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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Apr 20. 2020

감정은 오색빛깔 무지개

감정은 오색빛깔 무지개 같다. 감정만을 오롯이 글에 담아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런 감정을 느꼈어.'라며 열심히 적고 보면 그 감정 뒤의 다른 감정이 불쑥 튀어나와 놀란다. 또 열심히 파보면 거긴 엉뚱한 감정이 숨어있다.

하긴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 변하는 감정을 네모난 종이 안에 가두는 것 자체가 헛된 일일지도. 편의상 명명해놓은 감정의 각각 이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이 감정, 저 감정이 얼퀴설퀴 서로 엮여있다. 열심히 풀어보려 노력하지만, 더욱 꼬여가는 모습에 손을 놓았다.

손대지 말고 고스란히 느껴보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 같다. 나는 그랬다. 자꾸 도망만 갔다.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가 없었다. 대신 '척'을 했다. 괜찮은 척, 아닌 척, 모른 척. 언제부턴가 '척'이 감정을 밀어내고 떡하니 주인 행세를 했다. 점점 헷갈렸다. 감정이 진짜인지, 척이 진짜인지.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바라보아야 할 때가 있다. 그때 깨달았다. 잠시 뒤에 있을 뿐, 사라지지 않는 않는다는 것을. 오히려 그 모습 그대로 더욱더 단단해졌다. 온갖 방어기제로 막아보지만 소용없다. 며칠간을 홍역을 치르고 나야 나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때론 내가 손댈 수 없이 폭주한다. 감정은 내 몸 가득 덮어 나를 조정한다. 내가 맞나 싶을 정도로 퍼붓는 모습에 깜작 놀란다. 내가 억누르고 살았구나. 그래서 화가 단단히 났구나. 그래 어디 마음대로 해봐. 남은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쏟아내면 그제야 잦아든다. 그때면 저 멀리 지켜만 보았던 다른 감정이 쓱 다가와 손을 잡는다. 따듯하게 품어주고 다독인다. 그래야 살지.

온통 감정 생각뿐이다. 쓰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수시로 변해서 내 감정도 널뛴다. 에라 모르겠다. 그저 느껴지는 데로 갈 때까지 가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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