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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람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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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Apr 23. 2020

이런 글 쓰고 싶어요.

아이들이 모두 잠든 적막한 밤. 소파에 앉아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한다. 고개는 연신 갸우뚱거리고. 그러다 갑자기 핸드폰 조그만 자판을 열심히 두드리기 시작한다.


요즘 나의 흔한 일상이다. 매일 어떤 글을 쓸까. 글감을 떠올리다 찾으면 열심히 써 내려간다. 근데 이 순간이 참 맛깔나다. 슬픔을 글에 담아 떠나보내면 어느새 그 자리는 기쁨이 떡하니 자리 잡고, 기쁨을 글에 담아 간직하면, 어느새 행복이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그래서 매일 글을 쓸  수밖에 없다.


글이 없던 시절 나는 컴컴한 어둠 속에 헤맸다. 내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니 허무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휴지 조각처럼 버려지는 소중한 일상을 담고 싶어 졌다. 인터넷에 매일 글쓰기 공지를 보았다. 가슴 저 편에서 무언가 몽실 댔다. 할 수 있을까. 몇 번을 망설이다 덜컥 신청했다. 나와 글을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온라인 글쓰기를 시작하며 내가 글 쓰는 즐거움뿐 아니라, 다른 이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참 좋다. 아. 다들 이렇게 살고 있구나. 사는 것이 다 비슷하구나 하면서도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다 다르고. 특히 어떤 문장은 그대로 나를 멈추게 만든다. 단순히 글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엔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참을 수 없을 땐 댓글로 마음을 남긴다. 진솔한 글은 어떤 큰 마법을 가진 것이 아닐까.

부끄러운 글임에도 정성스레 글의 흔적을 남겨주시는 분들께 감사해서, 나도 열심히 달려가서 마음을 표현하려 한다. 사실 점점 나이 먹을수록 내 안의 내향성이 커져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주체 없이 어색하다. 안 그런 척 노력해보지만, 집에 오면 진이 다 빠진다. 그런데 이곳은 내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고민할 필요도 없고, 자유롭게 나를 드러내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먼저 용기 내서 글도 남기고, 이웃도 맺는다.

글을 쓰면서 어떤 방향이나 주제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못 했는데. 남자로서 내가 가진 이름. 아들, 남편, 아빠에 관해서도 틈틈이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처 몰랐던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삶의 반 토막을 살아왔는데 이제는 돌아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이 드는 것 보니  내가 찾은 소소한 행복이 맞네.

글 쓰는 부담감은 저만치 내려놓고, 봄을 맞이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이 순간을 맘껏 즐겨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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