럼 병원에 내원할 수 없어 작은 병이라도 걸리면 입원밖에 답이 없었기 때문에, 산정특례에 등록해 혜택을 받지 않았더라면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출처: https://m.blog.naver.com/sksmsqnaqna/222128412353






  며칠 후 심사에 통과되었다는 연락과 함께 동사무소에 가서 장애인등록증을 받아왔다. 엄마의 이름 옆에 쓰여 있는 '지체장애 1급'이라는 단어가 적응이 안 되고 낯설었다. 우리 엄마가 장애인이라니, 그것도 무려 1급의 중증 장애인이라니. 사실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아마 평생 적응되지 않을 것 같다. 아직 함께 팔짱을 끼고 걷던 엄마의 씩씩한 걸음걸이가 선명하고, 매일같이 엄마가 오늘이라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는 꿈을 꾸니까.

   그냥 앞으로도 굳이 적응하지 않아도 되겠지 싶다.



  하지만 엄마, 만약 기적이 없더라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

  내가 평생 엄마 옆에 꼭 붙어서

  손과 발이 되어줄게-

  엄마가 내 곁에 있다는 게,

  우리가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으로도

  이미 충분히 기적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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