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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살 Dec 18. 2019

[한편보고서 5] 우주를 누비는 쏙독새

시즌 최종회가 6회로 길지 않은 호흡의 드라마다. 벌써 끝났나 싶지만 사실 길게 끌고 가기 어려운 얘기이기도 하니...  

좋아하던 고시로(카미야마 토모히로 분)에게 고백을 받고 첫 데이트를 앞둔 아유미(키요하라 카야 분)는 의문의 전화를 받는다. 발신인은 젠코 우미네(토미타 미우 분). 다짜고짜 자살하겠다는 말을 남긴 채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린다.


붉은 달 현상 이후 예기치 못한 전개를 맞게 된 두 사람. 모두가 그대로인데, 자신만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 같은 반이었지만 전혀 관심을 갖지 못했던 우미네의 삶을 강제 경험한다.


자신이 아유미라고 말해보지만 믿을 수 없는 일. 마음을 나눈 고시로와 친구들 모두 아유미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정말 극적이게도 가가(시게오카 다이키 분)만이 아유미를 알아본다.  

살을 빼거나 성형을 하면 지금의 상황보다 훨씬 나아질 거라는, 심지어 180도 모든 게 바뀔 거라 생각하는 착각. 실제로 자신감도 상승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허울이 나 자신의 본질을 형성하진 않는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외형적으로 예뻐지고 멋있어져도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여전히 초라하니까.


그를 반증하는 것이 아유미가 된 우미네다. 그토록 원하던 아유미가 되었지만 실상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릇된 질투와 욕심으로 고시로를 품 안에 쥐었을 뿐, 모든 게 가짜인 것이다.


변하고자 하는 마음이 나에게 있는 것인지, 핑계를 쏟아낼 대상이 있는 건지 생각해보게 되는 드라마다. 평소 일본 드라마는 과도한 효과와 허무맹랑한 전개로 잘 보지 않는 편인데 이번 드라마는 다음 화로 쉽게 넘어갔다.


사람은 마음이 고와야 한다는 말이 정말 딱 맞다. 하는 짓이 예쁜 사람은 뭘 해도 예뻐 보이니까. 아유미가 가가의 마음을 깨달아가는 순간이 가장 좋았고, 그게 우미네의 모습일 때여서 더 감동이었다. 상처투성이의 우미네가 치유되는 과정 없이 뚝딱 끝나버린 게 아쉽지만 드라마에서 전달하려는 의도와 정확히 부합하게 해피엔딩이다. 가가의 순애보가 안타까울 뿐ㅠㅠ

가면을 쓰고 자신의 허울을 가리려 할 때 모든 걸 꿰뚫고 진심을 나눌 상대가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인지. 내게도 그런 사람이 있을까에 대한 질문은 내가 그런 상대가 되어줄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과도 연결되는 듯하다.

쏙독새

낮은 산지 숲이나 덤불에 사는 흔한 올빼미과 여름새. 낮에는 어두운 숲 속이나 우거진 나뭇가지에 숨어 있고 보호색을 띠고 있기 때문에 언뜻 보기에 새인지 나뭇가지인지 알아보기 어렵다.



제목이 왜 '우주를 누비는 쏙독새'인지 아직까진 알 길이 없다. 우미네로 변한 아유미와 아유미로 변한 우미네, 가가의 마음이 모두 쏙독새였을까. 그럴듯하게 포장하며 살지만 숨겨놓은 것 투성이의 우리 마음이 쏙독새일지도. 나를 더 사랑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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