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권에 있는 우수한 부원들이 많고 교내 다른 어떤 동아리보다도 자주 모인다. 모일 때는 그냥 몸만 오는 것이 아니고 매번 주제를 바꿔가며 발표 자료를 준비해 와서 서로 공유하고 토론한다. 모임 끝 무렵에는 그날 발표한 것에 대해 서로 피드백을 준다. 부원의 성적, 사전 학습 분량, 모임의 빈도, 상호 피드백 등 모든 면에서 교내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외부 대회에 수차례 출전했는데 단 한번도 수상을 하지 못했다. 뭐가 부족한 걸까?
오프라인 동호회, 온라인 카페, 학교 동아리, 사내 CoP등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끼리 모여서 관심사를 나누는 모임의 형태는 점점 다양해지고 그 수도 늘어나고 있다. 모여서 관심사를 나눈다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즐겁지만, 즐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이 목적이라면 뭔가를 자주, 많이 하는 것을 넘어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위의 사례는 양적으로는 충분하지만 성장을 위한 질적인 요소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이다.
무언가를 혼자 하는 것보다는 여럿이 함께 할 때 학습이 좀 더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지만, 성장을 고려해서 모임 활동을 설계하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자리를 맴돌게 된다. 그렇다면 집단 학습이 성장에 이를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1. 지식 공유
서로가 몰랐던 지식, 아이디어, 방법, 정보, 의견 등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어떤 형태의 모임이라도 여럿이 모여서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로 지식 공유는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관련된 동아리 활동으로는 책이나 논문 읽기, 동영상 보기, 강연에 참석하기, 각자 자료를 탐색해서 동영상이나 카드뉴스 형태로 만들어서 발표하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초반에는 지식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아는 것이 많아져서 학습이 일어난다고 느낄 수 있지만, 여기에 머무르면 시간이 지나면서 구글링을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
2. 지식의 재구성 (Co-Construction and Constructive Conflict)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목, 내용에 대한 해석, 연상되는 상황이나 개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 긍정 또는 부정 의견 등이 다르다. 그래서 공유된 지식은 다양한 해석이나 관점, 즉 지식을 바라보는 방식과 함께 공유될 때 효과적이다.
지식을 공유하고나서 “새로운 걸 알게 되어 유익했다”, “이런 게 있다는 게 신기했다” 는 소감으로 끝나는 활동은 별반 유익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보다는 “이것과 관련해서 이런 것이 생각났어”, “추가로 이런 것도 찾아보면 좋을 거 같아”, “그것과 이것을 연결해 볼 수 있겠는걸” 등으로 무언가를 더해서 좀 더 큰 지식을 만들 수 있는(Co-Construction) 대화, 그리고 “난 좀 생각이 다른데”, “그 자료는 잘못된 거야”, “그건 좁은 시각이라고 생각해” 등으로 공유된 지식을 변형할 수 있는 건설적 비판(Constructive Conflict)이 필요하다.
관련된 동아리 활동으로는 토론, 아젠다가 설졍된 퍼실리테이션, 연관된 주제를 같이 다루는 세미나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3. 성찰 (Reflexivity)
성찰이란 그동안 한 것을 돌아보고 배운 점과 개선할 점, 잘하고 있는 지 등을 함께 논의하는 것을 말한다. 위 사례의 경우 매번 상호 피드백을 했다고 했는데 이것이 성찰이라고 할 수는 없다.
성찰은 누구는 이런 점을 잘했고 이런 점은 미흡하다고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집단 활동의 좀 더 본질적인 점을 고민하는 것이다. 즉,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고 싶은지, 지금 하는 활동이 그것을 이루는 데 효과적인지, 우리가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성장한 점은 무엇이고 여전히 미흡한 점은 무엇인지 등을 짚어 보는 것으로, 동아리 차원의 메타인지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위해서는 일상 활동과 별개로 아젠다를 설정해서 회의를 하는 것이 좋다.
4. 실행
학습한 것을 실행하는 것으로, 실험, 연구, 상담, 검사, 시사 이슈 분석, 영화나 드라마 분석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언가를 아는 것과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5. 경계 확장 (Boundary Crossing)
외부 전문가, 다른 분야 또는 다른 학교 동아리, 교사 등 동아리 밖에서 지식이나 의견을 구하는 것을 말한다. 집단은 고유의 사고 틀(집단 사고)에 갇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기들끼리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도 우물안 개구리일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동아리 연합, 외부 대회 출전, 전문가 조언, 외부의 모범 사례 연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6. 저장과 인출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습한 것을 저장해 놓지 않으면, 학습은 일회성으로 끝나버린다. 학습의 결과를 나중에도 활용하려면 어딘가에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예를 들면 온라인 카페나 페이지를 개설하여 관련 자료를 저장하거나 문집 발행 등이 있다. 또한, 이는 자료 보관 뿐 아니라 동아리 홍보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1) Decuyper, S., Dochy, F., & Van den Bossche, P. (2010). Grasping the dynamic complexity of team learning: An integrative model for effective team learning in organisations. Educational Research Review, 5(2), 111-133...
2) Boon, A., Vangrieken, K., & Dochy, F. (2016). Team creativity versus team learning: transcending conceptual boundaries to inspire future framework building. Human Resource Development International, 19(1), 6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