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종류의 책을 집어 든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베스트, 시간관리 등의 키워드가 들어간 자기 계발서를 읽었던 '변하지 않는 사실'은 '변화하지 못한' 내 앞에선 아무 소용없는 추억일 뿐이었다. 모든 게 '셀프'로 행해진 일이었다. 삶의 순간순간 선택에 누군가의 귀띔이나 조언이 분명 있긴 했지만 결국 마지막 카드를 골라 뒤집은 건 나였다.
바로 본론부터 들어갈까 생각했지만 마음의 여유를 주기 위해 첫 장부터 펼쳤다. 추천사를 작성한 필 맥그로 박사는 이 책을 읽으며 '진실로 정직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바꾸고 싶은 게 있다면, 먼저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나는 늘 진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진실은 후회로 얼룩진 나를 후려치고 자학하는 것이었다.
'또 미루다 이렇게 됐어', '이때 정신 차리고 했으면 이루고도 남았겠다' 등 자기반성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는 순간도, 막연한 감상에 도취한 적도 많았다. 중요한 건 나를 위한 진정한 칭찬과 사랑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나와 평생을 함께하는 내 육신과 정신에 일시적인 쾌락을 제공하며 좋아질 수 있는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20대의 중심을 넘어가는 올해, 이번 달, 지금의 나에게 제대로 된 용기와 자신감을 셀프 제공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베스트 셀프'는 일단 내 안 '최고의 자아'와 '반자아'를 찾는 데 주력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높은 성과를 보인다. 내 장점과 단점, 강점과 약점을 찾아 내가 원하는 방향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것.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최고 자아와 반자아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까지 구체적인 예시와 보기를 통해 나를 인도한다.
왜 아직 원하는 만큼의 인생을 살지 못하는가. 지금의 안정이 마치 내가 바라 온 삶인 양 안일하고 안전을 꾀했던 자체가 변화하지 못한 이유였다. 지금 내게 주어진 건 만족, 즐거움, 꽤 괜찮은 정도이고 이보다 더한 행복과 성취가 몇 정거장 뒤에 있을 거라 생각한 탓이었다. '행복이 무엇이냐'라는 어려운 고찰에 대한 답이 '지금 현재 괴롭지 않은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허들처럼 산 넘어 산인 인생에서 '괴롭다'는 생각이 없다면 그 자체로 행복하다는 것이다. 맞다. 그렇다면 나는 행복한 게 맞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소중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지금의 나날들.
내 최고 자아와 반자아를 정말 솔직하게 적어보고 나니, 내가 꿈꾸고 있는 것과 지금의 불만족스러운 현실이 그대로 그려졌다. 내가 발현할 수 있는 긍정의 모습과, 어쩌면 이미 너무나도 많이 걸려 넘어지는 부정의 모습이 철저하게 벽을 두고 구분됐다.
사회적 삶(Social life), 개인적 삶(Personal life), 건강(Health), 교육(Education), 인간관계(Relationships), 직장(Employment), 영성의 개발(Spiritual development). 이 일곱 가지의 SPHERES의 균형이 무엇보다 강력하게 요구된다. 사실 위의 것들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항목이면서도 고르게 실천하기 어려운 기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베스트 셀프' 안에 다 털어놓아야 하고, 저자가 써놓은 글보다 내 생각으로 채워진 부분을 더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어떤 내용을 읽었는가 보다 스스로 무엇을 돌아보고 받아들였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어려운 책은 아니었지만 나를 인정하고 그려보는 데 긴 호흡이 필요했다. 곳곳에 포진된 수많은 물음에 멈칫거리며 답할 여백이 있어야 했다. 살면서 고민하는 일곱 가지 주제들에 나도, 우리도 알고 있는 답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새롭진 않았지만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됐다. 책을 주문서에 넣고 내게로 오기까지, 첫 장을 펼치고 마지막 표지를 덮을 때까지 끝없는 물음과 자기반성, 제대로 된 확신이 탁구처럼 오고 갔다.
"이 호흡과 이 순간, 이 삶은 선물이다. 이 점에서는 우리 모두가 똑같다. 그 선물을 밀어낼까, 아니면 허리를 똑바로 펴고 서서 마음을 터놓고 크게 호흡하며 그 선물을 흔쾌히 받아들일까.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이런 선택을 내려야 한다." p319, 기독교 작가 랍 벨(Rob Bell)
11장 영성의 개발(Spiritual development) 파트에 있는 이 문장은 결국 모든 부분을 어루만지는 접합점이다. 삶을 자기 자신 속으로 제대로 끌어당기고 싶은 나와 당신을 위한 최고의 베스트 셀프, 그 답 역시 우리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