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동화
“댕댕댕”
새벽 3시를 알리는 괘종시계의 종이 울리고 유령 하객들이 하나둘 묘지의 공터에 모이기 시작했다.
몇몇 하객들은 RIP 글자가 그려진 컵케이크를 테이블에서 몇 개 집어와 허겁지겁 자리에 앉았다.
곧이어 낡은 오르간에 앉은 연주자가 웨딩 행진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신부와 신랑이 나타났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에 작은 월계수를 꽂은 신부는 수줍은 웃음을 보였다. 그녀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진한 푸른색 드레스 자락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깔끔한 검정색 정장에 신사 모자를 쓴 신랑은 신부의 손을 잡고 신부의 보폭에 맞춰 발을 움직였다. 인적이 끊겨 잡초가 무릎까지 자란 길에 신부는 행여나 발에 풀들이 걸릴까 더욱 조심스럽게 앞으로 향했다.
요안: 저승에서 순박하고 찹쌀떡을 닮은 외모로 이승에서 누리지 못한 인기를 얻은 신랑님 너무 축하드립니다. 그런 신랑을 낚은 신부님에게 모두 축배를!
벤시: 영혼들 기운이 꽉 차는 10월 34일에 올리다니. 4년에 한 번 있는 날인데 참 날도 잘 잡았어 홀홀…
연주자의 뼈만 남은 손가락이 다시 오르간을 연주했다. 아름다운 화음과 뼈가 건반에 부딪히는 소리가 오묘하면서도 아름답게 흘러나왔다. 하객들은 해골과 시든 꽃으로 꾸며진 기다란 테이블에서 붉은 음료가 든 잔을 기울이며 신부신랑을 축하했다.
*. 결혼 소식을 듣고 신랑의 어머니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