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by 재나

아침 7시에 수영 강습을 받고 집에 오면 8시 20분쯤 된다. 머리를 말리고 간단히 화장을 하고 혼자 먹을 아침을 준비한다. 집에서는 채식을 실천하고 있어서 채소를 다듬는 행위가 나를 위한 요리의 전부일 때도 있고 된장찌개를 끓이거나 카레를 만들기도 한다.


별거를 하고 딸을 데리고 집을 나오면서 평생 밥을 하고 싶지 않았다. 밥으로 정의 되던 나의 삶이, 내가 싫어서 나에게 주는 밥도 소홀히 대했다.


그냥 빨리 배를 채우는데 급급한 하루하루를 살았다.


딸이 대학을 가서 이제 진짜 혼자만의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리고 이제 내가 먹고 있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육식의 성정치>를 읽고 결혼생활 속의 나와 육식으로 소비되는 동물들과의 비슷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관점을 접했다. 그래서 육식을 멀리해 보고자 혼자만의 밥은 비건을 실천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채소를 다듬고 씻는 과정에서 나도 아삭아삭 거리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기분 좋은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 잘 정렬된 생활을 하다가도 나를 망가뜨리고 싶은 욕망에 노출된다.


내 몸에 안 좋은 술, 과자, 초콜렛을 먹고 그냥 자 버린다.


자고 일어나면 어떤 기분일지, 잘 쌓아 올리던 탑을 무너뜨리는, 그런 기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를 망가뜨리고 싶은 욕망을 멈출 수가 없을 때가 있다.


내가 나의 존재에 대한 벌을 주고 있다.


망가뜨리고 쌓아 올리기를 반복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래도 예전과는 달리 망가뜨려도 또닥또닥 다시 쌓아 올릴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두고자 하는 나를 본다.


지금의 일상은 나를 돌보는 것이다.


나를 돌보기 위해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채식을 한다.


많이 좋아지지는 못해도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를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