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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살 Sep 04. 2019

잔차 일기

선물 같은 하늘

9월 2일 늦은 오후. 오랜만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아주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 어딘가 단단히 녹이 슨 자전거는 이따금 굉음의 기적소리를 울려댔고, 대단한 사람 나서는 듯한 내 인기척에 사람들은 놀라 뒤돌아 봤다. 그래도 오랜만에 자연 바람을 맞으니 좋았다.

여섯 시 반쯤 되니 하늘빛이 변했다. 오묘한 핑크빛 그라데이션을 풀어놓던 하늘은 보라색을 머금었고 점차 붉어졌다. 그러더니 결국 이렇게 선물 같은 하늘을 내게 내보였다. 한여름 무더위를 핑계로 출타를 금했던 나는 이토록 훌륭한 풍경을 제대로 놓치고 있었다. 오밤중 주황 전구 스탠드만 주구장창 켜대우물을 자처하는 삶을 살고 있 나.

퇴근하는 길 공원 한 바퀴 돌고 귀가하려는 직장인과 반려견 산책을 시키러 나온 사람, 아이들 뛰놀게 해 주려는 부모, 날씬한 몸매를 더 늘씬하게 유지하려는 레깅스 차림의 여인 등 다양한 이들이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은 채 자전거를 타는 아저씨도 물론 있었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더 나가야지. 그리고 움직여야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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