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동화
슬이는 아메리카노가 올려진 쟁반을 테이블에 놓고, 앉지도 않은 채 조개를 닮은 가방을 뒤진다.
윤슬: 어차피 맛없을게 뻔하니까~ 아니 인간들은 이 밍밍한걸! 왜 그냥 마시는 거지?
슬이는 가방에서 작고 통통한 병을 꺼내더니 코르크 뚜껑을 열고 푸른색이 도는 액체를 한 방울 떨어뜨린다.
다시 커피를 마시자 씁쓸함과 혀끝을 살짝 자극하는 짭쪼름한 맛이 문어 바리스타 바유가 내려준 아메리카노를 연상케 했다.
윤슬: 그래도 바유 아저씨 표 뜨아가 짱이지
요안: 어? 바다 언제 왔어? 요안이 구석 테이블에 앉아있는 슬이를 발견하고 맞은편에 앉는다.
윤슬: 언니 잘 지냈어?
요안: 그러엄! 근데 못 보던 가방이네?
윤슬: 이거 우리 마을에 타바라고 가방 장인이 있는데 이번에 만들어줬어. 조개껍데기에서 영감 받아서 만들었대. 나 육지에 있으면서 우리 마을 그리워할까 봐 만들었다는 거 있지! 나 완전 감동했다니까! 그리고 또 요즘 인간들이 쓰는 말 있잖아 그 꾸꾸?
요안: 꾸안꾸?
윤슬: 응! 꾸안꾸로 입을 때 너무 잘 맞아서 잘 쓰고 있지! 아 언니 비유 아저씨가 언니 안부 묻던데 언제 한 번 카페로 놀러 오래
요안 : 좋지! 바유씨는 잘 지내셔?
윤슬: 응응! 아 얼마 전에 바유씨가... 슬이는 니트 재질의 초록색과 분홍색이 들어간 가방을 품속에 꼬옥 끌어안으며 요안에게 바유와 나눴던 대화를 조잘거리며 들려준다.
윤슬: 순 우리말,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