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의적절

마냥 기다림

by 곰살

없이 살 수 있고 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있던 것을 없던 셈 치고 살기란 어려운 일이다
몸 이전에 마음을 주었고
이름을 부르기 전에 동반의 삶을 먼저 그린 탓이다

운전을 해야 주유소 가격표가 보이고
외국어를 배워야 간판을 읽고 싶어진다
생전 처음 고양이를 기꺼이 탐구하였던 어제가
하룻밤의 꿈은 아니길,


그리던 것이 막상 다가왔을 때 이것저것 따져가며 겁을 내는 것은 복이 달아날 일이다

가져도 안 가져도 산다면
안 사는 것이 좋고
있어도 없어도 산다면
함께 있는 것이 좋지 않은가

짧은 일생을 산에서 들에서 거리에서 보냈을 것이니
단 하루 우리 집에 머물렀던 것이라 해도 이상할 바는 아니다

다만,
애정을 줄줄 흘리던 호명이
어색한 손으로 마음을 내어준 쓰다듬음이
겁내는 기색 하나 없이 우리를 휘감던 너의 표현이
너와 나를 가르는 문을 가장 늦게 닫고 가장 이르게 열고 싶은 궁금이
더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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