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동화
현우는 창가 자리에 앉아 캐모마일 차를 마셨다.
옅은 사과 향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유리창엔 빗방울이 하나둘 맺히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현우는 찻잔의 캐모마일들을 바라봤다.
‘그 애를 만났을 땐 참 더운 여름날이었는데.’
*15년 전*
현우는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가디건을 걸친 채, 그네를 타고 노는 소녀를 부러운 듯 바라본다. 그러다 현우와 눈이 마주친 소녀는 갑자기 그네에서 내리더니 어디론가 뛰어간다.
그 애는 얼마 지나지 않아 꽃들을 품에 안고 돌아왔다.
“너 가져!”
소녀가 품속의 꽃들을 현우에게 불쑥 건넸을 때, 상큼한 오렌지 향과 꽃들의 향이 현우의 콧속으로 훅 끼쳐 들어왔다. 얼떨떨해하며 꽃은 받은 현우는 하얗고 가는 꽃잎들이 달린 꽃을 바라본다.
“그건 캐모마일인데 차로 마시면 되게 좋대! 우리 엄마가 그랬어! 그냥도 마시고, 감기 기운 있을 때도 마셔!”
“고.. 마워..”
현우는 우물거리며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지만, 소녀는 이미 자신을 부르는 아이들에게 뛰어가 버린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