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준비물이라는 주제로 시작해서 '업의 본질'이라는 어려운 얘기까지 왔다. 면접을 너무 힘들고 어렵게 생각하는 게 아닌지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본질을 스스로 깨닫고 정의 내리는 과정은 나름 중요하다. 우선 필자의 업의 본질에 대해서 정의 내려보겠다.
필자는 '헤드헌터'이다. 헤드헌터는 기업이 원하는 최적의 인재를 찾아서 추천하는 일을 한다. 추천한 인재가 기업에 입사해서 동료들과 함께 성과를 내면 해당 기업은 이익을 얻고 성장한다. 또한 기업은 성장과 동시에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데 소위 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를 실천해야 하며 더 나아가 CSV ( Creating Shared Value )를 추구해야 한다.
결국 필자가 하는 일은 CSV를 창출하는 작은 출발점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다소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헤드헌터 업의 본질을 나름 정의 내린 것이다. 지금도 힘든 상황이 닥치면 업의 본질을 되새기며 흩어졌던 마음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는다.
과거에 회자되었던 이건희 회장의 업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해보면 유통업은 부동산업, 호텔업은 장치산업이라 했다. 유통업의 본질을 부동산업이라 함은 유통점포를 소유함으로써 생기는 중장기적인 부동산 가치 상승 이익을 고려한 생각일 것이고, 호텔업을 서비스업이 아닌 장치산업이라 함은 고객 편의 시설들을 갖추기 위한 초기 투자금이 커서 일 것이다. 위의 정의에 동의하건 안하건 나름의 정의가 기업 및 직원들에게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사고의 틀'로 작용한다.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새롭게 정의해야 하겠지만 이렇듯 업의 정의는 직장인의 삶의 근간이 된다.
얼마 전에 만난 VMD ( Visual Merchandiser )는 본인의' 업의 본질'에게 대해서 짧게 정의 내렸다. '매장을 구경하는 고객들을 시각적으로 기쁘게 해주는 일'이다. 이 일을 하면 행복하고 앞으로도 계속 VMD를 하고 싶다고 했다. 아직 30대 초반이고 경력도 짧지만 본인의 업에 대해 진솔하게 표현할 때의 눈빛은 매우 강렬했다.
간혹 최종면접의 관문인 대표이사가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다. "입사해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어요? "
위의 질문이 단순히 대표이사의 기대치라고 판단하면 어떤 지원자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고 아래와 같이 답변한다.
"아직 입사 전이어서 회사 내부의 상황을 알 수가 없어 구체적으로 답변드리지 못하지만, 마지막 직장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위의 질문에 정답이 있지는 않지만, 대표이사가 원하는 답은 결과치의 나열은 결코 아니다. 이는 마치 어부에게 내일 물고기를 몇 마리 잡아올 수 있느냐라고 묻는 것과 같다. 어부는 어획량을 얼추 말해주기보다는 본인의 Know-How 및 경험치를 언급하는 편이 상대방에게 훨씬 큰 신뢰를 준다.
즉 스스로 터득한 Know-How와 경험에서 오는 인사이트(insight) 가 없으면 남들이 해왔던 방식과 성공사례를 나열하게 되고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취급당하기 쉽다. 차라리 '바다가 좋아서 어부 일을 한다'라는 선문답이 그 사람을 더 돋보이게 한다.
단순하고 근본적인 질문에 바로 답변하기 어렵고 당황하는 이유는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아래의 질문을 던져보라.
" 나는 왜 이 일을 선택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