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보고서] 건강하게 산다는 것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스티븐 R. 건드리
인간에겐 유한한 시간이 존재한다. 무조건적인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아기에서부터 사춘기적 마인드와 의무교육의 틀 안에서 빙빙 도는 청소년기, 자율을 얻고 대가를 치러야 하는 청년기, 삶의 모양이 그간의 궤적을 들려주는 중·장년기와 어쩔 수 없는 시간의 변화를 겪게 되는 노년기까지. 평균적으로 100년도 채 못 살고 끝이 나는 인생이지만 우리는 꽤 많은 것들을 갖고, 잃으며 살아간다.
누구나 누리는 젊음, 사실 그에 대한 고마움을 온전히 느끼는 사람은 대부분 그 시기를 지나온 사람들이다. 씹는데 이상 없고 시력에도 큰 문제가 없으며 밤을 새워도 꽤 괜찮고 술도 양껏 즐기는 지금의 나이엔 건강보다 눈앞에 닥친 문제들을 해치우기 바쁘다. 실체 없는 걱정들로 내 미래상을 전혀 예견할 수 없음에 한탄하기도 한다. 감기에 걸리면 타이레놀 하나에 약국 탕약 하나, 심하면 병원에 가면 된다. 다이어트로 외관을 정돈하면 모든 게 나아질 거라는 미약한 근거에 의존해 간헐적 건강 챙기기를 할 때도 있다.
인간은 사랑과 건강, 인간관계, 직업 등 모든 분야에서 '잃음' 후 깨닫는 존재라는 사실을 확고히 한다. 아파봐야 전날 바랐던 야식, 술, 외출 등이 아무 쓸모없음을 느끼고 일단은 건강하게, 낫게 해달라고 외친다. 나 자신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최대의 '잃음'인 죽음을 현명하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 수 있다면, 운이 좋게도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안전한 나날들이 주어진다면 응당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이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저자는 '장내 유익균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추천 식품과 금해야 할 식품 목록을 정리해놓았다. '노화'에 관한 몇 가지 오해와 현대인이 피해 가기 어려운 '암'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요리책처럼 건강을 위한 레시피를 알려주기도 하고 장수 프로젝트인 '롱제비티 패러독스 프로그램' 실천 방법도 담겨 있다. 훌훌 읽어갈 수 있다기보다 먹을 때마다 펼쳐놓고 읽어야 할 것만 같은 '건강 사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너무 자세해 오히려 어려운, 실천할 생각을 하는 것부터 엄두가 안 났다. 지금의 내 식습관과 비교했을 때 천지개벽 수준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었다. 그만큼 지금의 내 건강 패턴이 잘못되었다는 뜻이겠지만.
보통의 사람이 헌법 조항이나 각종 준칙에 매달려 살지 않듯이 건강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적당한 운동을 하고 되도록이면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 질병에 걸리고 나서 극한의 관리에 매달릴 필요가 없도록 예비하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충분한 숙면을 취하고 핸드폰, 스탠드, TV 등 조명의 감옥에서 해방되는 시간도 필요하다. 오롯이 나 자체로만 존재할 수 있는, 담백한 기회들을 부여해야 한다.
하루하루의 즐거움, 조급함, 무료함, 피로들을 느끼다 보니 어느덧 12월을 맞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부여되는 물리적 나이와 그에 맞물린 현실들을 괜찮게 엮어내야 하는 과제가 점점 심화되어 간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타인의 비보를 접할 때면, 삶의 연결고리들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형상을 갖추는 것에 있지 않다는 걸 절감하곤 한다. 장수를 위한 몸의 건강 말고도 말의 건강, 행위의 건강, 정신의 건강을 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은 한 달, 그리고 또 익숙하게 써 내려갈 2020년에는 나 자신을 더 건강하게 하고 타인을 건강하게 할 수 있을 유의미한 일들을 많이 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