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보고서] 생텍쥐페리 두 번째 장편소설
<야간비행> 본문 中
p17. 산훌리안을 향해 저속으로 하강하면서, 파비앵은 피곤을 느꼈다. 집, 작은 카페, 산책로의 나무 등 인간의 삶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모든 것이 그에게 점점 크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정복 전쟁에서 승리한 날 저녁, 자신이 획득한 제국의 영토를 굽어보면서 인간의 소박한 행복을 발견하게 되는 정복자 같았다. 파비앵은 무기를 내려놓고 천근만근인 몸과 곳곳의 근육통을 음미하고 싶었다. 가난 속에서도 마음은 풍요로울 수 있으므로, 이제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 창가에서 변치 않는 풍경을 바라보고 싶었다. 비록 작은 마을일지라도, 그는 이 마을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일단 선택하고 나면, 우리는 그 우연에 만족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된다.
p19. 이제 그는 밤의 한복판에서 불침번처럼, 밤이 인간을 보여준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런 신호, 이런 불빛, 이런 불안을 보여준다는 것을 말이다. 어둠 속의 별 하나는 고립된 집 한 채를 의미한다. 별 하나가 꺼진다. 그것은 사랑에 대해 문을 닫은 집이다.
p24. 그는 자신이 노년에 이를 때까지, 인생을 감미롭게 해 줄 모든 것들을 '시간이 생기면'이라는 전제로 조금씩 미뤄왔음을 깨달았다. 실제로 언젠가는 여유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처럼, 인생의 끝자락에서는 상상해온 행복한 평화를 얻게 될 것처럼. 그러나 평화는 없다. 어쩌면 승리도 없을 것이다. 모든 우편기가 최종적으로 도착하는 날이란 오지 않는다.
p62. '삶에는 얼마나 모순이 많은가. 하지만 우리는 삶과 화해할 수 있는 만큼 화해하며 산다. 그러나 계속 살아가고,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소멸할 수밖에 없는 육신과 맞바꾸는 것은······'
p72. 그건 어쩌면 당연해. 정원사가 잔디와 벌이는 영원한 싸움도 그런 식이야. 그의 단순한 손길이 아무리 억눌러도 대지는 언제나 원시림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p92. 인간의 목숨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 해도, 우리는 항상 무언가가 인간의 목숨보다 더 값진 것처럼 행동하죠.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p106. 파비앵은 이 밤 화려한 구름바다 위에서 떠돌고 있지만 저 아래쪽으로는 영원이 놓여 있다. 그는 자기 혼자만 살고 있는 별들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그는 여전히 세상을 손아귀에 쥐고 가슴에 끌어안은 채 균형을 잡고 있다. 그는 인간적 풍요로움에 무게가 실린 핸들을 간단히 잡고, 절망적으로, 이별에서 저 별로 떠돌고 있다. 결국 되돌려줘야 할 쓸모없는 보석이지만······.
p113. 그는 섬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배를 만들었던 옛날 소도시들을 생각했다. 거기에 희망을 싣기 위해, 자신들의 희망이 바다 위에서 돛을 활짝 펼치는 것을 보기 위해, 그들은 배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 배로 인해, 모두가 위대해지고 모두가 자신을 벗어나며 모두가 자유로워진다. 어쩌면 목적은 아무것도 정당화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동은 우리를 죽음으로부터 해방시켜준다. 그 사람들은 자기들이 만든 배를 통해 계속 살아가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